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걸음마를 떼었을 때,

 

생에 처음으로 세상을 느꼈다.

 


단어를 이해하여 첫 마디를 내뱉었을 때

 

배움의 가치를 느꼈다.


 

도형과 문자를 접하고 내 것으로 만들었을 때

 

나는 이 세상의 논리와 형태적인 아름다움을 이끌어내는 진리를 경험할 두 눈과 손을 얻었다.

 


그러나,

 

세상 모든 것에 대한 진리를 탐하여 나아간 그 끝에

 

나의 두 눈은 멀었다.

 

 

 ‘어둠

 

고요하고 공허하며 형상의 가장 순수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하늘은 수 없이 많은 별을 수놓은

 

어둠과는 거리가 먼 공간이지만

 

별과 별 사이를 잇는 공간인 우주

 

무수히 많은 별을 내포한 괴물의 뱃속이자


수많은 새 생명이 잉태되는 요람이며


그 끝을 알 수 없는 순수한 어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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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신에게 받은 두 눈을 행사하여 우주를 관찰하고자 하였을 때

 

신은 인간의 인지를 초월한 무한의 지식을 내주어 내게 시련을 내렸다.

 

그 깊이를 이해하고 품기에는 내가 받은 두 눈과 손만으로는 그릇이 부족했기에

 

인간을 초월한 경지를 추구하였다.

 

두뇌를 초월한 지식, 눈을 초월한 시야, 아무리 뻗어도 닿지 않는 저 우주,

 

나는 스스로를 초월하기 위해 손대지 말아야 할 것에 손을 대고 말았다.


 

흡수 가능한 지식의 양을 억지로 늘려 자신의 그릇을 초월한 무언가를 품고자 하였을 때의 대가는 참혹했다.

 

기어코 삼켜버린 우주는 나의 몸을 이리저리 비틀고 찢으며 끝없이 뻗어나갔고

 

머릿속에 내포된 난해한 우주가 현상세계에 표출되고자 하여 그 뜻에 따라 내 인격은 무한히 분열되었다.

 

우주의 재현을 억압하는 현상세계의 속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나의 인격들,

 

그들은 자신의 정의를 관철하기 위해 끝없이 준동하고, 또 실패하며, 종국에는 파멸하고 만다.

 

 

이윽고 내가 지식의 방주가 되었을 때,

 

현상세계의 존재들은 내게 자신들이 원하는 답을 물었다.

 

내가 낼 수 있는 것은 누구보다도 심오하고 진리에 가까운 답,

 

그러나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비이성적인 형태의 답,

 

나는 많은 것을 이해하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망가졌음을 깨달았다.

 

 

 시간이 지나 더는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자신의 모습에 의문을 품고 스스로에게

 

초월성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나는 답을 구해낼 수 없었다.

 

우주를 품은 나는

 

우주를 비추는 거울이 되었지만

 

오직 스스로가 품은 의문어떤 것도 해결할 수 없는 머저리로 전락했다.

 


나는 나의 존재를 잊었다.



절망하고 또 절망했다.

 

더는 되돌릴 수 없다.

 

그들은 지금도 끊임없이 다투고 있다.

 

그러나 무엇하나 제대로 완결나는 일이 없다.

 

정보의 미완결은 곧 모든 진리가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나타낸다.

 

이 세상을 관통하는 진리는 오직 진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뿐이다.



세상에 진리란 존재하지 않는다.

 

세상에 정의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날 알레프의 세상은 무너졌다.

 

더 이상 알레프의 언어는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

 

내가 품은 우주는 혼돈이 가득한 쓰레기일 뿐이다.

 

누구도 내게 진리를 가르칠 수 없다.

 

누구에게도 나는 진리를 가르칠 수 없다.

 

다행히 그들은 진리에 근접한 답 만으로 만족할 것이다.

 

어리석은 알레프의 절망은 이해하지 못한 채로.

 

괴물의 배를 가르더라도 그 곳은 괴물을 삼킨 또 다른 괴물의 뱃속일 뿐이다.

 

모든 것을 이해하더라도 그 끝엔 더 큰 세계의 우주가 새로운 혼돈을 흩뿌릴 것이다.

 

알레프의 방주는 오늘도 항해를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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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인간의 진리는 끝없이 변화하고 진화한다.

 

어느날 그 시대의 흐름에 뒤쳐진 자가 내게 진리를 물었다.

 

그녀는 매우 현학적이고 열정적이며 자유로운 영혼이었다.

 

어쩌면 말 그대로의 영혼일지도 모른다.

 

그 행동원리의 근간이 되는 그녀의 진리는 스스로도 설명하지 못하는 엉터리 개념이었다.

 

그러나 그녀의 진리는 미완결성을 지닌 것과는 달리 분명 그녀의 행동에서 현상세계로 드러나고 있었고,

 

나는 그 모습에 흥미를 느껴 그녀의 이야기를 주의깊게 들었다.

 

역시나 그녀의 진리는 모순으로 점철된 엉터리일 뿐이었지만 알레프가 눈여겨본 것은 그녀의 문학이었다.

 

그녀의 자유로운 영혼을 투영한 듯한 미완결된 소설 <이성적 가족의 발전과 쇠락>,

 

언제나처럼 답을 구해내는 그에게 있어서 좀처럼 감이 잡히지 않는 무언가는 오래간만이었다.

 

그 모습은 진리를 알 수 없음에도 답을 도출하는 자신과 닮아 있었다.

 

알레프는 불현듯 이 문제가 곧 자신을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 열쇠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복잡하고 무의미한 개념이 완결되었을 때 비로소 나의 우주는 새롭게 정립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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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개념을 이해하고 해답을 내놓기 위해 새로운 두 인격이 알레프의 머리를 헤집고 나타났다.

 

그러나 두 머저리의 토론만으로는 진리가 완결되지 않았다.

 

언젠가 그를 통해 답을 구했던 이방인들에게 답례로 받은 마도학 도구를 꺼내들어 수용소의 형태를 한 거대한 실험장을 현상세계에 표출해내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집어넣어 이야기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알레프와 마찬가지로 스스로의 그릇에 갇혀 정신이 망가져버린 그들은 피와 살을 바쳐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낼 것이다.

 

망가진 괴물 알레프에게 윤리의식 따위는 없다.

 

그는 오직 자신을 새로운 우주로 이끌어낸 소녀만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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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리젠이 안되서 심심한지 미쳐버렸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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