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양방향성이라는 개념은 참으로 모호한 것이다.

"어제는 돌아오지 않는다' 라는 말을 의지를 다지기 위한 격언처럼 사용하는, 시공간 역학에 대해 무지한 이들에게 있어서 시간은 오직 앞으로만 흘러간다. 이들에게 있어 시간이 주는 피해란 기껏해야 나이를 먹거나, 늙어 죽거나, 낡고, 썩고, 분해되어 먼지로 사라진다는 종류의 진부한 상상이다.

이들이 인지하는 것은 오직 해가 지고 뜨는 것 뿐이다. 계절이 바뀌고, 꽃이 피고, 낙엽이 떨어지고, 눈이 쌓이는 순환을 반복할 때마다 하루하루 늙어간다는 모호한 정보의 파편뿐이다. 하지만 훈련을 받은 시공술사는 이 모든 것이 단순한 시각적 껍데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 댓가로 얻는 것은 역설의 힘이다.

과거는 정지되어 있으며, 미래는 불확실하다. 모두가 앞을 향해 흐르고 있다고 굳게 믿는 시간이라는 개념은 완전한 허구이다. 오직 현재만이 움직인다. 시간이라는 개념의 실체는 현재의 연속이며, 실타래며, 우리가 보는 현실은 수많은 실타래들이 엮어 짜여진 하나의 큰 천이다.

그렇다면, 미래를 본다는 것은 현재의 사건으로부터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결과로부터 가장 가능성 있는 결과를 취사 선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지금 내 위치로부터 남쪽 방향으로 약 100보 떨어진 아름드리 나무 뒤에서 이쪽을 겨냥하고 있는 활이 있다면, 가장 가능성 높은 결과는 나를 쏘는 것이다.

가지에 앉아 있던 새들이 화급히 날아올랐다. 동시에 바람을 찢는 소리와 함께 화살이 쏘아졌다.

이로써 '활이 겨눠졌다'라는 현재의 결과가 확정되고, 고정된 과거가 되었다. 남은 것은 시공간의 실타래를 풀어서 과거를 읽는 것이다. 저격수의 정체는 탈로레 여성이며, 나이는 약 삼백 팔십 살. 샤투르 출생. 80년 전 성인식을 치뤘고, 그날 밤 머리카락을 잘라 가지고 있는 활의 활줄을 만들었다.

목젖을 정확히 겨냥한 것을 보니 마법사를 상대하는 법을 아는 궁수이다. 스트랄라이트 화살촉의 표면에는 동굴 거미에게서 짜낸 마비독이 발라져 있고, 반나절 전 마법사를 저주하는 의식을 세번 치뤘다.

느슨해진 현실의 천 사이로 화살이 지나간다. 아마 과거나 미래에 이 자리에 서 있던, 그리고 서 있을 누구는 아닌 밤중 날벼락 격으로 눈먼 화살을 맞을 것이다. 이로 인해서 미래에는 오차가 생기겠지만 - 감수할 만한 위험이다.

두발, 세발째의 화살이 날아온다. 현실의 천을 잡아당겨서 시간을 멎게 하고, 오른쪽으로 세 걸음을 걸어서 화살을 피한다. 정지된 시간 속에서는 아무도 인식하지 못함에도, 규칙적인 발걸음을 내딛는건 모든 시공술사의 공통된 버릇이다. 불필요한 작은 달음박질이 세계의 반대편에서는 폭풍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타래를 헤집어 올라가 눈 앞의 저격수에 이어진 실 한 가닥을 찾는다. 가닥을 구별했다면, 남은 일은 적절한 선에서 끊어내는 것 뿐이다.

갓 입문을 마친 풋내기 시공술사들은 과거의 사건들을 현실에 통합하는 것을 꿈꾼다. 스펠블레이즈의 유성을 떨어트리거나, 황혼의 시대에 횡행했던 전염병 섞인 바람을 불어일으키는 등의 무모한 일은 시간 가닥을 다루는 법을 막 배운 초보자 시절 누구나 꿈꿔 본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벌어질 미래의 어그러짐을 생각한다면 절로 몸서리가 처지게 된다. 최선의 경우에는 역사의 일부가 수정될 것이며, 최악의 경우에는 시공간의 실타래 속에 기생하는 시간 약탈자들의 좋은 먹잇감이 될 것이다.

그러므로, 실을 끊어내는 방법은 가능한 한 깔끔하고 간결해야 한다.

세계의 시간이 멈춘 아주 짧은 순간, 381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다. 부푼 배를 감싸안고 계단을 내려오는 탈로레 여성이 보인다. 네 번째 화살이 걸린 시위를 막 놓으려고 하는 궁수와 아주 닮은 얼굴이었다.

그녀가 막 발을 디딘 계단 표면에 십년, 아니, 이십년의 시간이 지나게 한다. 발이 미끄러질 정도로 표면만 닳게 할수 있다면 충분하다.
만삭의 탈로레는 순간 휘청이다, 비명소리와 함께 계단 아래로 떨어져내렸다.

실이 끊어지고, 남은 실가닥들이 다시 엮여 역사의 태피스트리를 완성했다.

과거의 메아리가 현실에 울린다.
시간이 다시 움직인다는 신호다.

세 걸음 떨어진 왼쪽에 픽, 픽 하고 화살 두 발이 꽃혔다. 화살이 날아온 방향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아름드리 나무 밑에는 아무도 없었다.

나무 가지에 앉은 새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유유자적 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