싫어. 차갑게 매몰차게 단호하게 내뱉는 말.
그 말에 왜요,라며 몰아붙이듯 말하며 떨리는 손을 뒤로 감춘다.
"내가 싫어서 그러는거에요?"
아, 발도 떨리려고 한다.
신뢰란 서로 믿는다는 뜻이던가. 상호의존은 그럼 신뢰라 할 수 있을까.
아니면 쌍곡선은? DNA는? 쌍둥이 유령은? 그 모든게 서로 상사애정이 되리라고 믿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녀와 나는, 나와 버틴은, 그런 개념이라고 믿었다.
"..."
아무말 없이 눈을 내리까는 그녀. 내가 무얼 잘못했을까.
그녀를 위해 옷도 바꿔입고 백합도 갖춰입고 헤어스타일도 갖췄건만.
"아아, 버틴. 우리의 애칭이잖아요. 안안 리가 싫다면 안안이라고 부르라고요. 그런데 왜. 싫다는건데요."
의미없고 장황한 바람이 스쳐간다. 흔들리는 백합총의 꽃잎은 부득이하게 뜯겨나가지도 않고 비참히 매달려있다.
부르르 떨리기만 할 뿐이지, 누군가를 뒤돌아보게할 향기도, 나무처럼 굳센 줄기도 없이 그저 오도카니 있을뿐이다.
애초에, 서로 맞대면하는 자리조차 어렵게 만들었다.
이상한 여자들이 워낙 많아야지. 하다하다 이젠 쌍둥이 로봇이라니? 그러나 나는 이해할 수있다.
그녀와 나의 시간은 서로 다르게 돌아가기에 거리도 다르게 흘러가니까.
그녀는 타임키퍼니까.
그래도, 그래도
그래도 나의 앞에선 한마리의 사로잡힌 유령처럼 나에게만 보이는 얼굴을 보여주길 원했다.
그래서 백합을 달고 나왔다.
면과 면이 만나면 선과 선, 점과 점보단 더 의미있을 터,
얼굴을 대면한 그녀의 얼굴은, 그러나, 웃고있지 않았다.
"...어."
"네?"
"마주하고 싶지 않았어."
그게 무슨소리일까. 지빠귀가 제소리를 잃고 떨어지고 나뭇잎에 썩어가는 소리보다 더 최악인 소리였다.
스러져가는 갈대를 본적 있는가? 깎여가는 억새를 본적 있는가? 메말라버린 시냇물마냥 말도 안되는 소리였다.
얼빠진 표정으로, 나는 버틴을 쏘아붙였다.
"뭐가, 뭐가요. 뭘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건데요?! 제가 싫어서 그런건가요? 제가 뭘 잘못햇다고 그러는건데요?!"
"그런면이! 그런면이 싫은거라고!"
나는 열심히 했건만, 열심히 사회활동을 하며 여러 사람들과 마주했건만, 꺾이지 않는 백합을 그녀에게 주기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건만 그녀는 나에게 어째서...
무엇이든 했건만 어째서...
"아무리 그래도 그건 심했잖아! 그런걸 누가 바라는건데!"
심하다니. 지독하다.
지독한 짓이라도 사랑이라면 괜찮지 않은걸까?
레이라인이란 학문도 집념의 끝엔 누구도 쉬이 내려치지 못할 봉우리가 되었다고 한다.
한 사람의 짐념이란 지독함과 동시에 냉혹하고, 또 그렇기에 뜨겁고 애처롭지만 강한 것.
나의 사랑도 그렇다. 서로 다른 시간의 끝에 서로 멀어진 거리라면 그만큼의 측량은 숫자로 헤아리기 어려울만큼 크다.
"사랑하니까! 귀신잡는다고 설치는 것보다 당신의 여자인게 더 낫다고! 그걸 위해서... 그걸 위해서..."
"그걸 위해서 그런 짓까지 하는거야?"
"그래! 사랑은 표범과 같아서, 송곳니가 내면에 있는거라구... 나를 돌아보지 않는 그 얼굴을 위해서..."
언성이 높아진 탓일까, 종종 일하는 그녀가 우리사이에 끼어들었다.
"저젖저저... 그... 그만해주세요 안안 리씨, 버틴씨..."
마커스. 유능한 사람이지만 사랑엔 서툰여자.
"도... 도대체 무슨일때문에 그러시는건데요... 치정싸움이라면 어쩔 도리가 없지만 그래도 싸우는건 안... 안좋다고 생각해요..."
시원한 바람이 분듯 분위기가 환기되려던 찰나였다.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어. 안안 리는."
"죄라니? 그건 이해할 수 있는 행동이야."
"넷?! 무 무슨..."
"... 꼭 내 입으로 말하기를 원해 안안 리?"
"응. 나는 잘못한거 없거든."
"저... 저기 도대체 무슨일이... (자허나 먹고 있을걸...)"
떨리는 마커스의 눈동자가 나와 버틴 둘을 바라보고 있을때ㅡ
"속옷."
"네?"
"...."
"내 옷장에서 속옷을 훔쳐서, 자기가 얼굴에 쓰고 다녔어."
"네에?!!?!?!?"
이게 그렇게까지 놀란일이란 말인가.
"백합에 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백합의 우두머리인 내 속옷이 필요했다 그러더라고."
"... 안안 리씨?"
나는 한치의 양심에 대한 죄책감도 없다. 뭐 그럴 수도 있지.
오히려 나는 내 머리카락으로 엮은 속옷을 놔두지 못한게 아쉬웠다. 그것까지 했으면 화룡점정인데.
"나는 잘못한거 없어. 그러게 왜 소네트랑만 놀고 나랑은 안놀아주는건데?"
"안안 리씨..."
"게다가 그 속옷을 등 뒤에 통에 넣고 연료로 쓰려고 했어. 플러터 페이지가 보기전에 윈드송이 겨우 발견해서 신고한거야."
윈드송 그 사람은 내가 나중에 꼭 연구기금 사보타주를 할예정이다.
가난한 학자 유령을 풀어야지.
"..."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커스는 아무말 없이 우리를 바라보는 중이였다.
왜지?
"저... 버틴씨... 안안 리씨..."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그... 서로 백합이나 잘 하시고... 저는 그냥 자허나 먹으러 갈게요... 알아서 하세요... 하 내 시간..."
"에"
"엣"
그렇게 오늘도 가방은 평화로웠다.
속옷 강탈 사건 69번째 일은 이후, 디케에 의해 버틴이 잘못했다고 판단, 백합키스형을 내림으로서 모두가 평화롭게 해결되었다
마커스는 자허를 먹었다.
메다타시 메다타시
끗
일 하기 싫어서 대충 씀
마커스엔딩으로 도피하지말라
애초에 일하기 싫어서 도피하듯 쓴 글이기에 도피엔딩은 당연한 일...
안안=맞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허자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