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겨울과 봄 사이, 재단은 발렌티나 포획에 성공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성과였다. 수백 년을 살아온 흡혈귀를 회유하거나 통제할 수 있다면 다방면으로 유용할 것이다.
그러나 그녀의 사고방식은 단명종이 가진 이성이나 영성으로 헤아릴 수 없는 아득한 범주에 속했다. 재단에서 꺼내 보인 협상 카드에는 어떠한 호응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그 진부함에 진저리를 칠 뿐.
그래서 발렌티나의 육신은 17 조각으로 분해되었다. 죽음을 기만하는 것이 특기인 그녀를 제압하기 위한 극단적인 조치였다.
머리는 9 조각, 몸통은 8 조각으로 나뉘어졌다.
조각난 파편들은 라플라스의 각 연구 부서를 순회하며 분석 및 연구를 거쳤다. 이를 통해 마도학 응용에 있어 진보적인 발견이 있었다고 하는데,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
어느새 나에게 전달된 것은 나무 상자에 담긴 왼쪽 손이었다. 발렌티나의 왼손 말이다. 담당자의 설명에 따르면 고위 흡혈귀의 신체는 마도학 매개체로써 활용될 수 있으며 폭발적인 증폭제 역할을 한다. 재단과 라플라스는 특정 조사원에게 이를 배분하여 그 효용성과 사용 원리를 파악하고자 했다.
나는 그녀와 같은 흡혈귀이니 만큼 마도술 감응도가 더 높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임무 현장 뿐만 아니라 일상에서도 이를 상시 소지하여 귀추를 보고할 것을 요청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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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오후는 티타임을 가졌다. 한적한 빈의 카페에서 홀로 홍차와 초콜릿을 즐겼다. 여행 가방은 원체 소란스러운 곳이라 때론 나만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홍차의 따스함을 음미한다. 그 향과 혀 끝에 닿는 감촉에 집중해본다.
하지만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바스락 거리는 소리에 금세 주의를 뺏기고 만다.
손가락으로 작게 두드리며 바닥을 긁는 소리. 냉랭한 고성에서 들릴법한 망령된 두드림. 나는 한숨을 쉬며 반대쪽 의자에 놓아둔 내 가방을 열어보았다.
흑단나무로 짜여진 케이스는 불투명한 유리와 종류를 알 수 없는 금속으로 장식되어 있다. 안에는 가지런한 손이 빨간 실크 위에 놓여있다. 핏기 없고 가느다락 손가락. 방부처리를 하지 않았음에도 전혀 썩지 않았다.
카페에는 사람이 없다시피 했지만 주위에 보이지 않게 주의하며 케이스의 잠금을 해제했다.
잠시 뒤, 꿈틀거리고 뒤척이며 홀로 발광하더니 진홍색 연기가 희미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한다. 발렌티나의 마도술이다.
'이런, 제멜바이스. 난 내가 너한테 미움 받는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 보니..'
연기가 진동하며 그녀의 생각을 내 머리 속으로 전달했다.
'애초에 친구가 없는 성격이었나 보구나? 같이 차 마실 사람도 없다니 이런 광경은 너무 처량하단 말이지.'
테이블 위 홍차는 식어서 빛을 바랬다. 나는 초콜릿을 집어 들었다.
'네가 처량함을 논할 처지야? 내가 보기에도 너는 지금 너무 딱한 신세라고.'
'글쎄, 믿을진 모르겠지만 지루하기로 치면 몸뚱이가 붙어있을 때랑 큰 차이가 없는 걸.'
연기 가운데 놓인 손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엄지로 다른 손가락 끝을 쓰다듬었다. 마치 고개를 내려다 보고 손톱을 관리하는 모습이 연상 되었다.
'네가 내 손을 간직하기로 한 건 꽤 의외야. 그 사이 미운 정이라도 든 거야?'
발렌티나가 비아냥거렸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사실 손보다는 심장을 가지고 싶었다. 내 몸을 능욕하고 인간성을 유린하며 여성성을 무참히 짓밟은 그 야만스러운 심장을 말이다.
손을 전달 받은 직후 그런 생각이 들자 혼란스러웠다. 재단이 발렌티나를 조각 내든, 내가 그 일부를 갖든지 간에 변하는 것은 없다. 발렌티나와 관계가 끊긴다면 그걸로 충분할 터이다. 그러나 나는 그 이상을 원하게 되었다. 무엇을? 발렌티나가 내게 빼앗아 간 것을 되찾으려는 심산 인가? 그게 뭔지 알지도 못하는데?
그 순간 누군가 다가왔다. 나는 황급히 가방을 닫았다.
'아가씨, 합석해도 될까요?'
몸집이 훤칠한 청년이 특이한 억양으로 말을 걸었다. 낯선 얼굴이었다. 낮빛이 회색에 인종을 특정하기 힘든 기묘한 생김새였다.
'그러세요.'
내가 수락하자 남자는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그는 내게서 시선을 때지 않으며 작게 속삭였다.
'상황을 어느정도 이해하고 있나보군.'
남자는 커튼으로 가린 창문을 가리켰다.
'네 마도술은 낮에 약해지지. 내 일행은 밖에서 대기중이고.'
그는 단편적인 정보들을 무미건조하게 전달했다. 그러다 일순간 난처한 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그리고 네 가방 안에 가장 큰 변수가 있지. 우리가 흥분에 빠져 난투극을 벌인다고 가정하면 적어도 난 그 결말을 확신할 수 없어. 너는 어때?'
그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군. 그렇다면 이성적인 합의를 제안하지. 가방을 놓고 여기서 나가. 네게 물건이 없다는 걸 확인하면 바깥의 일행도 너를 보내줄거야.'
내 가방은 무릎 위에 놓여있었다.
'만용은 부리지 마, 제멜바이스. 네 예쁜 몸을 나중에 또 맛보고 싶으니까.'
'닥쳐.'
남자는 눈살을 찌푸렸다. 내 머리 속에만 들리는 발렌티나의 말에 내가 무심코 답했기 때문이다.
그가 입을 열었다.
'무슨..'
'가방 안에는 다른 물건도 있단 말이지.'
나는 테이블을 걷어찼다.
가방으로 숙인 내 시선의 가장자리에서 빛이 터져 나왔다.
테이블이 마도술에 산산조각 나며 파편이 날아들었다.
내가 움츠러든 사이 남자가 가방을 낚아 채고 내 몸을 뒤로 날려 보냈다.
바닥을 구르던 나는 고개를 들어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가방 안을 들여다 보며 미소 지었다.
애석하게도 그 안에 있던 플로피 디스크가 사라졌다는 사실은 몰랐을 터이다.
전송 마도술을 통해 발렌티나의 왼손을 내 앞으로 이동 시켰다. 공중에서 이를 낚아챈 나는 혐오감을 삼키며 마도술을 시전 했다.
상대의 몸은 예리한 파편에 조각나 바닥 위로 우수수 떨어졌다. 제대로 세보진 않았지만 17 조각 보다는 적어 보였다.
'짝. 짝. 짝.'
남은 게 손 하나 뿐인 발렌티나가 형편없는 농담을 보내왔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옷매무새를 정돈했다.
'화려하게 서막을 올렸네. 훌륭해, 제멜바이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너도 알다시피 나에게는 추종자가 있어. 나 없이는 생활이 곤란한 이들이지.'
바깥에서 분주한 소리가 들려왔다. 일행이 있다는 게 허풍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추종자들이 네 신체 조각을 찾으러 온 거란 말이야?'
'그 뿐이겠어, 이 세상에는 내 힘을 노리는 자들이 많아. 나를 시기하던 못된 흡혈귀나 재건의 손 파벌, 오컬트 숭배자 등등 온갖 부류가 몰려들겠지.'
발렌티나는 즐겁다는 듯이 이죽거렸다. 이 또한 그녀에게는 한낱 유희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점차 다가오는 다수의 발걸음 소리에 나는 자세를 바로잡았다. 왼손에 붙든 살아있는 시체 조각, 세상을 향해 자신의 악취미를 저며드는 흡혈귀, 몰려드는 광신도, 이 모든 것에 구역감이 들었다.
'하, 별에 별 종자들이 눈에 불을 키고 몰려드니 네 몸이 무슨 성유물쯤 된다는 거네. 그럼 앞으로 일어날 일은..'
'응.'
발렌티나가 동의했다.
'성전이 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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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술집. 늙은 사내가 바에 앉아있다.
약속된 시간에 맞춰 마도술을 통해 상자 하나가 전송되었다. 양손을 비벼 대며 만족스럽게 이를 받아 든 그는 상자 위에 붙은 쪽지를 읽어보았다.
다음에는 너희 중 가장 강한 자를 보내라.
뜻 모를 문장에 의아해 하며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손이다.
내용물을 확인한 그는 경악했다.
하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반지를 낀 손, 상처투성이 손, 살집이 두꺼운 손...
총 일곱 개에 이르는 왼손 중 그 어느 것도 발렌티나의 것이 아니었다.
모두 제멜바이스를 습격한 자들의 손이었다.
맛있다!!!!
흡혈귀네 잘 몰라서 그러는데 발렌 재생력?이 어느정돈지 나온적 있나? 머리통 슈나이더화 시켜서 총알 비껴가게 한건 아는데
짱센 뱀파이어지만 사실 17분할나면 걍 죽을듯
분명히 세계관 상에서 나름 강한축 같은데 등장했던 재단이나 제노쪽 야차룰 강자가 끽해야 면도날햄정도라 얘가 어느정돈지 감이 안옴
이런 발렌제멜도 흥미로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