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로 초췌해진 소네트는 요즘 방에 있어도 편안하지가 않았다.
상황이 그렇게 좋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머릿 속을 가득 메운 고민거리들이 아니더라도 신체적으로 꽤나 피곤한 상태였다.
눈꺼풀이 의지를 벗어나 파르르 떨렸지만 커피나 차를 마시지는 않는다.
좋지 않은 성분을 취하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라, 화학 물질에 의존하는 것이 옳지 않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그것이 소네트였다.
재단의 무기질적인 숙소를 보고 있노라면 되려 농담에 소질이 있었던 어린 시절의 친구들이 떠오른다.
'으, 이게 무슨 숙소야. 감옥이 이것보다는 인간다울텐데.'
아이들은 그런 우스갯소리를 곧잘 주고받았었다. 하지만 소네트는 대화에 끼이지 않았다. 방관하기만 할 뿐.
누군가는 그것을 '병적인 태도'로 취급하였으나, 재단의 상급 인원들이 보기에는 점잖고 어른 말을 잘 듣는 바른 아이였다.
그래서 소네트는 항상 바라보기만 했었다. 그것이 옳다고 배웠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작금의 상황에선 무엇이 옳은지 전혀 기준을 세울 수가 없었다.
어린 시절에 그녀는 소중한 친구가 있었다.
자유로운 친구였다. 따사로운 날씨에는 재단에서 배급하는 옷이 아닌
얇은 셔츠만 입고서 샌드위치와 보온병을 들고 풀밭에 앉아있기도 했다.
그 때가 중요한 점호 시간이더라도 전혀 개의치 않아하는 것 같았다.
모든 기본 욕구를 절제하면서 살아온 소네트에게 그녀는 한 줄기 빛, 또는 감정의 대피소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소네트는 여전히 방관자였다. 가끔 그녀와 대화하고는 했지만 직접적으로 그녀의 편이 되어준 적은 없었다.
그래서 보내주고 말았다.
잣대를 견지하는 것이 몰락의 단초였음을 깨닫지 못한 채,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다.
폭풍우로 사라져가는 아이들. 그 중에서는 소네트의 옆자리였던 아이도 있었으며, 급식을 나누어준 아이도,
병간호를 해주었던 아이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직 한 명만이 남았다.
버틴.
그리고 지금, 소네트의 앞에는 그녀가 누워있다. 가상 몽유의 세상에 붙들려 언제 깨어날지 알 수도 없다.
메스머 주니어는 자리를 비우고 있었다. 이 맘 때쯤 항상 소네트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어서이다.
물론 지시 사항에 어긋나는 행동이었지만, 소네트는 둘만의 시간을 얻기 위해서 약간의 협조를 받았을 뿐이다.
설득에 응해 자리를 비운 것은 주니어의 선택일 뿐이라고 그녀는 자조했다.
그렇기에 병실은 조용하다.
들리는 것은 소네트와 잠든 버틴의 숨소리 뿐이었다.
소네트는 자신이 품은 감정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웠다. 원래라면 원칙을 어기고 버틴을 보러오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방식으로 버틴을 보게 되자 어떠한 감정의 엇갈림이 느껴졌다.
그것은 너무나 난해해서 그녀 안의 규칙성과 규범성을 해치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가 걱정되어 온 것 뿐이야.'
하지만 그녀의 눈은 그렇지 않았다.
마치 까다로운 식도락가가 향락적 취향을 전파하는 것처럼 버틴의 얼굴을 샅샅히 훑어보고 있었다.
한 때의 메시아이자 언젠가 그녀에게 보속을 건네줄 이, 그러나 지금 그 위용은 몰락하여 잔인할 정도로 흩어져 있었다.
소네트는 입술을 달싹였다.
"버틴."
이름을 말하는 소네트는 긴장했다.
그 모습은 그녀가 깨어나기를 바라면서도, 반대로 영원히 잠들기를 기도하는 사람처럼 보였다.
곤두박질치는 심장 소리에서 점차 원초적인 욕망이 비집고 올라왔다.
버틴의 의지를 상실한 듯한 얼굴이 낯설면서도 격렬하게 다가왔다.
그것은 소네트에게 무척이나 두려운 일이었다.
소네트가 생각하기에 주관적, 발작적인 감정은 형식이 삶과의 투쟁에서 무력해지는데 일조하는 자멸의 상징이었다.
그러나 불가능해보였던 '무방비한 버틴'이 현실성을 지니고 본격적인 논의대상이 되자 소네트는 손 끝이 떨렸다.
"내 말이 들리고 있다면 대답해줘."
닳은 양심이 그릇된 방식으로 작용하듯이 소네트는 말을 걸었다. 당연히 대답은 없다.
소네트는 버틴의 머리가 뉘어진 베개에 손바닥을 얹었다. 누에실처럼 부드러운 머리카락이 손가락 사이로 스며들다 흩어졌다.
손은 베개에서 아랫목으로 흘러들어간다. 따뜻했다.
소네트는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정신적인 쾌감을 느꼈다.
하지만 소네트는 그것이 평생을 기피하던 '발작적인 감정'이란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친구'라는 상호 관계의 정의가 점차적으로 흐릿해져갔다.
버틴의 살짝 벌어진 아랫입술을 엄지손가락으로 더듬는다. 문득 배어나오는 날숨에 지문이 습해진다.
손가락을 조금 더 밀어넣자 도톰한 언덕을 지나 단단한 이가 느껴졌다.
소네트의 얼굴이 버틴과 점점 더 가까워진다.
"미안해..."
자그맣게 속삭인 소네트는...
... 문 앞의 인기척에 놀라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소네트, 안에 있어?"
똑똑, 마틸다의 목소리였다.
"...들어오세요."
마틸다 부아닉은 씩씩대며 방에 들어왔다. 다만, 문고리를 돌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이 마틸다님의 시간을 얼마나 빼앗을 생각이야? 증인으로 출두하겠다고 했으면서 여기서 뭐해!"
언뜻 화를 내는 것처럼 보이는 마틸다는 지나치게 얼굴이 붉었다.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소네트는 침묵한 채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가, 겨우 대답했다.
"...지금 갈게요."
그러고는 마틸다의 얼굴을 보지도 않고 슥 지나가는 것이었다. 마틸다는 눈에 띄게 당황해 하다가 소리질렀다.
"뭐, 뭐야. 내가 일부러 찾아와 줬는데 고마워하진 못할 망정!"
"봤구나."
"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네. 마틸다는 너의 품격이 없는 행동에 대해서..."
"들어올 때 문고리를 돌리는 소리가 들리지 않았어. 문이 완전히 닫히지 않았었네."
소네트는 방문 앞에 서서 우두커니 남겨진 마틸다를 돌아보았다.
"부회장님께는 옷을 갈아입고 간다고 전해주세요. 약간 시간이 걸릴거에요."
마틸다는 입을 몇 번 달싹이다가 끝내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어쩌면 우는 소리 같기도 했다. 하지만 소네트는 듣지 못했다.
복도로 나온 소네트는 방금 보여준 비도덕적 자태에 대한 부끄러움이 전혀 생기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평소라면 상상도 못할 저열한 장면을 보여주었지만 오히려 마음은 홀가분했다.
재단의 엄격주의와 기율의 족쇄를 벗어던지자 남은 것은 본능, 또렷할 정도의 의지였다.
소네트는 더 이상 머리가 아프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는지도.
문 풍 당 당
마틸다 곧 감금강간보빔당하고 입막음당하겠네... - dc App
ㅗㅜㅑ
진짜 소네트가 슈나이더 부분 말할때 감정선이 너무 처절하게 다가와서 애잔했음...
버틴 소네트 개꼴류
마틸다 이유있는 1패
해병문학식 농밀 보빔야스 드리프트 없네;;;
아잇 싯팔 마틸다 무슨 짓이야 이걸 끊어? - dc App
이래서 친구녀석이 문예창작과에서 탈주했구나... 천재가 너무 많다고 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