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물 안은 분주했다.
행정 마감 시간이 다가오니 직원들 모두 조급해지기 마련이다.
요원으로써 잔뼈가 굵은 블랙 아이비스도 이런 실정을 잘 알고 있었다.
'보고하기 전에 사무실에 들러야겠어요.'
곁에서 뒤따라오던 양월이 말했다.
아이비스는 어깨 너머로 양월의 양손에 가득 들린 짐 꾸러미를 살펴보았다.
외근 업무를 마치고 오는 길에 구매한 기념품들이다.
임무는 일찌감치 끝냈지만 이렇듯 바쁜 시간에 복귀 타이밍을 맞춰야 서류 절차를 간소화 할 수 있다.
그래서 시간이나 때울 겸, 눈에 밟히는 간식이나 동료에게 줄 선물들을 한가득 쟁여온 것이다.
하긴 신입 생도인 양월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눈치가 보이겠지.
'걱정하지 마, 나는 항상 선물을 넉넉히 챙겨서 나눠주니까. 이러나 저러나 꼬투리 잡힐 걱정은 없어.'
'그럼 뇌물이란 거잖아요..'
아이비스는 키득거리며 순찰자들의 관행을 운운했다.
'똑같이 고생하는 사람끼리 서로 보듬어 주는 거란 말이지. 응?'
그렇게 말하던 아이비스는 옆으로 사뿐히 돌더니 양월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주변의 시선에도 아량곳 않고 볼을 뒷통수에 비벼대는 낯부끄러운 행각에 양월은 몸서리를 쳤다.
'아앗, 자꾸 이러지 마시라니까요.'
상대가 노기를 띠자 아이비스는 잠시 물러났다.
'알았어, 알았어. 대신 보고 마치면 나랑 저녁 먹으러 가야 한다? 내가 쏘는 거야.'
'저녁 먹는건 좋은데요... 메뉴는 역시 정해져 있나요?'
'훠궈가 어때서? 격무에 시달린 날에는 훠궈가 안성맞춤이라고 내가 누누이 말하잖아.'
'계산은 제가 해도 되니까 가끔은 다른 것 좀 먹자구요.'
두 사람은 한참 시시덕거리며 승강기로 향했다.
건물의 규모나 근무 인원에 비해 이곳의 승강기는 다소 좁은 편이다.
그래서 오고 내릴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곤 한다.
버튼을 누르고 문이 닫히자 노후된 장비가 기잉 소리를 내며 흔들렸다.
조용히 상승하는 승강기 내부는 운이 좋게도 두 사람 뿐이다. 다른 동승자는 없다.
아이비스는 여전히 양월을 만지막거리며 흥흥, 콧바람 소리를 냈다.
몰려드는 손길을 제지하던 양월은 문득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입을 열었다.
'선배, 그러고 보니 아까 손은 괜찮으세요?'
아이비스가 이번 임무에서 무리한 건 아니었는지 신경 쓰인 탓이다.
체포 대상은 일명 여섯 손가락이라 불리는 마도학자였다. 위협적이진 않아도 꽤 날쌘 편이라 애를 먹었다.
골목 사이를 이리저리 넘어 다니다 싶더니 갑자기 옆에서 불쑥 튀어나와 양월에게 한방 먹이기도 했다.
아이비스가 곧바로 제압은 했지만, 그러면서 주먹으로 몇 번 쥐어 박느라 손에 찰과상을 입은 눈치였다.
장갑에 가려 보이지도 않고 아이비스도 별로 대수롭지 않아했다.
'괜찮대도, 이 정도는 산재 청구하기도 민망할 정도라고.'
확실히 이런 일에 가장 민감하게 대처할 사람은 아이비스 본인일 터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월은 여전히 뾰로통했다. 아이비스는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참 알기 쉽단 말이지.
'그렇게 신경 쓰이면 직접 확인해볼래?'
아이비스는 자신의 오른손을 양월을 향해 내밀었다.
양월은 그녀를 멀뚱히 바라봤다.
아이비스는 특유의 검은색 가면이 둘러싼 자신의 오른쪽 눈을 감으며 윙크를 해보였다.
양월은 못마땅한 표정으로 머뭇거리더니 들고 있던 짐을 바닥에 내려놓았다.
양월의 시선이 아이비스의 오른쪽 손으로 향했다. 그녀의 기다란 장갑은 벗기기 어려워 보인다.
장갑 끝을 소매 안쪽으로 뒤집어 고정한 탓에 간단히 끄집어 낼 수는 없을 터이다.
양손으로 단단히 붙들고 끄트머리를 잡아당겨 보려고 했다.
표정을 구겨가며 낑낑대는 통에 이를 바라보던 아이비스에게서 간간히 웃음이 새어 나왔다.
양월은 자신을 놀리는 멘티에게 진저리가 났지만 행여 다쳤을지도 모르는 그녀의 손을 너무 쎄게 쥐지 않도록 주의했다.
가죽 장갑을 손가락 끝까지 잡고 내리자 그제야 맨살이 드러난다.
양월은 숨을 한 차례 몰아쉬고 상대의 맨손을 받쳐 들어 가만히 살펴보았다.
약간 빨갛게 부르튼 손에 별다른 상처는 보이지 않았다.
눈에 띄는 흉터가 몇 있긴 했지만 생긴지 오래된 것들이다. 피부가 밝고 연한 탓에 흉터가 부각된다.
'어때? 괜찮은거 같아?'
'네, 그렇네요.'
머쓱해진 양월의 얼굴이 손에서 멀어졌다.
'후훗.'
흉터 투성이 오른손이 양월을 안심 시키듯 살랑거렸다.
목 아래에서 머물던 손길은 쇄골 주위를 두드렸다.
교차하는 손가락들이 마치 걸음을 걷듯이 목 표면을 타고 올라간다. 턱 맡에 다다르더니 손바닥을 모아 뺨 한쪽을 쓰다듬었다.
잠시 경직되었던 양월은 살며시 고개를 기울였다. 이제 막 장갑에서 벗어난 손길은 축축한 수분을 머금었다.
잠깐이니까 괜찮아.
양월은 너울거리는 손짓에 맞춰 볼을 비볐다. 눈을 가늘게 뜨며 흘러드는 감촉을 받아들였다.
부르튼 손등에서 강한 열기가 전해진다. 피가 혈관을 타고 흐르며 온기가 몰려드는게 느껴진다. 신경을 통해 아이비스에게 전해질 통증도 모두 여기서 출발하겠지.
아이비스의 손은 어느덧 양월의 뒷덜미를 두르며 안쪽을 향해 힘주어 당겼다.
그대로 품속에 파묻힌 양월이 놀라서 고개를 들자 한뼘도 안되는 거리에서 양쪽의 시선이 좁혀졌다.
양월은 잠시 망설이며 말했다.
'안돼요.'
서로 간의 숨결이 맞닿았다.
'안된다고 약속했잖아요.'
'그렇지.'
띵!
승강기 벨이 울렸다.
'안된다고 했지.'
아이비스는 그렇게 말하며 뒤로 물러났다. 양월은 서둘러 옷매무새를 다듬었다.
순식간에 멀찍이 떨어진 두 사람은 문이 열리자 차분히 걸어 나왔다.
아무렇지도 않은 듯 표정을 유지했다.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통로를 나아간다.
그러다 양월이 불현듯 멈춰서더니 뒤를 향해 빠르게 뛰쳐나갔다.
이에 아이비스가 돌아보니 승강기 문이 닫히는 중이었다.
바닥에 놓아둔 기념품 꾸러미는 그렇게 문 뒤로 사라졌다.
오 이런 릾소설 조아
쭉 내려서 개추와드 잘 먹을게
쓰읍....하아...후...
어흐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