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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상: 샤쉬'카이쉬]


박물학자이자 탐험가였던 샤쉬'카이쉬는 말'록이 푸르렀던 시절에 에이알로 수없이 여행을 다녔다.  그녀가 쉐르'툴의 그림자 속에 숨어 살던 수많은 흥미로운 종족들에 대해 기록한 일지들은 우리 동족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으며, 그녀는 그 가엾고 미개한 생명체들을 진실로 사랑했다.  차원문 연결망이 파괴되었을 때 그녀는 동료 두 명과 함께 에이알에 갇혀 버렸고, 이후 오랫동안 죽었거나, 동족을 배신하고 에이알의 토착민들과 함께 자신의 고향에 맞서게 되었으리라 여겨졌었다.  어느 쪽이든 간에, 우리가 에이알의 궤도 상에 도착했을 때에는 평범한 자라면 이미 수명이 다했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지난 뒤였다.  하지만 얼마 뒤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처음 보는 로브를 입은 에이알인 몇몇이 우리가 오늘날까지도 해석하지 못하는 마법을 사용하여 우리 대륙에 나타나, 자신들은 샤쉬'카이쉬에게 충성을 맹세했으며 우리의 실험체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던 것이다.  그때부터 그런 포로가 되고자 하는 이들이 주기적으로 오고 있다.  슬프게도 그 포로들은 생각만큼 큰 도움이 되지는 못했는데, 그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온몸의 정수가 전부 빨려나가 죽기 직전의 상태였고, 내장에서 출혈이 일어나고 있는 경우도 적잖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 가끔씩은 신경계가 재구성되어 고통을 쾌감으로 느끼게 된 자들도 있었는데, 이런 자들 때문에 더 나은 형벌 방법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우리의 시도가 몇 번 좌절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협조적이면서 머릿수도 많아, 꽤 유용하다.  샤쉬'카이쉬가 여전히 살아 있다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만약 살아 있다면 그녀의 충성심은 확실하다고 단언할 수는 있을 것이다.


아래쪽에 짤막한 메시지가 새겨져 있습니다.


귀엽네.  이건 그대로 둬야겠어.  

-S.



[악마상: 키릴-페이얀]


이 석상에 새겨져 있던 글은 모두 지워졌습니다.  글이 새겨져 있던 부분에 어떤 쪽지가 하나 붙어 있습니다.


안녕, 에이알인들아.  여기 있었던 글은 너희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을 거야. 그가 박물학자로서 세웠던 업적이며, 불가사의한 실종이며, 아아아아주 길게 적혀 있었거든.  그 대신에, 내가 너희가 알아야 할 것들을 이야기해 줄게.


키릴-페이얀은 내 연인이었고, 우린 지식에 목말라 왈록이라는 친구와 함께 에이알에 왔었어.  정말 알찼었고, 우리가 수많은 너희 원시 종족에 대해서 기록했던 것들은 우리의 세상에서 대인기였지.  혹시나 해서 말해두지만 이걸로 우쭐하지 마. 너희는 열등했기 때문에 인기가 있었던 거니까.  그렇게나 막강하고 또 똑똑했던 쉐르'툴의 행성에 왜 이제 막 봉건 사회에서 벗어난 야만족들이 살고 있었을까?  너희가 짓는 죄는 정말 사랑스러웠고, 너희가 저지르는 실패는 우리만 보기가 아까울 정도였지.  그래서 에이알에 갔던 거고, 또 쉐르'툴이 사라진 이유가 궁금했던 것도 있었어. 그런데 오닉스의 아이 하나가 말'록의 차원문에서 나타나서, 그걸 바로 꺼 버리고 소리치길, 에이알 때문에 말'록이 끔찍한 꼴을 당하게 될 거라는 거야.  우린 너희가 그럴 능력이 안 된다는 걸 알고 있었고, 그래서 우리끼리 그 답을 찾기 위해 나섰지. 키릴-페이얀과 난 언제나처럼 인간 마법사로 변신했고, 왈록은 바다에 이상한 게 없나 확인하러 갔어. 우린 며칠 뒤에 다시 모이기로 했지.


우리는 평소처럼 지하에서 나왔는데, 바로 깜짝 놀랐어. (그렇게까지 위험해 보이진 않긴 했지만) 화염 폭풍들이 에이알을 휩쓸고 있었거든.  그런데 그것보다도 더 놀라웠던 게, 분노에 차서 몰려오는 소작농 무리였어. 우리가 하필 마법사의 모습을 골라서, 그걸 보고 몰려온 거야. 너희 에이알인들은 아는 게 없었으니, 이 난장판을 다 마법사 탓으로 돌리기로 한 거였지.  우린 도망치려 했지만 성난 군중들은 사방에서 몰려왔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린 포위당했어.


난 곧바로 묶여서 움직이지 못하게 됐고, 그 사람들은 히죽거리면서 위협을 하긴 했지만 군중들이 떠드는 소리에 묻혀서 뭐라고 말하는지는 못 들었어.  맞서 싸우려면 싸울 수 있었지만, 위험할 때만 나서자고 되뇌었지. 그 당시에 난 에이알의 사람들이 정말 마음에 들었었고, 저 사람들은 자기들이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고 믿고 있었으니까.  내 머리 위쪽에서 불기둥이 솟았었으니까, 내 연인은 인내심이 부족했었던 것 같아. 불기둥이 꺼지고 군중들이 사라지기 시작하자, 난 왜 그가 그렇게까지 난폭하게 싸웠는지 알게 됐어.  그는 정말 심하게 다쳤었고, 사람들은 그를 무력화시키기 위해서 그런 상처를 낸 게 아니었어. 명백하게, 그에게 고통을 주기 위해서였지. 그리고 그때 그는 죽음의 문턱에 서 있었고.  난 절박하게 주문을 외워서 저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런 짓을 저지른 이유가 뭔지 알아보려 했어.  그리고 모두 알았어. 저들이 그에게 저지른 짓을, 나에게 저지르려 하는 짓을. 하지만 그 이유에 비하면, 그 상상도 못 할 증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어...  어떻게 표현해도 부족해.  소름끼치고, 야만적이고, 잔혹하고... 쓸 수 있는 말은 널렸지만, 그 어떤 말로도 그 악을 전부 담아낼 수는 없어.  그 순간 에이알의 진짜 얼굴을 알게 되었고, 모든 에이알인에게 걸맞은 운명이 어떤 것인지도 깨달았어. 내 인내심이 부서져 내리는 순간이었어.


말'록에는 어떤 사람의 생명의 정수를 다른 사람에게 옮겨서 수명을 늘리는 마법이 있어.  보통 마땅히 더 오래 살아야 할 사람에게 자신의 정수를 바치는 식으로 쓰이지만, 그 반대로 - 다른 사람의 정수를 흡수하는 건 엄청난 죄악이지. 자신의 생명은 다른 사람들의 것보다 소중하다는 말은, 그 누구에게도 허락되지 않아.  난 이 금지된 주문을 왈록에게서 배웠었지만, 실제로 써 본 건 그때가 처음이었어. 군중들에게서 한순간에 정수를 빼앗아, 그들의 생명력을 키릴-페이얀에게 보냈지.  거기서 살아남은 자들은 너무 쇠약해져서 똑바로 일어설 수도 없었고, 난 그자들을 가지고 놀면서 짧고 굵게 복수했어.  안타깝게도 그 많은 사람들의 생명력도 내 연인을 원래대로 돌리기에는 부족했어. 사경을 헤매는 상태를 유지하는 게 고작이었고, 엄청난 고통을 느끼고 있겠지만 그래도 목숨은 붙어 있게 할 수 있었지.


난 그의 정수를 챙겨서 도망쳤고, 그때부터 에이알인들을 하나하나 붙잡아서 내 수명을 늘리고 그가 차츰 건강을 되찾을 수 있도록 했어.  왈록도 선원들이랑 나가들을 써서 똑같은 짓을 하고 있지 않을까 싶네. 연락은 안 되지만, 바다 쪽에서 들리는 괴담을 보아하니 그도 살아 있을 거야.  하지만 키릴-페이얀을 가사상태로 유지하는 데에는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홀로 돌아다니는 여행자들 정도로는 감당할 수가 없게 되었지. 날 위해서 희생자들을 모으고, 적당히 쓸모가 없어지면 기꺼이 목숨을 바칠 자들이 필요했어.  그리고 그때 마침 공포의 영역이라는 것이 에이알로 다가오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에이알의 주민들에게 거래를 제안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울흐'록의 군단이 에이알을 침공하게 되면 (이건 "만약"이 아니야. 예정된 일이야) 너희는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을 겪게 될 거야.  대부분 죽게 될 거고, 운이 없었던 몇 명은 죽지도 못하고 그들의 분노를 받아낼 산제물이 되어, 이 우주가 끝날 때까지 고통받겠지.  그들의 대의는 약간 엇나가 있긴 하지만, 착각하진 마. 다 너희가 자초한 운명이니까.  가령 내가 너희를 돕고 싶다고 해도, 일단 나는 물론이고 이 우주의 그 어떤 것도 그들의 침공을 저지할 수 없어. 울흐'록께서 직접 말리신다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일이고.  만약 너희가 날 도우면서 내 명령에 따른다면, 두 가지는 약속해 줄 수 있어.  하나, 아무리 늦어도 몇 주 뒤에는 너희의 목숨을 거둬서, 너희가 피할 수 없는 끔찍한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 줄게. 아무리 말'록의 군대라 해도 너희의 생명의 정수가 빨려나간 건 되돌릴 수가 없으니까 안심해.  그리고 둘, 너희가 고통을 느끼기 전에, 그 고통과 거의 동등한 쾌감을 느끼게 해 줄게.  난 마법으로 내 모습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고, 온갖 종류의 환영도 만들어낼 수 있고, 또 너희의 감각들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어.  너희가 이제껏 꿈꾸고 망상해 왔던 그 모든 것들이 현실이 되는 거야. 고통이 시작되기 직전까지는, 너희가 이제껏 한심한 삶을 살아왔던 것이 무색할 정도로 황홀하겠지.  혹시 그런 쾌락에 관심이 없다면, 내가 최근에 정신 조작 능력이 뛰어난 하수인들을 얻게 됐는데, 이 녀석들로 너희의 기억을 조작해 준다면 어떨까? "악마들" 은 너희의 눈에 산성액을 떨어뜨린 다음, 너희의 감각 수용체들을 재생시키고 증식시켜서 고통을 더 크게 느끼게 한다는 거 알아?  이럴 때 너희가 "이건 에이알을 구하기 위한 숭고한 희생이다" 라든가, "내 사랑과 아이들은 무사해" 같은 망상에 빠져 있으면 그 끔찍한 고통을 좀 더 잘 버틸 수 있지 않을까?


너희가 태어나기 수천 년 전부터 수도 없이 많은 자들이 이 제안을 받아들였었고, 이제 난 키릴-페이얀을 안정된 "씨앗" 에 담을 수 있을 정도의 정수를 모았어.  적절한 희생자에게 심어져 성장할 수만 있으면, 그는 훨씬 더 강한 몸으로 다시 한 번 에이알을 거닐 수 있게 될 거고, 우리 둘은 너희의 초라한 세계에 아주 마땅한 죽음을 앞당길 수 있다면 뭐든지 할 거야.  좀 엄밀히 얘기해 보면, 지성이 있고 살점으로 이루어진 육체라면 뭐든지 상관없어. 하지만 그리워해 줄 사람이 있는 육체면 좋을 것 같네. 내 연인이 부활하는 것과 동시에 에이알의 비극이 시작될 수 있도록 말이야.  만약 내 제안을 받아들이고 싶으면 맨몸으로, 또 혼자서 키릴-페이얀의 지하실을 찾아와. 다른 에이알인들과 함께 내 시종이 되는 거야.  그리고 만약에 내 연인에게 알맞은 육체를 대령한다면...  음, 상으로 좀 특별하게, 일 대 일로 개인지도를 해 줄까?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에이알은 고통에 찬 비명을 지르면서 끔찍한 최후를 맞게 될 거야.  그러니 그전에, 작별의 키스를 나누지 않을래?


-S.


말은 개씨발 존나많지만 재밌는 내용이라 만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