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비촌(寶比村)의 누아늑(婁雅勒)이 말하였다.
"큰산이 우뚝 서는 것에 까닭없고, 장강(長江)이 흐르는데에 이유없고, 대해(大海)가 땅을 감싸안는 것에 뜻 없으니, 이와 같이 그 일 또한 나와는 관련 없음에 진배 없소."

혹 지나가는 나그네인 나는, 내가 모르는 것이 또 있나 싶어 그녀에게 물어보았다.

"그러나 말 가는 곳에 기(氣)가 있다면 자연스레 뒤따르는 것이 사람의 마음, 이(理)요, 천체의 별이 제 멋대로 움직이지 않고 정해진 법칙에 따라 움직이니, 이 어찌 사람의 행동따위에 이유가 없다고 할 수 있단 말이오? 이는 어불성설(語不成說)에 모순이요, 부조리 이외다."

그녀는 나의 말을 듣고 웃음을 터뜨리니, 봄 매화가 꽃봉오리를 피우는 것과 같은 아름다움이였다.

"물론 그대의 말이 맞소.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나 내 주변에서 그런 일이 마구 벌어지는 것이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음이 맞소. 그러나 그럼에 동시에 그대의 말 또한 맞네그려."

나는 그 말에 또 의문이 들어 말하길,

"그렇다면 앞마을의 량월(良月)처자의 발걸음이 교화(花) (역주 : 개나리꽃) 잎 떨어지는 소리보다 더 작게 움직이며 매 밤마다 찾아가는 것이 느와늑씨의 연유(緣由)가 아니고 귀신의 까닭이라는 말씀이시오?"

나는 곧 또 물어,

"동시에 옆마을 녹어해두(綠於解頭)의 손길이 매 밤마다 목련(木蓮) 닳아 없어지는 것보다 더 빠르게 닳는 것에 신묘한 도술이라도 있는 것이오?"

라 말을 이음에, 느와늑은 웃으며 말을 곧잘하니

"례주비언(例主備言)의 술식은 그것의 본질이 곧 아(我)가 아닌 비아(非我)에 있음에, 들어보시오."

그렇게 말하며 그녀는 그 갸날프고 흰 손가락을 들어올렸다.

"자 보시오, 이 손의 손은 나의 것이나, 이 손톱을 잘라내면 이 뻗어나온 손톱은 누구의 것이 되겠소?"

"그야 대지의 것, 공(空)의 것, 누구의 것도 아니겠지요."

나는 그녀의 말을 지고지순(至高至純)한 마음으로 들었다."

"이와 같이, 나의 설(舌)이 다른 이의 뢰(蕾)에 (역주 : 꽃봉오리, 여기서는 여성의 기관에 비유되었다) 들어간다면 그것은 곧 타인에게 감싸여지니, 나의 것이 아니게 되지 않소?"

"세상 만물은 궁극적으로 주변 환경과 맥락에 따라 일컫어지니,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 또한 그러하오. 그럼에 나에겐 이유가 없는 것이지."

나는 혹 내가 놓친것이 있는건가, 하여 다시 생각해보았지만, 전혀 논리적 모순을 찾지 못해 손가락을 툭툭 틩기고 있을 뿐이였다.

상해(上海)의 블누보지(不累寶知) (역주 : 유저의 뜻을 알고도 보물과 같은 스킨을 팔지 않음, 답답함이라는 뜻)와 같은 마음이요, 신묘하기 그지 없었다.

내가 이러한 답답한 표정을 짓고 있었을까, 느와늑은 한가지를 더 이야기 하였다.

" 뒷 마을에 안안니(眼眼利)라는 처자가 사는데, 그녀또한 나의 신묘한 구술과(口術) (역주 : 입으로 병을 고치는 일) 도술에 사로잡혔다며 종종 밤마다 나를 찾아오니, 도통 알 수 없는 노릇이외다."

"그럼 그게 원인 아니오?"

"아"

신묘한 깨달음의 소리가 주변을 고요히 만들었다.

"아무튼 좋은 이야기 잘 들었소이다. 나는 여하간 우리 블농이(不農李)의 치과치료를 하여야하니 이만 자리를 뜨겠소."

내가 부스스하게 일어나려던 그때였다.

"그대의 통찰력과 혜안에 나의 의문점이 눈녹듯 사라지고, 매난국죽 (梅蘭菊竹)도 비견 되지 못할 기개로 이야기를 나누니, 내 감동하였소. 혹여 다시 시간이 나거든, 그때는 화(枠)마저 시샘할 빛깔의, 입술색을 가까이서 알아보고 싶소."

나는 크게 웃으며, 이리 말했다.

"례주비언(例主備言)의 술책은 천하제일이요, 황하의 으뜸이구나! 내 어찌 거절할 수 있으리오!"

그에 온 립구(立舊) 고을의 보비춘(寶比春)들이 환호하며 서로 부둥켜 안으며 보비임(寶比林)하라 보비임(寶比林)하라고 외치니 여간 축제가 아니였다.



226년 04월 25일.
립구문학 - 이크 무협이 되었어요, 두승배어리(斗升配御理) 지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