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 또한 하나의 훌륭한 용기다. 현명하고 주의 깊은 모험가들은 자신의 실력과 나타나는 괴물들을 저울질해가며 탐험한 뒤, 얻어낸 보물을 소중히 품고 던전 밖으로 빠져나온다. 그러나 던전을 족히 백 번은 넘게 드나든 베테랑조차도 마주치기를 꺼려하는 자가 있으니, 그 이름을 일컫어 지그문트라 한다.
"이리 오게나, 아가씨!"
쩌렁쩌렁한 목소리가 울려퍼진다. 자갈과 녹슨 쇳조각과 부스러진 뼛가루를 짓밟으며 느긋하게 걷는 노인의 그림자가 어두운 바위 동굴 안에서 일렁이는 불빛을 타고 이리저리 춤춘다. 그 그림자를 두려움 가득한 눈으로 지켜보는 루셰라는 이름의 소녀가 있다. 행여나 숨소리가 들릴까 두려워 손으로 제 입을 꾹 틀어막은 채, 벽에 난 틈새에 몸을 숨기고 제발 자신을 눈치채지 못하기를 기도한다.
"저항하려고 애쓰지 말게!"
노인의 낫이 벽에 부딪히며 쩔그렁대는 소리를 낸다. 노인은 알고 있다. 비록 소리를 감추고 모습을 숨겨 잠시 그로부터 도망친다 해도, 한번 점찍은 사냥감은 결국 그에게 돌아온다. 이 깊은 동굴에서 살아온 세월은 노인의 얼굴을 주름으로 덮고 수염을 하얗게 세게 만들었으나, 그의 근육과 마법은 시간을 물처럼 마시며 매 순간 조금씩 더 강해진다.
"아하하, 아하하하…. 아하하하하하……"
노인이 기이하게 웃는 소리가 서서히 멀어지고 완전히 사라진 뒤에도, 루셰는 한참을 더 기다리다가 조심스레 틈새 바깥으로 기어나온다. 던전은 워낙 조용해서 작은 소리도 선명히 들린다. 하물며 저만한 광소(狂笑)라면 아무리 멀리 있더라도 벽과 천장을 타고 울릴 것이다. 그러니, 사방이 조용한 지금은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또 한 번 위기를 넘겼다.
루셰는 자신이 나름 베테랑 축에 낀다고 생각해왔다. 멍청한 오크들이 온 바닥에 흩뿌려놓고 카펫으로 쓰는 금화는 그녀의 주된 수입원이었고, 코끼리 크기의 바위를 던지는 머리 둘 달린 오우거나 지독한 숨결을 뿜는 새카만 황소도 어렵지 않게 쓰러뜨릴 수 있었다.
루셰는 가죽 갑옷에 묻은 흙을 조심스럽게 털어낸다. 트롤의 가죽을 벗겨 재봉한 이 갑옷은 지금까지 그녀의 목숨을 세 번이나 구해준 귀한 물건이다. 당장 방금도 저 미친 노인의 낫이 지나간 옆구리의 상처를 말끔히 메꿔주지 않았던가.
사흘 전, 아래로 향하는 계단을 조심스럽게 내딛던 루셰는 저 노인이 곤히 잠들어있는 것을 보았다. 던전에서 살아남고 싶다면 죽기 전에 죽여야 한다. 그래서 루셰는 활짝 트인 목울대에 단검을 찔렀다. 잘라낸 머리통을 벽에 매단 뒤 화염의 마법봉을 휘둘러 몸뚱이를 불태워버렸다. 그녀가 알고 있는 지식에 의하면, 설령 시체를 일으키는 마법이라 할지라도 이만큼 손상된 자를 되살리지는 못한다.
오크 광산에 숨어들어 놈들의 황금 카펫을 적당히 품에 챙긴 뒤 기분 좋게 계단을 올라오던 그녀의 옆구리에 날카로운 낫이 박히기 전까지는 그렇게 생각했다. 무의식적으로 몸을 숙여서 망정이지, 피하지 못했다면 오른쪽 다리가 잘려나갔을 것이다. 주름 가득한 노인의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오른 채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 밑으로는 분명 불타서 재가 되었을 몸뚱이가 멀쩡히 붙어있었다.
노인이 곧 이곳으로 돌아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는 루셰는 목에 감은 스카프를 부여잡는다. 너무 많이 사용하면 돌연변이가 생길 수 있는 위험한 물건이지만, 그것도 살아남은 뒤에나 걱정할 문제다. 루셰는 그렇게 되뇌며 허공으로 모습을 감춘다.
노인은 기다리는 일에 익숙하다. 던전 안에서 너무 오랜 세월을 보낸 탓에, 기다리기 시작한 것이 언제였는지, 혹은 무엇을 기다리고 있었는지는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나 기다리는 일에는 익숙하다. 노인의 삶은 절반이 기다림으로 이뤄져 있다. 그리고 나머지 절반은….
계단을 향해 조심스럽게 막 발을 내딛던 루셰가 비명을 내지른다. 군데군데 녹슨 낫은 이번에야말로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기어이 루셰의 허벅지에 파고든다. 분명 스카프가 아직 효력을 발휘하고 있을 텐데 어떻게, 그런 의문을 삼키며 루셰는 허벅지에 감아둔 홀스터를 열고 그 안에서 시뻘건 독이 발린 바늘을 꺼낸다. 본래 던지는 물건이지만, 낫이 박혀들 간격이라면 찔러도 충분하다.
그러나 루셰가 팔을 휘두르기 전, 그 팔이 우악스러운 손아귀에 붙잡혀 반대로 꺾인다. 관절이 부서지는 처참한 격통이 덮쳐와 손에서 다트가 떨어지고 만다.
"걱정하지 말게. 죽이지는 않을 테니."
더러운 숨결을 뿜으며 노인이 루셰에게 속삭인다. 그녀의 머릿속에서 도망을 위해 분주히 꾸리던 계획이 헝클어지기 시작한다. 붉게 빛나는 눈이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시야가 검게 물든다.
노인의 삶의 절반이 기다림이라면, 나머지 절반은 쾌락이다. 무수히 많은 모험가가 던전에 들어섰다. 운 좋은 이들은 노인과 마주치지 않았거나, 혹은 노인이 다른 사냥감을 기다리는 도중에 마주쳤다. 불운한 이들은, 처음에는 죽었다. 그는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야 했기에 시간이 넉넉했다. 겁에 질려 달아나는 것들을 교묘히 함정과 막다른 길로 몰아 죽이는 맛이 있었다. 던전 안에서 매 순간 사냥감들은 약해졌고, 겁을 집어먹었으며, 그럼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조그만 희망을 버리지 못했다. 긴긴 세월을 지새우는 훌륭한 놀이였다.
그러나 마침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죽음의 수단을 한 번씩 행해본 뒤 노인은 질려버렸다. 그래서 사로잡은 것을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하며 둥지로 데려가던 중, 찢어진 옷 사이로 드러난 고운 살결이 노인의 눈에 들어왔다. 그는 이 깊은 지하에서 기다린 이래 참 오랫동안 사람 맛을 보지 못했다는 것을 문득 떠올렸다.
루셰가 정신을 차렸을 때 처음으로 본 것은 그을음으로 더러워진 동굴 벽이었다. 벽에는 촘촘하게 커다란 쇠 말뚝이 박혀있고, 말뚝 끝에 달린 고리는 제각각 묵직한 사슬을 한 가닥씩 달고 있고, 자신은 그중 하나에 손이 묶인 채 바닥에 눕혀져 있었다. 트롤 가죽 갑옷도, 다트와 마법봉을 담아둔 홀스터도, 보물들을 넣은 배낭도 없는 나신이다. 낫이 박혔던 허벅지는 지혈이 되다 말았는지 반쯤 말라붙은 피로 지저분하다.
부끄러워할 새도 없이 치이익, 하는 섬찟한 소리가 그녀의 주의를 끌었다. 아마도 벽을 시커멓게 그을린 원인일 낡은 화로가 장작을 태우며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고, 화로 안에는 큼직한 날붙이 여러 자루가 꽂혀 있다.
터벅, 터벅, 터벅. 루셰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그 발소리가 들려온다. 화로가 내뿜는 일렁이는 불길이 그림자를 비춘다. 악마처럼, 천사처럼, 괴물처럼 흔들리는 그림자가 루셰의 앞에 선다.
노인이 화로에서 잘 달궈진 낫 한 자루를 뽑아든다. 루셰가 살려달라 애원하기도 전에 그 낫은 번개처럼 휘둘러져, 루셰의 오른 다리를 스친다. 둥지에 비명이 울려 퍼지고, 쪼르륵하는 물소리가 함께 들린다.
"느껴지는가? 나에게는 느껴지네. 달큰한 비명이라."
노인은 바닥이 더러워지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으며 히죽댄다. 겉으로 드러나는 상처는 피 몇 방울이 겨우 샐 정도로 작지만, 힘줄을 베는 감각이 선명히 느껴졌다. 한 번 더 휘두른다. 비명과 울음이 터져 나오지만 아랑곳하지 않는다.
괴물들 사이에서 짐승굴 어딘가에 굶주린 남정네들을 불러모아 즐기게 해준다는 인어가 있다는 소문을 언젠가 들었다. 실제로 찾아가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 지하에서 이성을 탐할 수 있는 것은 운 좋은 몇몇뿐이고, 노인은 그 부류에 끼지 못했다. 인간이라서였을까, 아니면 낯짝만은 세월의 흐름을 고스란히 겪어서였을까.
노인에게는 이제 상관없는 일이다. 오크 놈들이 인어에게 금화 쪼가리를 내밀며 차가운 물고기 구멍에 제 아랫도리를 쑤셔박을 때, 그는 직접 만든 장난감으로 해소할 수 있다. 따뜻하고, 부드럽고, 임신할 수 있는 장난감.
햇볕 한 점 들지 않는 지하의 삶에도 불구하고 노인의 몸은 구릿빛으로 그을었다. 흘린 피로 범벅이 된 손이 이제 울 기력도 없어보이는 루셰의 알가슴을 우악스럽게 움켜쥔다. 으극, 하는 고통 어린 신음성이 희미하게 흘러나온다. 노인은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쉰다. 루셰가 고통스러워할수록 노인이 걸친 로브자락이 뚜렷하게 일어난다.
우선은 입부터. 노인은 늘 그렇게 해왔다. 지하에서 긴 세월을 보내며 노인은 규칙을 만들고 이를 지키는 일을 즐겨왔다. 사냥감은 한 번에 하나, 도망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못하게 다리는 자르지 않고, 범하는 것은 위에서부터. 뭐 그런 것들.
힘줄이 징그럽게 불거진 굵은 성기가 루셰의 작은 입에 쑤셔박힌다. 루셰는 필사적으로 깨물고 뱉어내려 했지만, 귀두가 목구멍을 틀어막는 것이 더 빨랐다. 숨 쉬지 못하는 고통이 장난감을 고분고분하게 만든다는 것을 노인은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래도 반항할 만큼 의지가 남아있는 장난감이라면 그건 그것대로 좋다. 치유의 물약은 충분하고, 장난감을 망가뜨리기 위한 도구도 많이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시간도 노인의 편이다.
이윽고 침으로 범벅이 된 노인의 것이 입에서 빠져나온다. 몇 번에 걸쳐 물건을 쑤셔박힌 루셰는 기진맥진해서 반항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 노인은 루셰의 다리를 벌려 음부를 드러낸다. 앙 다물린 음순은 힘줄을 벨 때 지린 오줌으로 축축하다. 노인의 입가에 히죽거리는 웃음이 떠오른다. 으레 모험가라는 족속은 그 성생활이 문란하기 마련이다. 언제라도 눈먼 화살이나 칼질 한 번에 죽을 목숨이라는 사실을 이해하고 있어서, 난 처녀에요 하고 티를 내는 이런 것은 보기 참 드물다.
그 웃음을 본 루셰는 자신이 겪게 될 일을 깨닫는다. 그러나 숫처녀가 으레 그렇듯, 노인의 것이 자신의 가랑이에 맞닿자 몸을 떨고 만다. 루셰의 머릿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던 중 들어갔던 투기장이 떠오른다. 투기장의 가장 안쪽, 두꺼운 유리 벽 너머에서 기다리고 있던 미노타우르스. 그 소머리 괴물의 하반신에서 덜렁거리던 흉물. 지금 자신의 음순에 제 몸을 비비고 있는 노인의 것은 그 괴물보다 더했으면 더했지 모자라지 않다.
노인은 루셰의 허리춤을 거칠게 붙잡고는 그대로 허리를 밀어넣기 시작한다. 루셰는 눈을 질끈 감고 입을 꽉 다물어, 낯선 이물이 파고드는 고통을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체하며 넘기려 한다. 자궁구에 귀두가 맞닿는 감촉이 느껴짐에도 불구하고 노인의 것은 아직도 반쯤이나 남았다. 노인의 입가에서 더러운 침이 흐른다.
루셰는 평소 자신의 체모가 옅은 편인 것을 내심 부끄럽게 여겼다. 솜털도 채 나질 않아서 맨들맨들한 음부를 가리지도 못한 채 고스란히 드러내야 하는 것이 부끄러웠다. 그러나 지금은, 애무도 제대로 되지 않아 말라붙은 가랑이에 억지로 박혔다 뽑히기를 반복하는 노인의 성기 때문에 마치 횃불이 쑤셔박힌 것처럼 고통스럽고, 냉기가 올라오는 바닥에서 더러운 노인이 자신을 깔고 누워 허덕대는 신음성 때문에 치욕스러운 지금은 그런 것은 신경도 쓰이지 않았다.
고통을 잊으려 루셰는 다른 생각을 떠올렸다. 이곳에서 빠져나갈 방법. 손은 사슬로 묶여있고, 폭삭 늙은 주제에 온몸이 근육질인 이 노인에게 짓눌린 상황에서 어떻게 도망쳐야 할까. 차라리 불에 달군 쇠 말뚝이 몸에 박히는 것이 나을 것 같다.
루셰는 문득 사슬에 묶인 것은 한쪽 손뿐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루셰가 갖고 있던 물건들은 죄다 잃어버렸지만, 흘러내리는 머리카락을 고정할 머리핀은 그대로 있다. 안쪽에서 노인의 것이 기분 나쁘게 꿈틀대고, 노인의 눈이 하얗게 치떠지며 달뜬 신음을 흘린다. 루셰는 고통스러운 와중에도 천천히 손을 놀려, 머리핀을 잡아뺀다. 그리고…
루셰는 쓰라린 가랑이를 문지를 새도 없이 허겁지겁 달린다. 걸친 건 알몸을 가릴 거적떼기 하나가 전부고, 암사슴 같은 그녀의 다리를 타고 희부연 정액과 새빨간 피가 섞여 흘러내린다. 운이 좋았다고 루셰는 되뇐다. 바른지 좀 된 것이었지만, 푸른 독은 사정의 쾌감을 즐기던 노인의 눈을 멀게 하고 정신을 그 쾌락 속에 가두었다. 하기야 이런 던전 속에 처박힌 노인이 요즘 여자 모험가들의 유행을 알 리가 없다. 머리핀에 독을 발라두었다가 최후의 수단으로 쓰는 게 통하리라고는 루셰조차도 믿지 않았으니까.
본래 같으면 기척을 죽이고 살금살금 걷는 것이 적절하겠지만, 루셰에게 그럴 시간은 없다. 불과 몇 분이면 노인은 깨어날 것이고, 사라진 장난감을 되찾으려 자신을 쫓을 것이다. 한 번 더 붙잡혀 저 꼴이 되느니 다른 괴물에게 죽는 것이 낫다.
동굴 벽과 천장을 타고 노인의 노성과, 자신의 것이 아닌 발소리가 들려온다. 평소에는 느낄 일 없던 거친 돌바닥이 발을 찌른다. 증오와 욕정이 묻어나는 숨결이 바로 등 뒤에서 느껴진다. 눈에 빛이 들어온다. 맑은 햇살이, 그녀가 그리워해 마지않던 것이.
던전 바깥으로 한 발자국 나온 직후, 루셰가 넘어진다. 끝났다. 더 도망쳐야 하는데, 다시 지하로 끌려가고 말 것이라는 공포가 루셰의 눈물샘과 오줌보를 자극한다. 그렇지만… 노인은 단 한 걸음을 내딛지 못한다. 머뭇머뭇, 자신을 노려보던 노인이 천천히, 던전의 어둠 너머로 사라진다. 마치 태양을 두려워하는 것처럼.
두 번 다시 저 던전으로 향하지 않으리라고 루셰는 생각했다. 지금까지 많은 보물을 저 안에서 가져왔지만, 이번에 살아남은 것은 지금껏 구한 어떤 보물보다 값지다. 이 이상 욕심을 부리는 것은 과욕이다. 루셰는 아픈 몸을 억지로 일으켜 천천히 걷는다. 우선 연못이나 개천을 찾아서, 몸을 씻고… 나머지는 나중에 생각하자.
노인은 다시 기다린다. 비록 이번에는 다 잡은 사냥감을 놓쳤지만, 노인에게 시간은 많다. 던전에 들어오는 멍청한 것들은 얼마든지 있으니, 다시 기다리면 될 뿐이다. 다시 사람 맛을 볼 날을 기다리며, 노인이 입맛을 다신다.
원래 야채걸 따먹는 이야기로 하려고 했는데 쓰다보니 좆같아서 걍 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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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전드 갱신 됐네 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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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졌어...
아니 왜 진짜 야설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