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스 캠페인의 챕터 4 아무것도 아닌 이야기는, 재단 의회에서 Z와 콘스탄틴 부회장이 벌이는 정치 싸움을 주제로 한다.
아군 의원인 중국 출신 Z는 바둑판을 통해 정치 싸움을 바라본다. 이는 그가 과거에 콘스탄틴의 부하였을 때, 콘스탄틴이 체스판을 꺼내 놓고 사람들을 체스말에 비유하며 가지고 논 것을 보고 따라한 것이다. 콘스탄틴은 주인공 버틴이 어린 시절 '폭풍우'를 보기 위해 학교를 탈출하려는 계획을 입수하고도, 일부러 미끼를 던지며 방치한 끝에 버틴이 눈앞에서 친구들을 잃게 만들었다.
바둑은 자기 돌과 판의 경계로 구성한 울타리(집)의 범위가 넓은 사람이 이기는 게임이다. 따라서 집을 짓는 데 판의 경계의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는 귀(모서리)->변->중앙 순으로 지역장악의 우선순위가 내려간다.
한국룰은 사석(포로)을 바둑통 뚜껑에 놓고, 대국이 종료되었을 때 사석을 자신의 집(영토)에 매꾼 다음, 백에게 덤 6.5집을 주었을 때 집이 많은 선수가 이긴다.
중국룰은 사석은 따로 세지 않으며, 대국이 종료되었을 때 집수에 반상에 살아있는 돌의 수(즉 사석의 기능을 한다)를 합치고, 백에게 덤 7.5집을 주었을 때 집이 많은 선수가 이긴다.
*덤: 바둑은 시작할 때 먼저 두는 흑이 유리하므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 끝났을 때 백에게 일정한 집을 제공한다. 바둑 인공지능에 의하면, 덤이 7.5집일 때는 물론이고 6.5집일 때에도 백이 근소하게 유리하다고 한다.
첫수는 우상귀(오른쪽 위)에 두는 것이 예의이다. 첫 4수를 흑백이 2수씩 나눠 가지기 때문에, 대부분의 대국에서 각자 귀 2개를 확보하게 된다.
바둑판을 보면 흑1은 (가까운 모서리로 보았을 때) 좌표 (4,4)에, 나머지 세 돌들은 (3,4)에 위치해 있다. 전자를 화점(위치를 쉽게 알 수 있게 돕는 진한 점), 후자를 소목이라 하며 이들은 가장 메이저한 스타팅 포인트를 선택한 것이다.
백이 서로 마주보는 두 개의 소목을 두었는데, 이를 향소목이라고 한다. 콘스탄틴이 소목 정석에 자신이 있는 것 같다.
백6의 곳을 두칸높은 협공이라고 한다. 소목 정석 중에서 어려운 길로 골랐다.
협공당한 돌을 당장 움직이고 싶지 않으면, 이 그림에서처럼 백8의 곳 부근에 두어 넘기는 방법이 있다.
흑9로 제압당한 백돌은, 나중에 세 번째 그림처럼 끼워서 움직이는 수가 남아 있다.
Z는 백이 협공을 통해 좌변에 큰집을 낼 생각이라고 보았는지, 좌하귀에 걸치는 선택을 했다. 그런데 또다시 협공을 당하는 게 아닌가. 이젠 싸움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
여기서 콘스탄틴은 미는 수를 두었는데, 이는 A의 기착점을 의식한 변칙이다.
사실 정석은 뛰는 것인데, A에 백돌이 없다면 밀었을 때 두 번째 그림처럼 진로가 막히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된다. 때문에 평소엔 B의 돌을 가볍게 보고 뛰는 것이다.
그렇다면 A의 기착점이 있는 상황에서 민 것은 잘 둔 것일까?
카타고가 생각해 보더니, 처음엔 그냥 뛰라고 했다가, 생각수가 500이 넘어갈 때쯤, 말을 바꿔서 미는 게 더 좋아 보인다고 한다.
카타고도 상용 정석과 행마를 먼저 고려하는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정석인 뛰는 수가 먼저 나왔지만, 결과는 다르게 나온 것이다.
콘스탄틴은 상당한 고수이며 이 포석에 대한 연구도 이미 진행되어 있음이 틀림없다.
이제 문제수가 등장한다. 손따라 받은 D9(좌표를 읽은 것)는, 얼핏 보면 당연한 수 같지만 백이 아무 뒤탈 없이 좌변을 넘어가게 해 주면서, 흑은 포석이 불만족스럽다. 백이 안정하며 C의 운신은 더욱 거북해졌다. 백5의 날일자로 넘어간 수는 올바른 행마인데,
한번 더 미는 것은 나중에 흑이 D로 치중했을 때 응답이 없다. 마름모를 두는 것은 역시 D쪽에 약점이 있으며, 나중에 흑이 E로 두었을 때 위쪽 방면에서도 날일자보다 도움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콘스탄틴이 품격 있는 행마를 보이고 있다.
Z가 D9의 착점을 대차게 까고 있다. 그런데 이 진행에 불만을 가진다는 것만으로도, Z 역시 유단자라는 생각이 든다. 이 정도 실력과 형세판단 감각이면 동네 기원에서 어르신들 뚝배기를 죄다 날려버리는 건 일도 아니다.
바둑이 점잖고 아름다운 스포츠가 되려면, 최상위권까지 가야 한다. 그 아래에선 포석 단계에서 살짝 기분 나쁘다거나, 두세 집 손해를 보는 정도로는 승패에 아무 영향도 가지 않는다. 서로 속수를 날리며 무작정 시비를 걸고, 부지불식간에 게임이 터지며 승부가 끝나 버리는 야만의 바둑을 둬야 하는 것이다. 심지어는 (사고력은 같더라도 가용 체력이 부족한) 여자프로바둑에서까지 개싸움 일변도가 이어진다. 바둑은 전투보다도, 상대와 타협하며 끝내기로 이기는 게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마지막 순간까지 수비에 급급했다'는 중앙의 보강은, 절대수지만 아무나 둘 수 있는 수가 아니다. 반대로 그곳에 백돌이 온다고 생각하면 막막해지긴 하더라도, 자신이 실리에서 밀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저런 곳은 손빼기 쉽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의심이 생긴다. 과연 D9는 얼마나 잘못 둔 수일까?
컴퓨터가 다칠까봐 겁쟁이모드로 돌리는 것이긴 하지만, 생각수 15000이 넘을 동안 크게 잘못되었다는 말이 안 나온다. 응수하기 전에 좌상귀를 먼저 건드려 보라는 말은 있어도, 그냥 늘어도 네 세상이 무너진다거나 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백을 넘겨주면 재미없다는 의식은 있어서, 그 근방에서는 한칸 뛰는 수를 추천하고 있다.
이는 물론 백이 2로 찔렀을 때 3으로 붙여 수습하는 수읽기를 모두 마쳐야 둘 수 있는 어려운 수이다. 두번째 그림에서 백이 2로 받거나 하면, 흑3으로 F를 돕더라도, 아래 흑돌이 끊어지지 않는다.
그럼 이 대체 수순은 대체 뭘까? 일단 Z의 말처럼 아까보다 열 몇 집이 좋다는 건 뻥이라는 게 확실하다.
어지간한 사람들은 저곳에 블루스팟이 찍힌 걸 보더라도 두지 못할 것이다. 저렇게 많은 돌들의 안위가 걸린 곳에서 저렇게 두다간, 한번 삐끗하면 그야말로 몇십 집이 날아가 버리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수읽기에 저만큼 확신할 수 있단 말인가? 블루포치는 뭐길래 바둑을 이렇게까지 두라고 하는가? 답은 두 가지 경우밖에 없다.
1. 유명한 대국 내용이라 잡지 같은 곳에 이러한 해설이 칼럼으로 실렸다. 그게 아니라면,
2. 중국의 프로바둑기사 몇 명의 연구결과를 자문을 구해 가져왔다고밖에는 볼 수 없다. 가장 좋은 글카로 오래 돌려 보면서, 모든 변화를 확인해 검증을 마쳤을 자료를 말이다.
듣자하니 NASA에서 자료를 받니, 남극에 답사를 가니, 기린을 입양하니 하던데 이정도면 평범한 편인 것 같기도 하다.
결론
1. 이 수순은 평생 바둑판만 쳐다봤어야 둘 수 있다
2. Z는 시간 잡아먹는 다른 분야(물리, 정치)에서 평생 일했다
3. 따라서 Z는 인공치팅충이다. 추천수순 루시한테 받았다
이 댓글은 게시물 작성자가 삭제하였습니다.
개추
참고로 개추= 개웃기네 추천이라는 뜻입니다
https://kbr.kr/fCm3k
결론ㅅㅂㅋㅋㅋ 여자바둑계에서 개싸움행마 자주 보이는 게 체력이슈였구나
디테일 미쳤네;;
분석지리네ㄷㄷ
z는 실제로 재단 들어오기 전에 물리학 쪽에서 일했으니 어느정도 가능할듯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ㅋㅋㅋ결론이 ㅋㅋㅋ
결론이 시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상대와 타협하며 끝내기로 이기는 게 훨씬 어렵기 때문이다. 세삼 이창호님이 존나 대단하다고 느껴지네...
그래서 이창호는 '상기병'이라고 스님들이 참선할 때 두뇌가 오버클락되는 질환을 경험했다고 함..
ㅋㅋㅋㅋ
아오 ai충
결론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한마디도 못알아먹엇지만 막줄만큼은 확실히 이해했어
뭔가 흑이 더부룩해보였는데 정수는 저런 수순이었구만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