임무를 마친 나는 방으로 돌아와 샤워를 하고 침대에 드러누웠다.
그대로 두어시간 정도 잔 것 같다.
깨어나자 새벽 어스름이었다.
잠도 오지 않고 딱히 할 것도 없었기에 자위나 해두기로 했다.
고독한 현대인의 표상이라고 해둘까.
나는 기회가 되는 데로 성욕을 주기적으로 배출하는 타입이다.
말해 놓고 보니 딱한 여자처럼 들리네.
의무적으로 몸을 매만지고 욕구를 토해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도록 한다.
흡혈귀 본능에 휩쓸려 사람을 물어버리면 안되니까 말이야.
마도학자 감염종이 된 이후 정립된 습관으로, 요즘 들어 부쩍 성욕이 강해졌다.
난 이미 한창 젊은데 괜히 회춘이라도 한 기분이다.
하여튼 흡혈귀가 되고 나서 부터 여러모로 곤란할 따름이야.
햇빛 공포증, 냉소적인 태도, 피에 대한 갈망 등등.
게다가 이렇게 스스로를 위로하는 순간조차 혼자가 아니니까 말이다.
아, 나 말하는 거구나.
오른손의 검지와 중지로 음부를 한참 매만지자 조금씩 절정감이 차오른다.
오른손의 움직임을 잠시 늦추고 왼손으로 내 젖가슴을 매만졌다.
유두를 튕기는 생소한 자극에 수치심이 느껴졌다.
그러나 아량곳 않고 체액에 젖은 오른손을 입안으로 가져다 끈적한 점액을 핥았다.
호흡은 사뭇 거칠어지고 오묘한 표정을 지었다. 나도 모르게 흥분했다는 사실을 자각했다.
내 몸은 한창 영글어 탄력적이고 부드럽다. 이렇게 감각적인 몸매를 내가 독점한다는 사실이 퍽 만족스럽기도 하지만 희소한 매력을 썩히는 꼴이었다.
이건 생리적인 욕구를 해소하는 범위를 넘어섰다. 지금 나는 불필요하게 쾌락을 탐하고 있어.
다른 누군가와 함께 몸을 섞을 수 있다면...
'그 정도로 해두고 이만 마무리 짓게 해줄래?
나도 다른 사람처럼 타인과 애정을 나누고 싶을 뿐이야.'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스스로 뭐라 불평하든 이 짓거리를 얼른 끝내고 싶었다.
그렇다면 저걸로 나마 만족해야겠어.
나는 탁자 위에 장식한 민트색 리본을 가져와 다시 침대에 누웠다.
로렐라이가 내게 선물한 리본에는 그녀의 체취가 남아있다.
나는 리본을 코와 입술깊이 문지르며 그 부드러운 감촉과 향기를 탐미했다. 겨울에 시들어가는 꽃의 마지막 단말마와 같았다.
스스로에게 역겨움을 느끼며 절정을 재촉했다.
머리속 표상에 로렐라이의 머리결이 굽이친다.
순수한 소녀의 미소.
뽀얀 살결.
그 아래 건강하게 맥동하는 혈관.
맑은 피.
'흐읏....으응, 좋아♡...흐,하아...아하아앗ㅡ♡..'
허리를 한 차례 튕긴다.
나는 이마 위에 손등을 얹고 한동안 절정의 여운 한가운데를 헤맸다.
벨라는 나와 몸을 공유한다. 내게는 번거롭게만 느껴지는 성적욕구를 서둘러 해소하고 싶지만 그녀는 이것저것을 요구해오며 절정을 의도적으로 지연시킨다.
몸을 공유한다는 표현은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한편으론, 제대로 욕구를 털어내지도 않고 간단히 절정에 이르는건 너무 아쉽다. 이건 내게 얼마 남지 않은 유희 중 하나이다.
로렐라이라니.. 그 아이를 무슨 시선으로 보고 있던 걸까.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현혹적인 노래로 다른 사람을 돕고자 하는 착한 아이야. 순백의 옷깃과 단단한 구속벨트의 대조는 고약한 페티쉬를 자극하지.
다시 피곤이 몰려든 나는 뒷정리도 하지 않고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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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정오쯤이었다.
나는 책을 읽고 있었다.
로렐라이는 소파에 앉아 허공을 바라보며 한참 무어라 중얼거렸다.
'응? 저쪽 말이야?'
그녀는 불현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다다다..
쿵!
고개를 앞으로 빼들고 방 한쪽으로 달려가던 그녀는 벽에 정면으로 부딪히며 그대로 나자빠졌다.
나는 곧바로 다가가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충격으로 얼굴이 벌개진 로렐라이는 상황을 파악하지 못한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까? 방금 사방이 반짝거렸어. 햇살처럼 밝은데 따뜻하지는 않고.. 별빛인가? 하지만 별은 밤에 빛나는데..?'
소녀의 천연덕스러운 질문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로렐라이는 별안간 입술을 쫑긋거렸다. 그녀는 무언가 간지러운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러다 코피가 주르륵 흘러나왔다.
선홍색의 혈액은 입술 위를 타고내려와 턱끝에 고였다.
뚝..뚝..
핏방울이 마루위로 떨어지며 공기중으로 비릿한 향기를 풍겼다.
나는 넋을 잃었다.
입안으로 은은한 금속향이 멤돈다. 로렐라이의 새하얀 피부위에 스며든 붉은 선혈이 시각적으로 강렬한 대조를 이루었다.
나는 로렐라이의 왼쪽뺨에 손을 올려 그녀의 고개를 내쪽으로 돌렸다.
그리고 흘러내리는 핏줄기를 핥았다.
혀를 내밀어 턱밑에서부터 타고 올라간다. 그 끝이 입술을 지나 인중까지 다다르자 입을 모아 츄웁, 하고 빨아들였다.
따뜻하고 축축한 피다.
입안에 머금은 한모금의 혈액이 미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해오자 혀가 절로 달싹거리며 그 풍미에 빠져들었다.
흡혈귀로서의 쾌락을 음미하며 그 깊이를 쉬이 헤아릴 수 있다.
앳된 소녀의 깨끗한 피는 가벼운 바디감이 느껴졌다.
마치 맑은 하천이 졸졸 흐르는 듯하다.
산뜻하고 감미로운 아로마.
이를 삼킬때의 목넘김은 특유의 질감과 산도를 혀 끄트머리에 각인시켰다.
마지막으로 식도를 타고 내려가며 풍기는 잔향은 기나긴 여운을 남겼다.
나는 살면서 한번도 지어본 적 없는 표정으로 로렐라이를 바라보았다. 마치 아끼는 여동생을 애정어린 눈길로 바라보듯 말이다.
한번 더.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이 목소리가 네 것이 아닌양 뻔뻔스럽게 굴지마. 이미 밖으로 드러내 보인 욕구를 이제와서 억누를 수 있다고 생각해?
봐, 입맛을 다시며 시선을 떼지 못하는 우리 꼴을 보라고. 간단해. 눈앞에 붙잡은 기회를 그저 취하기만 하면 되는거야.
걸리적거리는 천조각을 찢어발기고 부드러운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아.
신음하며 발버둥치는 작은 몸뚱이를 깔아뭉게고 마지막 한방울까지 게걸스럽게 먹어치우자.
로렐라이는 여전히 의아한 기색이었다. 순진한 소녀는 맑은 눈빛을 발하며 나를 올려다 보았다.
난 짐승이 아니야.
충동에 몸을 맡겨, 제멜바이스. 손이 닿는대로 몸뚱이를 부숴버리고 그녀의 고통어린 비명소리를 탐하자.
우리가 원하고 있잖아. 우리가 필요로 하잖아.
시야가 어지럽다. 그녀의 피는 계속해서 흘러나오며 또 한번 나의 감각을 현혹시켰다.
'작은 음표야, 무슨 일이야? 눈가에 모래가 낀거야?'
'아니야, 난 괜찮아. 그런데 로렐라이, 네게 한가지 부탁이 있어. 너의 피는 따뜻하고 기분이 좋아서 나를 편안하게 만들어줘. 네 피부에서 갓 쏟구치는 뜨거운 피는 어떤 느낌일지 한번 알아보고 싶어.'
로렐라이가 드물게도 머뭇거리는 태도를 보이자 나는 그녀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혹시 두려워 하고있는 거야? 나를?'
나는 짐짓 서글픈 표정을 지어보였다.
로렐라이는 거듭 말하듯이 착한 심성을 가진 아이이다. 내가 부탁하면 흔쾌히 돕고자 할 것이다.
'알겠어. 자신의 곡조를 받아들였구나, 자기. 한번이라면 나를 깨물어도 좋아.'
로렐라이는 꿈꾸듯 눈을 감고 미소지었다.
'작은 음표가 마음을 열어서 기뻐. 너도 발렌티나처럼 거품 건드리는걸 좋아하게 됐구나.'
'..발렌티나? 발렌티나라고 했어?'
그녀의 이름이 두번씩이나 내 입에서 나왔다.
'맞아, 발렌티나도 나를 한번씩 깨물곤 했거든. 거품이 터지지않을 정도로 약해서 잉크가 퍼지진 않았지만 어깨랑 팔뚝이나 발목을 깨물면서 싱긋 웃곤했지.'
나는 무심코 그녀와 거리를 벌렸다.
코와 입속에 진동하던 피비린내가 순간 역해졌다.
품에서 손수건을 꺼냈다. 로렐라이의 입에 지저분하게 묻은 핏자국을 닦아주고 그녀가 코를 막도록 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발렌티나도?
발렌티나도?
그대로 방 밖으로 걸어 나갔다.
기분 더러워.
거지 같아.
무슨 생각이었지?
구역질이 나.
네가 꼬득인거잖아. 너도 발렌티나랑 다를 것 하나없는 거머리에 불과해.
내 생각은 어디까지나 네 생각의 일부라고.
됐어, 그냥 닥쳐줄래?
그래, 그래 네 말이 다 맞아.
목적지도 없이 무작정 통로를 걸었다.
..나도 발렌티나 같은 존재가 되는거야?
무엇하나 장담할 수 없지. 로렐라이는 앞으로도 우리 곁에 있을거고, 우리는 여전히 피를 탐할거야.
거지같네..
내말이 그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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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의 오후.
방에 들어서니 로렐라이는 잠들어 있었다.
꿈속을 헤매이며 낯선 멜로디로 칭얼거렸다.
토실토실한 볼이 부드러워 보였다.
나는 모종의 죄악감이 조여들자 시선을 돌렸다.
방 한구석의 거울. 그곳에도 잠에빠진 로렐라이가 있다.
나는 거울앞으로 가까이 다가갔다.
반사상은 내 모습을 비추지도, 입김이 남지도 않았다.
소파에 누워 잠든 로렐라이의 모습만을 온전히 담았다.
눈코입이 옹기종기 모인 그 작은 얼굴.
미려한 금발머리와 리본장식.
유심히 바라보다 입술을 가져다댄다.
쪽.
쪽.
쪽.
로렐라이는 여전히 잠들어있다. 이번에는 꺼림칙한 기분 하나 없이 만족스러운 감정으로 방을 떠났다.
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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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부터 로렐마냥 벽에 부딪혔네ㅋㅋ 제멜 나이대면 자연스러운 흐름 아닌가~
로렐 몸은 이미 발렌티나한테 조교당해있어서 자기걸로 만들려고 마킹하는 제멜 보고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