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탓이란다 소네트." 베릴의 갸냘픈 팔이 소네트를 벽으로 밀쳤다.

"부아닉 부인? 제가 무슨 잘못이라도..?"

자신보다 조금 더 키가 큰 베릴의 미려한 모습을 가까이 마주한 소네트는 평소의 자신답지 않게 당황했다.

"그렇게 음란한 몸으로 내 아이를 유혹했으면서 여태껏 모른체 하다니 네가 나쁜거란다."

그대로 베릴은 품에서 보석 펜던트를 꺼내 소네트의 앞에서 흔들었다. 소네트의 시야에 보이는 세상이 조금씩 흔들리더니 이내 흔들리는 진자처럼 균형을 잃으며 소네트에게 어지러움을 안겼다.

"틸드가 직접 쟁취할 때까지 기다려 보려고 했지만, 요즘은 그 애가 너무 힘들어하는것 같아서 말이야." 허리를 굽혀 벽에 기대어 쓰러진 소네트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던 베릴의 입가에 자식을 바라보는듯한 미소가 그려졌다.

"그리고 나도 조금은 궁금한걸, 소네트양이 정말로 틸드의 사위감으로 걸맞는지 말이야."

그리고 백옥같이 희고 보석으로 치장된 베릴의 아름다운 손이 눈을 감고 평온하게 숨을 내쉬는 소네트의 뺨을 타고 부드럽게 흘러내렸다.

"틸드가 반할만한 보석이기는 하구나, 원래라면 나도 그 아이의 선택을 받아들이고 지켜보았겠지만 부모로서 자식의 행복과 안녕을 위하는건 당연한 일이 아니니? 이제는 운명이 바뀔 수 있는 시대잖니. 읏차!"

희고 부드러운 날개와 같은 손길이 소네트의 뺨, 가슴, 배, 그리고 마침내 다리로 내려왔고 베릴의 다른 팔은 소네트의 등으로 향했다.

"틸드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힘을 쓰는 일은... 없었을 테지만.."

평생 육체노동과는 거리를 두고 살았던 점술사에게 한창때의 여자아이를 들어 옮기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언제라도 놓칠듯이 파르르 떨리는 베릴의 품 안에서 소네트는 아무것도 모르는 듯이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다.

"빨리 가서 틸드를 부르고, 아니 그보다도 먼저..."

자식뻘 되는 아이가 무방비로 잠들어 있는 모습이 베릴의 눈에 들어왔고 그 몸의 온기가 그녀의 팔에 느껴졌다. 소네트가 내쉬는 날숨이 베릴의 턱에 닿는 듯 했다. 

딸아이는 그 안에서 무엇을 보았기에 첫눈에 마음을 빼앗긴 걸까? 그러고 보면 소네트는 부모가 없다고 했었지.

소네트의 어깨와 맞닿은 베릴의 가슴이 잠시 아려 왔다.

"결혼 허락을 내려주기 전에, 확인하는것 뿐이니까..."

소네트를 안아 들고 조명이 켜지지 않은 어두운 복도로 들어가면서 베릴은 소리나지 않게 침을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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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틸다의 어머니이자 뭇 타임키퍼의 경애를 받는 위대한 점술사 베릴의 생일을 맞아 그녀에게 바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