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들어온건 드워프들과 충실한 고양이들의 피로 얼룩진 바닥과 시체가 이리저리 널부러져 있는 방이었다.

식탁과 의자들이 촘촘히 배치해둔걸 보아하니 휴게실이거나 술집으로 보였다. 아마 마지막에 게임을 껏을때 뭔가 무시무시한 일이 일어나서 맨탈이 나갔던것이 틀림없다.

드포를 오래 플레이하면서 깨닳은건 무슨일이 일어나도 놀랍지 않다는 것 이었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단축키로 다른 드워프들을 찾아보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요새에는 드워프들의 시체만이 여기저기 널려있을 뿐이었고 난 혹시나해서 지하 깊은곳을 살펴보았다. 혹시나 그건가 싶어서, 하지만 별 문제가 없어보였기에
‘ 로그를 까보는 수밖에 없겠구나’ 하고 로그를 살펴 봤는데 전투기록에는 거북이 인간의 등딱지를 망치로 맹렬하게 때리다가 거북이 인간에게 목이 졸라서 죽은 여관주인 드워프에 대한 기록이 남아있었고 그때서야 마지막으로 이 게임을 껏을때 무슨일이 있었는지 기억이 나기 시작했다.

드포에는 플레이어의 요새를 위협하는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데,  드워프들의 저지능 이라던지 게임자체의 발적화나 빌어먹게 불편한 인터페이스 빼고도 수많은 괴물들과 시도때도 없이 쳐들어오는 이웃 사촌들이라던지 하는것들이 한가득 있기 때문에 게임플레이를 하다보면 별의별 상황에 마주하게 되는데

아마 두달전의 나도 무시무시한 거북이 인간에게 침략당해서 요새를 날려먹었을 것이다.

로그를 훑어본 결과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정착한지 3 년이 지난 드워프요새 ‘Melting stone’ 은  인구수가 60 명쯤있던 부유한 요새였다. 인구수는 적은 편이었지만 훌륭한 기술을 가진 장인들과 풍부한 보석 채굴량이 장점이었던 요새였고 마그마를 펌프로 퍼올려서 이용할 정도로 진보한 요새였었고  훌륭한 장인들의 손길이 서린 빛나는 금속갑옷과 날카로운 무기들을 착용한 군대도 있었다.

요새는 매 분기마다 쳐들어오는 고블린들과 이웃의 적대적인 드워프 요새와 전쟁을 치르는 중 이였고, 재앙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에도 이웃 드워프 요새와 전투를 치르고 사망자들을 묻어주는 등 뒷처리를 하던 참이었다.

거북이 인간의 갑작스러운 습격은 슬슬 사망자들의 시신을 묻어주고 생존자들이 요새의 멋들어지게 꾸며진 여관에서 흥청망청 술잔치를 하던 도중에 일어났다. 거북이 인간은 지하 깊은곳 마그마를 끌어오기 위해 파내려 가다가 발견한, 거대한 지하호수가 있는 동굴에서 나타났다.

거북이 인간은 몸집이 아주 거대하고 등에는 아주 단단한 거북이 등껍질이 있었으며 손과 발에는 물갈퀴가 달려있었고 피부는 동굴에서 자라는 회색 이끼처럼 어두침침한 회색빛을 띈 비늘로 덮혀있었고 엄청나게 강력한 완력을 지녔다라고 로그는 전한다.

이 동굴에는 마침 지하 통로의 외벽작업을 하던 노동자 3 명이 있었는데 거북이 인간은 그들중 하나를 발견하고선 거북이답지 않은 재빠른 속도로 그들에게 접근해서 한명의 목을 나뭇가지를 꺽듯이 손쉽게 꺽어버리고 맞서싸우기로 결정한 드워프 한명을 주먹질 한방으로 복부를 터트려 버린다음에 겁에 질려 도망치던 나머지 한명을 쫒아 요새로 침입했다.

요새의 통로를 따라올라가던 작업자는 결국 거북이에게 따라잡혀서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고 거북이 인간은 통로를 따라서 들어왔고 눈에 보이는 모든것들을 찢어죽이면서 요새의 깊은곳으로 들어왔고 지하 경비초소에서 근무중이던 경비병 2 명을 갑옷채로 날려버리곤 결국 생존자들이 술잔치를 벌이던 여관으로 난입해서는 눈 깜짝할새에 모두 죽여버렸던 것이다. 이렇게 요새인구의 절반이 죽어버렸다.

그중에는 큰 전투가 끝나고 갑옷을 벗어두고 편하게 술잔치를 벌이던 부대장도 섞여있었고, 드워프들이 하던일을 사사건건 간섭하길 좋아했던 외부에서 찾아온 귀족도 있었다.

요새는 패닉에 빠졌고 병원에서 골골대던 부대원들과 그나마 팔다리가 멀쩡하고 무기를 손에 쥐어봤던 (혹은 만들던) 드워프들로 급하게 민병대를 결성해서 지상으로 가는 길목에서 거북이 인간을 저지하기로 했는데

이러던 와중에도 거북이 인간은 요새의 충성스러운 드워프들과 고양이들을 찢어죽이고 있었다.

아직 다리가 낫지 않은 드워프 2 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드워프들이 대장간에서 무기를 챙기고 지상으로 이어진 통로에 있는 병원 주변에서 마지막 전투를 치루었다.

요새의 남은 생존자는 12 명으로
이들이 Melting stone 의 마지막 생존자였고 이들이 패배하면 요새는 영원히 역사의 뒷편으로 사라지게 되는 것이었다.

길목을 돌아서 거북이 인간과 10 명의 마지막 부대원들이 격돌했는데 그중 가장 잔뼈가 굵었던 메이스 드워프가 가장 먼저 돌격 해서 거북이 인간의 머리를 강타했지만 거북이 인간은 별 피해를 받지 않은것처럼 그 육중한 팔을 방해되는 파리를 내쫒듯이 휘둘러서 드워프를 해치우려고 했지만 잔뼈가 굵었던 메이스 드워프는 가까스로 그 공격을 피했다. 그렇게 생사가 갈리는 공방이 오가는 와중에 남은 민병대원들이 돌격했고 거북이 인간의 팔을 베고 등껍질에 금이 가게하고 눈 한쪽을 완전히 파괴하고 한쪽 다리를 부숴버리는 전과를 올렸지만 결국 그들도 먼저 갔던 동료들과 마찬가지로 죽음을 맞이했다.

처참한 전투의 함성에 미쳐버린 것일까? 다리가 한쪽 부서진  드워프가 갑자기 병원 밖으로 뛰쳐나와서 떨어져있던 거대한 칼을 쥐고 거북이인간 에게 광기에 찬 비명을 지르며 마치 다리가 멀쩡한 드워프마냥 빠르게 달려든 드워프는 기적적이게도 거북이 인간의 남은 팔 한쪽을 자르는 성과를 올렸고 슬프게도 거북이 인간의 박치기에 명을 달리했다.

여기까지 로그를 읽은 나는 생각했다 그럼 마지막 한명은?
병원이 있던 곳으로 화면을 돌리자 병원안 침대에서 주변인들의 죽음에 완전히 미쳐서 비명을 지르는 드워프 한명과 고작 8 칸떨어진 곳에 있는 거북이 인간이 보였다. 하지만 거북이 인간은 다리가 부서지고 팔이 두개다 날아갔기 때문에 아주 느리게 움직일수 있었고 그마저도 출혈때문에 매우 약해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드워프 또한 상황이 좋지 못했는데 정신이 나가버린 드워프는 나의 명령을 완전히 무시했고, 설상가상으로 이 친구도 마지막에 달려들었던 드워프 처럼 다리가 부서진 상태였기 때문에 혼자서 움직이는건 불가능해 보였다.

아마도 2 달전에 나도 이 게임을 답이없구나 하고 꺼버렸을 것인데 그래도 혹시나 하는 기대를 품고 게임의 시간을 흐르게 했다.

거북이 인간은 집요하게도 하나남은 다리를 가지고 어떻게든 한칸 한칸 집요하게 다가오고 있었고 분명히 다가오는 시간은 느렸지만 확실히 마지막 한마리를 끝내기 위해서 병원으로 접근했다.

7 칸
여전히 드워프는 침대 위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다

6칸

5칸
거북이 인간은 중간중간 기절해서 멈추긴 했지만 얼마 안있어 깨어나서는 한칸씩 거리를 좁히는 것 이었다

4칸
갑작스럽게 미쳐버린 드워프가 목발을 들고서 거북이 인간에게 접근했다


거북이 인간은 기절하진 않았지만 휴식을 취하는것 처럼 보였고

드워프는 목발을 들고서 거북이 인간에게 다가갔다

그리고는 목발로 거북이 인간의 등껍질을 하염없이 두드리다가
결국 거북이인간의 남은 다리 하나에 맞아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죽지 않은 드워프는 광기가 준 계시인지 운좋게도 목발로 거북이 인간의 남은 눈을 찔렀고 수많은 총과 망치의 일격을 버텼던 거북이 인간은 허무하다하면 허무하게 최후를 마쳤다.

그리고 미쳐버린 드워프는 목발을 들고서 환호를 지르는 것마냥 지상으로 올라가서 밖으로 뛰쳐나간 후에 빙글빙글 돌다가는 결국 죽어버리고 말았다.


난 조용히 다시 게임을 껏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