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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틴. 당신에겐 재능이 있어요.”



  목소리에 반응해 버틴이 고개를 돌렸을 때, 테넌트는 웃고 있었다. 

  늘 그렇듯, 철저히 계산된 미소. 눈 앞의 여심을 사로잡겠다는, 그 일념 하나로만 설계 된 빈틈 없는 얼굴.

  버틴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자 테넌트는 두 손을 마주 비비면서 재빠르게 덧붙였다.



“아, 물론 여기서 말하는 재능이란 ‘폭풍우’에 관해서가 아니랍니다. 지금 그런 건 아무래도 좋죠. 제가 지금 말하고 싶은 건…… 당신이라면, 아시겠죠?”

“잘 모르겠는데.”

“당신은 저와 같다는 말이에요. 버틴, 당신은 여성을 유혹할 ‘선수’의 자질을 타고났어요.”



  테넌트가 은근슬쩍 다가와 버틴의 턱을 지긋이 들어올렸다.

  잿빛 눈동자가 테넌트의 것과 마주치자, 그녀는 다시금 전율할 수밖에 없었다. 오똑한 콧날. 일자로 다문 입술. 환한 피부톤. 그 모든 것을 가졌음에도 만족을 모르고— 냉정한 듯 뜨거움을 품은 아름다운 눈동자까지 있다니. 


  지금껏 수많은 여성을 가까이 한 테넌트였지만, 버틴에겐 일찍이 느끼지 못 한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다. 자신의 타고난 ‘도전 정신’을 자극하는 무언가가.


  그것을, 자각도 못 한 채 썩힌다고?

  테넌트로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였다.



“……난, 당신과 달라. 테넌트.”



  테넌트의 속내를 읽은 것인지, 버틴은 경직된 미간으로 상대를 응시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겠어. 당신이 말하는 재능이라는 것도. 하지만— 나는, 적어도 사사로이는, 타인의 마음을 희롱하지 않을 거야.”

“희롱이라니요. 말투가 너무 부정적이신데요?”

“본인의 평소 행실을 되돌아봐.”

“하하— 이런.”



  버틴이 손을 뿌리치자, 테넌트는 또다시 숙련된 배우처럼 어깨를 으쓱였다. 유감, 이라는 한 단어가 그 제스쳐를 통해 직접적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테넌트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이 정도로 포기해서야 어떻게 ‘선수’로 먹고 살겠는가?


  이번에 테넌트는 조금 물러서기로 했다. 버틴과의 거리를, 조금씩, 조금씩 벌리면서 창가로 사뿐히 다가갔다. 그곳에는 꺾은 장미가 있었다. 물을 머금은 덕에 아직은 싱그러운 장미.

  테넌트는 장미 중 하나를 골라 손에 들고, 목소리를 몰래 가다듬고,

 


“하지만…. 너무 부정적으로 표현하지는 말아요.”



  언뜻 애처롭게 말하는 것이었다.



“저 또한 살기 위해 이 ‘재능’을 개화할 수밖에 없었으니. 아시죠? 혼란한 시대. 저는 저 나름의‘폭풍우’를 해쳐나오기 위해 기술을 연마한 거라고요.”

”폭풍우….?”

“버틴. 이 주제는 타임키퍼인 당신과 결코 무관하지 않아요.”



  디크레센도에서 크레센도로.

  테넌트는 마치 아리아처럼 읊조리며 버틴의 곁으로 다가갔다.



“생각해 봐요. 당신이 제게 내비치는 그 차가운 태도. 매력적이기는 하지만, 아군을 끌어들이기에는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요?”

“……”

“세상을 사는 데에는 기술도 필요한 법이랍니다. 타임 키퍼, 당신 자신과, 그리고 당신의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나의 사람을 위해서.”


  

  버틴의 완고했던 미간이, 조금 풀어졌다.

  됐다. 반응이 있는걸?

  일부러 진지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테넌트를, 버틴은 찬찬히 살폈다. 

  짚이는 데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파벌 싸움. 표결. 정치……



“……확실히, 처세술을 익힐 필요는 있겠지.”

“역시 타임 키퍼님. 현명하십니다.”


 

  활짝 핀 테넌트의 얼굴에, 그러나 버틴은 망설이면서 말했다.



“하지만 테넌트. 난 당신 같은 매력은 없어. 당신처럼 키가 크지도 않고, 화려한 말솜씨도 없고……”

“괜찮아요! 그 점은 걱정하지 말아요. 당신은 이미 많은 것을 가졌으니, 조금만 더 손을 보면 된답니다.”

“어떤….. 식으로?”



  테넌트는 가져온 장미를 버틴의 외투 주머니에 손수 꽂아주었다.

  웃음이 절로 흘러나왔다. 지금 테넌트의 웃음은, 계산된 것이 아니었다.

  목적을 달성한 것. 귀한 원석을 손에 넣은 것.

  


  그 모든 것에 기뻐하며, 테넌트는 버틴의 양 어깨를 살며시 감쌌다.



“자, 그럼.”



  원석을 제련할 시간이다.

  테넌트는 숫처녀의 귓가에서 프로답게 속삭였다.



“—우선, 당신에게 꼭 맞는 향수부터 같이 찾아볼까요?”











  그 순간, 테이블에 모인 모든 마도학자들이 전율했다.


  릴리아의 오랜 숙취가 깨고, 드루비스의 머리카락이 붉은 빛을 띠었으며, 이터니티의 수명은 10년 정도 줄었다.

  

  물론, 본 회의의 주제인 빡빡한 예산안 탓은 결코 아니었다. 모두가 얼어붙은 그 순간 예산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어찌보면, 전율한 마도학자 중 한 명, 회의를 진행하던 주황머리 아가씨의 이름 탓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소네트.”


  

  전에 없던 감미로운 목소리.

  

  오므린 혀와 입술로 공기를 통제하면서 So-, 혀끝을 앞니에 대고 끊으면서 -net-, 가볍게 터뜨리며 -to.

  런던 브릿지와 같은 억양과 템즈강의 꾀꼬리와 같은 목소리로, 소-네-트.

  

  그것은, 설령 이름이 ‘소네트’가 아닐지라도, 여성이라면 반응할 수밖에 없는 강력한 마력.

  좌중의 모든 눈이 회의 중에 들어온 그녀에게 쏠리는 것도 어쩔 수가 없었다.

  타임키퍼, 버틴에게로.


  게다가, 버틴의 흑마술은 그뿐만이 아니었으니.



“늦어서 미안. 일이 있어서.”


  

  마치 전형적인 이탈리아인처럼 소네트를 뒤에서 껴안는 버틴.

  그대로 뺨을 맞대고는, 슬쩍 미소 짓고, 심지어는 고개마저 까딱이는 것이었다.


  여심을 홀리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몸짓.

  테넌트나 할 법한 수작을 버틴이— 그 버틴이.

  

  분위기가 오묘해졌다.



“……어, 어라.”



  버틴의 기민한 직감이 이상을 감지했다.

  터질 듯한 공기를 피부로 느끼고는 소네트를 안았던 팔을 푸는 버틴.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귀와 뺨을 붉히며 변명했다.


“미, 미안. 소네트. 내가 잘못했어. 갑자기 안아서 싫었지? 이게 아닌데…… 테넌트랑 같이 있다 보니까 이상한 영향을 받아서…… 어……?“



  버틴은 한 걸음 더 물러나야 했다.

  아니, 그대로 두 걸음, 세 걸음 더 물러나야 했다. 무언가 일이 단단히 꼬였음을 확신했다. 소네트를 필두로 한 여성 마도학자 일동이 자리에서 일어나 일제히 접근했기 때문이다.

  뚜벅뚜벅. 휘청휘청.

  그대로 회의실 구석까지 몰린 버틴.

  그런 그녀에게, 군단 중 가장 앞장 선 소네트가 대표로 침묵을 깼다.



“버틴.”



  타임키퍼, 가 아닌 버틴.

  이름을 불린 버틴은 식은땀을 흘렸다. 본인에게 쏠린 무수한 눈빛이, 질투에 미친 여자의 그것이었으므로.

  소네트가 말을 이었다.



“테넌트 씨랑 같이 있었어?”

“어..? 응. 할 얘기가 있어서. 잠시…”

“그럼 이 코를 찌르는 향수도 테넌트 씨가 선물한 거고?”

“……”

“버틴.”



  버틴은 그저 작은 날갯짓을 연습했을 뿐이었다. 테넌트에게 전수 받은 날갯짓을.

  왜 몰랐던가?

  본인의 타고난 날개가, 폭풍우를 부르는 나비의 것이었음을.

  

  수많은 여성에게 둘러싸인 버틴은 마지막으로, 이 한 마디를 들었다고 한다.



“테넌트랑 같이— 뭐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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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즈 감성이긴 한데 혹시 몰라서 여기에도 올려봄

읽어주는 사람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