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안에게,

편지가 닿을지 모르겠지만, 그냥 써보고 싶었어.
전쟁이 끝난 뒤에도 가끔 네 생각이 불쑥 올라오거든.
마지막으로 네 소식을 들은 게 언제인지 이제 잘 기억이 안 나.
대신 사소한 것들은 또렷해.
우리가 함께 말 타고 언덕 위를 달리던 날들,
언덕에 누워 구름을 보거나, 그냥 말과 함께 쉬던 시간들이 떠올라.

서부 전선에서 한참을 떠돌다가 겨우 살아 돌아왔어.
돌아오니 세상이 너무 조용하더라.
총소리 대신 바람 소리만 들리니까, 그게 또 어색했어.

전쟁 중에 병원에서 아이들을 지키고 있을 때였어.
혼자 재건 병사들과 버티고 있었는데,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이대로 끝나는 게 아닐까 싶었지.
그때 메릴이 나타났어.
그동안 전쟁에 지쳐 도망치고 있던 그녀였는데, 내 옆에서 말없이 싸워 주더라.
지원군이 올 때까지 함께 버티면서, 서로 믿는다는 게 어떤 건지 제대로 알게 된 순간이었어.

전쟁이 끝난 뒤 우리는 자연스럽게 함께 살게 됐어.
결혼도 했고, 딸도 하나 있어.
이름은 마리야.
내가 그리워하던 사람을 떠올리며 지은 이름이야.

마리는 요즘 작은 언덕에 올라 풀밭에 누워 있는 걸 좋아해.
마치 우리가 말 타고 달린 뒤 쉬던 것처럼 말이야.
그 모습을 보면 가끔 네가 떠올라 웃음이 나기도 해.

그래서 문득 궁금해져.

너는 지금 어디에 있을까.
살아는 있을까.
어딘가에서 나처럼 평화로운 순간을 즐기고 있을까.

혹시 이 편지가 닿는다면, 짧게라도 좋으니까 답장을 보내줘.
그리고 말 위에서 언덕을 누비던 기억을 아직도 가끔 떠올린다면…
그게 참 좋을 것 같아.

— 마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