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iewimage.php?id=3fb1d92de0&no=24b0d769e1d32ca73dec87fa11d0283123a3619b5f9530e1a1316068e0daca0cb3d1f3f0955aa1425b037ca60dc3abb562edcdc0056314998d54b2c00385c745


[가르쿨의 전설 (5)]


제5장: 쓰러지는 영웅


"진정한 전사는 결코 죽지 않는다. 전장에서 쓰러질 순 있지만, 따르는 자들을 고무시키기 위해서 쓰러지는 것이다. 전사는 그들의 찌르기 하나하나에, 쳐내기 하나하나에, 그리고 무기 하나하나에 살아 숨쉬고 있다. 그의 이름으로 피가 흩뿌려지는 한, 전사는 불멸이다."

- 포식자 가르쿨


가르쿨은 적의 본거지인 남쪽 나르골 왕국을 치기 위해 병력을 모았다. 수많은 병사들이 긍지를 건설하기 위해 동쪽 대륙으로 가 있었기 때문에, 그가 모은 병력은 이제까지에 비하면 부족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는 너무 늦기 전에 하플링들의 저항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는 소규모 교전을 치르면서 신중하게 남쪽의 도시로 진격했다. 중심 도시가 가까워지자 일만을 넘는 하플링 군대가 부대별로 모여서, 자신들의 왕국을 지킬 태세를 마친 것이 보였다. 가르쿨에겐 병사가 오천 남짓밖에 없었지만, 그는 자신의 군사들 쪽이 저들보다 훨씬 더 강하며 전략전술을 잘 활용하면 쉽게 이길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다소 불안함을 느껴, 신중하게 전진했다.


오크 군대는 경작지에 도착했고, 하플링 군대는 그 맞은편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가르쿨은 근처 땅을 주의깊게 살펴봤지만, 하플링의 투석꾼들이 공격을 시작하자 더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걸 깨달았고, 공격 명령을 내렸다. 전사들이 적들을 향해 돌격하였고, 마법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그러나 병사들이 적들에게 다다르자, 갑자기 발밑의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땅이 갈라지면서 전사들은 뒤로 밀려났고, 그 틈에서 육중한 손이 솟아나더니, 곧이어 거대한 머리도 튀어나왔다.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괴물이 땅에서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바로 거대 골렘 아타마쏜이었다. 몸통은 대리석이었고 연결부는 보라툰이었으며, 수천 개의 루비로 만들어낸 눈동자에는 비할 바 없이 강력한 힘이 깃들어 있었다. 하플링의 연금술사들이 비밀리에 오랜 시간을 들여 만들어낸 것이었다. 전략가들은 신중하게 소규모 교전을 유도하여 가르쿨의 군대를 이곳으로 유인해, 자신들의 경이로운 병기를 선보일 순간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오크 병사들은 골렘 앞에서 무력했다. 무기로 단단한 발을 몇 번을 내리쳐 봐도, 흠집도 나지 않았다. 마법사들이 가슴팍에다 화염과 얼음을 쏘아 봐도, 튕겨 나갈 뿐이었다. 그러자 하플링 연금술사들이 나서서 골렘에 에너지를 집중시켰고, 골렘의 루비 눈이 밝게 빛나더니 화염의 광선을 쏘아내어 오크 병사들을 불살랐다. 골렘은 앞으로 전진하기 시작했고,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전사 한 무리를 짓밟으며 눈에서 광선을 쏘아 마법사들을 찢어 버렸다. 연금술사들도 이제 폭탄을 던지기 시작했고, 투석꾼들도 끊임없이 사격을 하며 엄청난 난장판이 벌어지게 되었다.


가르쿨은 병사들의 대열이 무너지는 것을 보았고, 자신의 군사들만으로는 저 신무기를 결코 쓰러뜨릴 수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늑대기수들에게로 달려가 가장 큰 놈 - 크기가 3미터를 넘는 와르그를 골라잡고, 곧바로 올라타고서 돌격했다. 그는 늑대를 타고 거대 골렘을 향해 곧장 질주하여, 그 괴물의 거대한 몸통을 향해 뛰어들었다. 골렘이 육중한 주먹을 휘둘러 와르그를 산산조각냈지만, 가르쿨은 그 직전에 점프하여 골렘의 머리를 붙잡았고, 도끼를 꺼내 루비 눈 하나에다 휘둘러 산산조각냈다.


그러자 골렘이 양손으로 가르쿨을 붙잡았고, 그의 도끼는 땅으로 떨어져 버렸다. 아타마쏜은 대리석 손으로 위대한 오크의 팔다리를 꽉 잡고, 몸통에서 뜯어내려고 했다. 그러나 가르쿨은 온힘을 다해 골렘의 괴력에 저항했고, 조금씩 골렘의 주먹을 앞으로 비틀어서 그 괴물의 머리가 점점 가까워지게 만들었다. 대리석으로 된 이마가 충분히 가까워진 순간, 그는 박치기를 날렸고 그의 강철 투구가 단단한 돌과 부딪혀, 찢어질 듯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골렘은 잠시 휘청였고, 가르쿨이 다시 한 번 박치기를 날리자 강철 투구가 아예 찢겨져 나갔다. 자신의 머리를 믿고 한 번 더 날리자 정수리 쪽에 깊은 상처가 났다. 하지만 골렘의 단단한 대리석 머리도 움푹 패였다. 또 다시 박치기가 작렬하고, 곧바로 두 방 더 들어가자 골렘의 머리가 깨져 나가기 시작하면서, 아타마쏜은 무릎을 꿇었다. 가르쿨은 피투성이가 된 머리를 하늘로 치켜들고, 우렁찬 포효와 함께, 최후의 일격을 날렸다. 이마가 딱딱한 대리석과 부딪혀, 산산조각난 것은 골렘의 머리였다. 골렘은 무너져 내렸고, 가르쿨도 함께 쓰러졌다. 이것이 거대 골렘 아타마쏜의 최후였고, 이것과 견줄만한 병기는 두 번 다시 등장하지 않았다.


하플링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오크 군대는 궤멸되었지만 자신들의 강력한 병기도 파괴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고 나서 놈들은 아타마쏜의 잔해로 달려갔고, 그 안에서 무언가가 움직이는 것을, 포식자 가르쿨이 일어서는 것을 보았다. 그의 머리는 상처투성이에 피범벅이 되어 있고, 양 팔도 심하게 멍이 들어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도끼를 움켜쥔 채로, 만면에 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는 이제 혼자 남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골렘과 사투를 벌이는 동안 남은 병력들이 전부 쓸려나갔기 때문이다. 그들은 훌륭하게 싸웠지만, 여전히 지금 눈앞에는 일만은 족히 되는 병사들이 남아 있다. 하지만 그는 진정한 전사였기 때문에, 전장에서 넘어설 수 없는 적들을 마주하고 있을 때 가장 행복한 자였기 때문에, 환희에 찬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뛰어들었다.


그가 하플링 병사들을 뚫고 지나가자, 지나온 길에는 시체가 쌓였다. 그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공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도끼를 휘둘렀다. 수많은 두개골을 쪼개고, 갑옷과 살점과 뼈를 베어냈다. 놈들이 무기를 붙잡으려 하면 주먹질로 날려버리거나 목을 물어뜯었다. 그는 적들 사이로 춤을 추며 한껏 웃어제꼈고, 놈들의 상처에선 피가 솟구쳐 그의 얼굴로 쏟아졌다. 그의 손에 수백 명이 쓰러졌고 마침내 움켜쥔 도끼에 금이 가고 부서져 버렸지만, 그는 남은 도끼자루로 똑같이 베고, 으깨고, 날려버렸다.


그러자 연금술사들이 폭탄을 던져 그의 피부를 그을렸다. 궁수들과 투석꾼들도 그를 쏘아 맞혀, 화살이 살을 파고들었고 멍이 들었다. 하지만 가르쿨이 막강한 포효를 지르자, 날아오던 화살과 탄환들은 가루가 되었고 발밑의 땅이 갈라졌다. 그는 근처의 시체에서 두 자루의 도끼를 주워들고, 적들에게 달려들어 양손으로 난무를 가했다. 하플링들이 그를 둘러싸고 온 사방에서 일제히 공격했으나, 그는 광란에 휩싸인 채로 계속해서 싸워나갔다.


그러나 영원히 싸울 수는 없었다. 날카로운 검에 다리를 꿰뚫렸고, 폭탄에 맞아 눈을 잃었으며, 그럼에도 계속해서 싸워 시체들을 남기며 나아갔지만, 이젠 온몸이 피범벅이 되었다. 그가 움켜쥔 도끼들은 전부 금이 가고 날이 나갔으며, 이제 그것들을 몽둥이처럼 쓰게 되었다. 몽둥이들을 병사들에게 휘두르던 그의 움직임은 점차 느려지다가 결국 멈추게 되었고, 연금술사들은 그의 시체가 숯덩이가 되서 더는 움직이지 않게 될 때까지 폭탄을 퍼부었다. 그렇게 포식자 가르쿨은 일만이 넘는 시체들이 널부러진 땅에 우뚝 서서, 여전히 무기를 잡고 있는 손을 머리 위로 치켜든 채로 죽었다. 하플링들은 남은 병력의 수를 세 보았고, 전투에서 살아남은 건 고작 수백 명 뿐이었다.


우리 군대는 위대한 지도자의 공백을 메울 수 없었다. 전쟁은 계속되었지만, 전략전술의 부재로 패색이 더욱 짙어질 뿐이었다. 마침내 다른 종족들의 반격으로 우린 고향 땅까지 몰리게 되었다. 하지만 가르쿨의 혼은 우리 모두에게 남아 있고, 그의 가르침 또한 우리의 정신과 가슴에 새겨져 있다. 훗날 우린 그가 태어난 땅으로 돌아와, 그가 시작했던 영광을 이어받아 끝마칠 것이다. 마즈'에이알은 우리의 것이 되리라.


ㅇ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