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하는 얘기로 밥 굶을 걱정 없으면 충분히 잘 사는 삶이더랬지. 병들어 아프고 나이들어 아플 걱정도 없으면 유복한 삶이고, 홀로 외롭게 객사하는 대신 친지들 곁에서 죽음을 맞이하면 호상이라고 말이야. 그 순서대로 이루어진다면야, 맞는 말이지.
하지만 거꾸로 이루어진다면 어떨까. 친구와 가족 곁에서 죽음을 맞이하고, 병들지도 나이들지도 않으며 밥 굶을 걱정도 없는 몸으로 깨어나는 것 말이야. 더 이상 추운 밤마다 오들오들 떨다가 감기 하나 못 고쳐서 앓는 일도 없겠지. 배고픈 나머지 먼저 굶어 죽은 피붙이의 살점에 침이 고이지도 않을게야. 신께 맹세코, 한 사람으로 하여금 생존을 위한 죄악을 범하지 않게 해주시니, 이 얼마나 값진 일이겠나. 축복이지. 기적이고말고.
이게 다 헛소리라는 건 알고 있겠지?
기적이라, 그래. 누군가는 분명 기적이라 부르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넘어 돌아왔으니 이 어찌 기적이 아니겠느냐고 말이야. 헌데, 이것이 그리도 기적이라면- 생각해보게. 왜 문명 세상의 선을 가호하는 세 신들께서 나를 내치시는가?
하얀 대리석에 놓인 성배께선, 더는 내게 치유의 샘물을 허락하지 아니하시네. 썩을 살점도 부러질 뼈도 없이 붕대와 먼지뿐인 나의 몸도 불에 그슬리고 칼에 찢겨나가거늘. 나 또한 갈 길을 잃고 혼란해하지만, 치유사께선 더 이상 내게 지켜야 할 약자와 평화의 가치를 되새기라는 은총도 희망도 내려주지 않으신다네.
찬란히 빛나는 기사께선, 더는 내게 빛의 힘을 승리로 이끌어라 명하지 아니하시네. 그분의 옛 가르침인 비겁한 술수를 쓰지 말라는 규율을, 나는 아직도 기억하고 있거늘. 나는 여전히 칼과 방패를 들고 마귀의 군세에 맞설 용기가 있지만, 승리자께선 더 이상 나의 승리를 축복하지 아니하시고 다만 불태우실 뿐이라네.
준엄하고 판단하는 손께선, 더는 내게 법과 질서를 찬양하라 인도하지 아니하시네. 길바닥에서 주운 동전 하나도 십일조를 따져 헌금으로 바쳐도, 나 같은 것의 노동에는 가치를 매겨주지 않으시니. 나는 성스러운 말씀에 귀 기울이며 동족의 살을 탐하지도 나의 살에 변이를 일으키지도 않으나 내려지는 것은 심판이라네.
붕대라 부르기도 서러운, 나의 누더기뿐인 몸을 보게. 이것이 정녕 기적이란 말인가? 늙지도 않고, 병들지도 않지. 굶을 일도 없고, 그 대가로 생명으로부터 피나 살을 취할 필요도 없어. 그저 조용히, 내가 숨을 쉬던 시절의 물건을 그러안고 무덤에서 잠들어 있으면 충분하지. 하지만 과연 그것으로 충분하던가? 왕과 사제에게 축복받아 형제자매와 아들딸 곁에서 장례식을 마친 나의 영혼은 어디로 가고, 비참하게 말라붙은 나의 몸만 남았는가?
기적이라고? 죽은 자가 다시 일어나 걷는 것을 두고 기적이라 부르는가? 검은 태양과 어두운 횃불을 섬기는 이들은 이것도 기적이라 부르지. 온전한 몸이 아닐지라도 다시 일어나 움직여 삶을 거머쥐려는 의지. 구색은 좋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 내가 한 걸음 걷는 까닭은 단지 그것 말고 할 수 있는 게 없기 때문이라네. 빵 한 점 뜯어먹을 입도 없으면서, 다른 무엇을 할 수 있겠나.
기적이라면 내게 주어질 안식을 기적이라 불러야겠지. 비록 나의 몸이 스러져도 흙으로 돌아갈 거름조차 될 수 없겠지만, 걷고 또 걷다 보면 길이 끊기는 곳, 더는 내려갈 계단이 없는 곳에 닿겠지. 누군가는 그곳을 길이 시작되고 계단을 올라가는 곳이라 부를지도 모르네. 하지만 내게 있어 그곳은 원래 나의 것이어야 했던 삶과 죽음을 다시 되찾는 곳일 뿐이야.
그러니 내 가는 길을 막지 말아주게.
나 여기 어두컴컴한 문 앞에 서서 숨죽여 나아가나니, 이 밑에 기다리는 것은 나의 진정한 무덤인가, 나의 진정한 기적인가.
- 원치 않게 되살아난 어느 미라의 수기. 던전 가는 길의 여관방에서 발견됨.
미라가 던전 드가게 되는 심리가 소재구나 잘썼네
미라는 그자체로 이미 미라클이다 이마리야!
좋네
와 글존나잜슨다,,,, - dc App
미라가 잘 클라 그러면 미라클이 된다 이말이야!
개쩐다.. 미라하러간다
얘가 쓴거 모아서 못보냐 ?
더써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