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으으….”

 묵빛 단발의 작은 소녀가, 잃었던 정신을 되찾았다.

 그 소녀는 머리가 깨질듯한 두통에 신음을 흘리며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피었다.

 ‘…어디지 여긴?’

 하지만 워낙에 어두웠던지라, 제대로 주변을 인식하지는 못했다.

 쯧, 하고 혀를 차곤 몸을 움직이려니.

 ‘안 움직여?’

 팔과 다리가 무언가에 꽉 잡혀있는듯 움직이지 않았다.

 아마 구속이라도 당한 모양.

 정신을 잃었던 것도 그렇고, 이렇게 묶여있는 것도 그렇고.

 그제서야 작은 소녀는 누군가가 자신을 납치감금 한 것을 깨달았다.

 ‘하긴, 그렇게나 사람들을 죽이고 다녔으니. 딱히 이상한 일도 아닌가.’

 체념하듯 자신의 상태를 한탄하고. 그대로 한숨을 내뱉는다.

 ‘…뭐, 언젠간 이럴 걸 알고 있었으니까.’

 자신이 보복당해 죽을 것은 언제나 예상하고 있던 바.

 꽤 허무하긴 하지만, 오늘이 죽을 날이라는데 어쩌나.

 그렇게 어두운 공간에서 홀로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이는 찰나.

 벌컥-

 자신의 앞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나며, 갇혀있는 방과는 다른 밝은 빛이 내리쬐었다.

 “일어났나보네.”

 “…!”

 동시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도, 빛이 내리기 시작한 곳에서 말이다.

 “마…스터? 마스터야?”

 “응. 잠은 잘 잤어, 슈나이더?”

 번뜩. 슈나이더라 불린 소녀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떻게… 여기 있는거야?”

 자신은 분명 누군가에게 잡혀 온 것일텐데. 도대체 어떻게 알고 찾아낸걸까.

 그리고, 이 사람은 왜 또 내게 자신의 친절을 베푸는걸까.

 한 번 죽이려고도 시도했던 사람인데. 대체 왜.

 그런 식으로 힐난하는듯한 생각을 하면서도, 눈 앞의 사람이 나를 보러 왔다는 것에 괜히 눈물이 핑 돌았다.

 “납치를 당했었거든.”

 “역시 그랬구나….”

 자신이 속으로 생각했던 것이 맞았음에 떨떠름한 쓴맛이 입안에 감돌았다.

 하지만, 그건 이미 유추해내었던 사실.

 다음으로 속에 생각하던 것을 물었다.

 “혹시, 구해주러 온거야 마스터?”

 “아니.”

 그 물음에 어느정도 대답을 확신하고 있던 슈나이더는.

 “…어?”

 한껏 당황에 찬 얼빠진 소리를 입 밖으로 던졌다.

 “기억이 안 나는거야?”

 “기억이 안 나냐니. 그게 무슨…!”

 설마.

 설마 날 이곳으로 납치한것은….

 슈나이더는 그런 불안감이 가득 찬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 탓에 인상이 절로 찌푸려졌다.

 버틴은 모양새가 웃겼는지 피식 하고 웃음을 터뜨렸고.

 “응. 네가 예상한 게 맞아. 슈나이더.”

 “그게 대체….”

 “드디어, 드디어 가질 수 있게 됐네.”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슈나이더를 흘겼다.

 슈나이더는 순간 온 몸에 닭살이 돋았다.

 저 미친듯한 버틴의 모습에, 어딘가 공포를 느꼈는지 몸을 으슬으슬 떨어댔다.

 이유를 생각할 틈은 없었다.

 그러기 전에 터벅터벅 걸어온 버틴이 자신의 턱을 부여잡았으니까.

 “자, 이제부턴 사람처럼 말하는게 아니라, 짖기만 해. 알았지?”

 “아까부터 무슨….”

 짜악!

 슈나이더가 반항하듯 한 말에, 버틴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말하는 것 말곤 제한하듯 턱을 놓고 뺨을 후려갈겼다.

 “아, 아아….”

 “멍멍, 해봐.”

 “마스터… 왜….”

 짜아악!

 다시 한 번 뺨을 후리는 버틴.

 입의 속살이 이빨과 거세게 부딪혀, 상처가 생겨버린 탓에 입술을 타고 피가 흘렀다.

 얼얼한 뺨의 통증을 느끼던 슈나이더는 속으로 지금 상황을 애써 정리해보려 했지만.

 그게 마음대로 될 리는 없었다.

 “슈나이더, 나는 말야.”

 철썩!

 “내 말을 듣지 않는 애완견은.”

 빠악!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데.”

 퍽, 퍼억! 콰득!

 “그러니까. 그런 생각이 들기 전에, 잘 해야하지 않을까?”

 주먹으로 얼굴을 맞고, 배를 가격당하고.

 바닥에 엎드리니 발로 수차례 밟아버린다.

 그에 피떡이 되어버린 슈나이더는.

 “으, 끄으… 흡. 머, 멍… 머엉….”

 굴욕감을 안고, 개처럼 짖어대기 시작했다.

 “후후. 옳지. 이래야 예쁜 강아지지.”

 손목과 발목이 구속구에 묶여있는 채로, 몸을 바들바들 떨며 필사적으로 짖어대는 슈나이더의 모습이 만족스러웠던 탓일까.

 무표정했던, 아니 조금은 화가 나있는 것처럼 보였던 버틴의 표정이 화하게 바뀌었다.

 “자, 고개 들어.”

 꿈틀-

 일어날 여력이 없어서 그런지 잠깐의 시간을 망설이자.

 버틴은 다시 얼굴을 구기며 작게 읊조렸다.

 “아직 교육이 덜 됐나?”

 그에 반응한 슈나이더가 곧바로 상체를 일으켜 세웠다.

 “고개만 들라고 했는데. 뭐… 이 정도는 봐줄게.”

 그 모습에 흡족한 버틴이 흐흥, 하고 웃음소리를 흘렸다.

 버틴은 처량하게 자신을 쳐다보는 슈나이더에게 다가갔다.

 그러고선 다리를 접어 쪼그려 앉고, 눈을 맞추었다.

 “이거, 풀어줄까?”

 끄덕-

 버틴의 물음에 간신히 고개를 끄덕인 슈나이더가 거칠게 숨을 쉬었다.

 버틴은 씨익 웃어보이곤, 품에서 열쇠를 꺼내 슈나이더가 차고있는 구속구들의 잠금을 풀었다.

 “이제 편하지?”

 슈나이더는 그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지금 슈나이더는.

 ‘…지금이다!’

 버틴을 공격하기 위해 덮쳤으니까.

 “어이쿠.”

 꽤나 놀란 듯 넘어진 버틴은 올라타있는 슈나이더를 보며 말했다.

 “당하는 쪽엔 그다지 관심 없는데… 아니지, 그만큼 주인을 좋아한다고 여겨서 기뻐해야하려나?”

 상당히 실없는 소리였다.

 슈나이더는 그 뻘한 헛소리에 잠시간 버틴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지만, 그것보단 지금 일이 먼저였다.

 주변을 둘러보니 아까와는 다르게 빛이 있어 공간을 인지하는게 가능했다.

 그렇게 한참을 더 둘러보다가, 근처에 널브러져있던 칼을 발견하는 슈나이더.

 그대로 그것을 주워 버틴의 목에 꽂으려던 찰나.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네.”

 버틴이 슈나이더의 가녀린 손목을 잡았다.

 아까 얻어맞은 것 때문에 몸의 부담이 컸던걸까. 슈나이더는 아무런 움직임을 취할 수 없었다.

 ‘제발, 제발 움직여… 제발!’

 속으로 아무리 외쳐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다.

 그런 슈나이더를 가만히 쳐다보던 버틴은 칼을 뺏어 던져버리곤.

 “아무리 그래도 우리 강아지가 이렇게까지 사리분별을 못할 줄은 몰랐어.”

 언짢은 표정을 한 채, 슈나이더를 밀쳐내었다.

 그 다음 몸을 툭툭 털고 일어나더니.

 “다시 교육해야겠네.”

 멍한 상태가 되어 가만히 버틴을 올려보던 소녀를 발로 후렸다.

 엎어져버리는 슈나이더와 그걸 밟는 버틴.

 분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지, 가면 갈수록 강도가 거세진다.

 그에 버티지 못한 슈나이더가 애처롭게 말해보지만.

 “재, 재성합니… 우욱, 살려주세혀어…!”

 “사람 말 하지 말라 그랬지?”

 “아악! 멍, 멍멍! 멍… 후읍!”

 이미 들을 생각은 없는 것처럼 더욱 강한 체벌을 내렸다.

 몇 분 뒤.

 “후우, 이제 좀 정신 차렸으려나?”

 한껏 개운해진듯한 버틴이 바닥에 꺽꺽거리고 있는 소녀를 내려다보며 혼잣말했다.

 다시 쭈그려앉고서, 머리채를 잡아 눈을 마주친다.

 몸이 온통 피와 멍으로 얼룩져진 소녀는, 아무런 반항도 못한 채 그걸 받아들여야했다.

 “자, 이제 안 나댈거면 말해봐.”

 “….”

 “안 해?”

 슬쩍 올라가는 버틴의 손을 목격했는지, 슈나이더가 다급히 목소리를 내었다.

 “멍, 멍… 끼잉.”

 “옳지. 이쁘다. 앞으로도 말 잘 들어야 해?”

 “끼잉… 흐으, 멍멍….”

 쓰라린 뺨을 쓰다듬는 버틴의 손에, 슈나이더는 순간적으로 표정을 찡그렸다.

 버틴은 그에 개의치 않고 뺨을 계속해 쓰다듬었다.


 슈나이더는 조용히 그것을 받아들였다.

 이미 이곳에서 벗어나기는 포기했기 때문일거다.

 “자, 평생 여기서 같이 지내자. 영원히 말야.”

 그 말에, 슈나이더는 좌절을 느꼈지만.

 아무에게도 그걸 토로할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지라.

 묵묵히 체념하고, 처량하게 짖을 뿐이었다.



(얘네 보면 볼수록 이런거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써봄. 캐릭터 성격 안 맞다고 느낄 수도 있으면 미안하다... 그냥 넘어가 조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