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전은 2층, 레벨 3의 DEEE가 o키를 누른다. 뱀이다! 안타깝지만 발견하자마자 일어나버렸다.

당연하지만 아직 저렙이고, 경험치가 부족해 스텔스를 충분히 올릴 수 없었지만 어쩌면 스텔스가 높아도 운이 없었을 수 있다.

어쨌건 싸워야 한다. 뱀은 당신보다 훨씬 빠르고, 도망을 간다면 충분히 빠른 이속으로 당신에게 치명적인 독니를 50%의 확률로 박아넣을 것이다.

가진 마법은 당연하게도 실패율 1%의 샌드 블라스트와 실패율 14%의 스톤 애로우.

샌블의 명중률은 68%, 돌화살은 48%. 사거리는 샌블은 세 칸, 돌화살은 네 칸.

마나는 9/9로 꽉 차 있지만 실패율과 명중률, 소모를 생각할 때 돌화살을 쓰는 건 좋지 않은 생각이다.

사거리 세 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살살 후퇴를 해본다.

그리고 한 발. 되먹지 못한 샌블은 미스가 났다. 그리고 두 발. 68%의 확률은 사기같다. 또 명중에 실패했다.

뱀이 붙어버렸다. 이제는 돌이킬 수 없다.

세 번째 샌블은 다행히 명중해 뱀을 거의 죽이는 데 성공했지만, 대가로 맹독에 걸리고 말았다.

지금 뱀이 죽었어도 피가 반이 넘게 빠질 위기인데, 심지어 이 뱀은 나에게 아직 살아서 독니를 들이댄다.

기도하는 심정으로 인벤토리를 열어본다. 미감정 된 포션이 세 개나 있다. 그 중 한 포션은 무려 세 개나 있다. 기도하는 시점으로 q. 당첨이다! 큐어 포션이었다.

용기백배한 당신은 샌블을 한방 더 뱀에게 갈겼다.


The blast of sand hits the adder!!

You kill the adder!


어차피 뒤질 놈이 거지같이 위험했다. 경험치는 20% 넘게 올랐지만 별로 이득을 본 기분은 아니다.

어차피 고블린 열마리 쯤 잡으면 오를 경험치다. 한숨을 한 번 내쉬고, 다시 o키.

또 뱀이다! 이번에는 다행히도 아직 깨진 않았다. 당신은 조심스레 뒤로 물러서곤 금지구역을 설정했다. 쌍욕을 갈기면서.





왜 뱀이 특히 불쾌할까?



방금 예시에서 왜 두 번째 뱀과는 교전을 하지 않았을까? 확률적으로 본다면 뱀을 잡는게 이득일 수도 있는데 말이다.

잘 풀리지 않은 이전의 전투가 지나치게 과대평가 된 것은 아닐까? 심지어 큐어 포션도 두 개나 아직 더 남아있는데.

하지만 어지간한 돌죽의 고인물이라면, 그런 상황이더라도 초반의 뱀은 어지간하면 전투를 회피할 것이다. 왜 그럴까?


근본적으로 문제는, 일이 잘못되었을 때 치러야 할 대가가 지나치다는데 있다.

실제로 일이 잘못된 확률은 생각보다 크지 않지만, 인간의 주관은 위험을 회피하도록 진화했고,

그러한 위험 회피적 성향은 뱀이 리스크에 비해 그다지 맛있는 적이 아니라고 느껴지게 만든다.

심지어 일이 잘못되어 처벌을 받게되면 더더욱.


특히나 소모품의 소비는 뼈아픈 일이다.

위험을 향해 다가가지 않더라도 위험이 나에게 다가오는데, 내가 스스로 위험에 다가가 여분의 목숨을 소비하는 것은 좋은 판단이 되기가 힘들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서 늘 전투를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방금 전의 조우에서는, 당신은 평범하게 o키를 눌렀을 뿐이지만 뱀과 강제로 전투를 시작했다.

이속이 빠르기 때문에 이는 당신이 인지했다 하더라도 피할 수 없는 위협이다.


심지어 두 번의 스펠 미스는 정말로 순수하게 운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고, 그 결과로 뱀에게 중독되고 말았다.

물론 운이 좋았기에 미감정 포션에서 바로 큐어를 뽑아냈지만 우리는 알고 있다. 늘 그렇게 운이 좋지 않다는 것을.


이런 부정적인 종류의 도박은 인간이 결코 즐기지 않는 도박이다.

특히 보상이 없거나 애매하다면 더욱 더. 그리고 뱀의 존재는 던전에서 그런 종류의 역할을 담당한다.





뱀 같은 몬스터들



이런 부정적인 도박은 던전에 필요할까? 답은 예 일 수도 있고 아니오 일 수도 있다.

게임의 종류에 따라서는 필요치 않을 수도 있지만,

분명히 이런 종류의 도박은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더라도 게임의 전반적인 긴장감을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


실제로 돌죽은 위의 질문에서 예를 선택한 게임이다.

초반에는 뱀이 있고, 켄타우로스, 독두꺼비, 때까치 등은 중, 후반을 책임지는 이속이 빠르고 치명적인 적들이다.

우리는 그런 적들을 굉장히 싫어하지만 낮은 빈도를 위안삼아 받아들인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있다. 그렇다면 다른 몬스터들은 그렇지 않다는 말인가?

일반적인 몬스터들을 상대할 때도 운이 없어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도 있고, 심지어 당신을 죽일만한 강력함을 가졌을 수도 있다.

이건 부정적인 경험이 아니란 말인가?


하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이 존재한다. 회피가능성.

돌죽은 로그라이크로서 턴제게임이고, 이속이 같거나 빠르다면 이동을 통해 전투를 회피할 수 있는 가능성이 존재한다.

이 부분은 결정적인 차이를 불러온다. 설령 그것이 실제로는 큰 차이가 없더라도.





위험 회피 기제 - 통제 가능성과 통제 불가능성의 차이



사람은 비합리적인 동물이다. 특히 확률과 관계된 문제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이는 자연진화에서 인간의 조상에게 통계적인 문제를 처리하도록 진화압이 발생하지 않았기에 그렇다.

무슨 소리나면, 우리 조상들이 통계 문제를 잘 풀지 못해서 우리도 통계 문제를 잘 해결하지 못한다는 소리이다.


그리고 이는 굉장히 반직관적인 결과를 불러온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자율 주행이나 비행기 사고, 원전의 사망률 등과 같은 문제들이 있다.


1. 이미 자율 주행은 충분히 진화해 1/8000에 달하는 자동차 사고 사망률을 백만 분의 일까지 낮출 수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 자율 주행은 그 안전성을 의심받는다.


2. 비행기 사고 사망률 또한 천 백만 분의 일에 불과하지만,

비행기를 겁내는 사람들은 자동차보다 더 위험한 교통수단으로 생각할 것이다.


3. 원전 또한 마찬가지다. 1000테라와트시를 발전하는 데 석탄발전은 10만명을 죽이지만, 원전은 90명을 죽인다.

1000배가 넘는 차이지만 우리는 원전을 훨씬 더 위험한 발전으로 본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우리의 뇌리에서 비행기 추락사고나 테슬라의 어이없는 사망 사례들, 체르노빌과 후쿠시마를 지울 수는 없다.

한 해에 수천 명이 병원에서 조용히 목숨을 잃어도, 큰 사고 한 번에 수만 명이 고통을 받는 것이 우리에게는 더 강렬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우리가 어떤 행동을 통해 극단적인 상황을 회피할 수 있다면, 그것이 더 나쁜 결과라도 기꺼히 그 결과를 감수하기까지 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직접 주행과 원전을 선호하고, 비행기를 불신한다.

평가하기 힘든 위험을 계산하는 대신, 통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중요시하는 것이다.

설령 그 통제가 더 위험한 종류의 환상이더라도.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더 쉽게 죽어버리는 이런 비합리적인 겁쟁이들에게 합리적인 도박을 권할 수 있을까?

아니면, 합리적이지 않더라도 어떻게 도박으로 유인할 수 있을까?





불쾌함을 극복하는 방법 - 네임드



답은 도박의 보상에 있다.

앞에서 말한 예시들은 부정적인 도박이지만, 심지어 그런 도박조차도 괜찮은 보상이 있다면 그것을 납득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찾아다니게 된다.

그 도박이 결국 당신을 결국 파멸로 이끌지라도.


게다가 괜찮은 보상은 꼭 객관적으로 높은 가치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보상이 희소성과 사람들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주관적인 가치만 제공할 수 있어도 형편 없는 도박을 기꺼히 감수하려 한다.

이 또한 위에서 말한 통계에 취약한 우리 조상들의 탓이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사실 투자값에 비해 보상이 그렇게 좋지 않은 네임드들을 굳이 잡아보겠다고 덤비기까지 한다.

물론, 지나치게 객관적인 보상이 좋지 않다면 불공평해 보이므로 주관적 가치 또한 훼손되어 좋지 않은 경험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경우에도 희소성 자체가 우리를 움직이게 한다.

결국 그 네임드는 한 마리에 불과할테니까. 합리적인 고인물들이라면 보통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버리겠지만.





기회 공격, 미니 뱀 만들기




여기서부터 본론이다. 우리는 위에서 왜 뱀같은 몬스터들이 짜증나는지 구구절절히 설명을 보았다.

사실, 이렇게 열심히 설명하지 않더라도 그냥 뱀이나, 켄타 떼거리들, 떼까치를 본다면 본능적으로 즐겁기보다는 짜증이 난다는 사실은 모두가 알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까지 설명했을까?


이러한 종류의 짜증을 기회 공격 또한 일정 부분 공유한다는 것 때문에 그렇다.

물론, 세부적으로 간다면 꽤 다른 부분들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부분이 우리의 돌발진들과 고인물들이 괜찮지 않나... 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부분들이다.


실제로 플레이 해본 결과 나 또한 그렇게까지 못해먹겠다 싶은 부분은 없었다.

방금 위의 플레이 로그를 풀어 쓴 글만 보더라도, 뱀이 나왔지만 어찌어찌 침착하게 전투를 풀어나갔고, 기회공격이 없더라도 애초에 뱀은 원래 그런 존재다.


거기다 분명 주의깊게 플레이한다면 일반 몬스터들을 상대로 여전히 필라 댄스를 사용할 수 있기까지 하다.

이를 막기 위해 기회 공격을 도입까지 했는데도. 그렇다면 왜 기회 공격을 미니 뱀이라고 말했을까?

공통점과 차이점을 통해 그 이유를 알아보자.


공통점

1. 상황이 닥치면 일반적인 회피 수단(이동)이 사라진다.

2. 보상이 그리 크지 않다.

3. 불합리해 보이는 처벌을 강요한다.


차이점

1. 그 상황에 처하기 전에 전투를 하지 않는 등의 방식으로 회피를 시도할 수 있다.

2. 1의 이유로, 순수한 운보다는 잘못된 전략으로 인한 처벌이다.

3. 초반만 넘긴다면 문제가 경미해진다.


공통점은 대부분이 공감할 수 있을 테니 가볍게 넘어가도록 하자.

문제는 차이점이다. 심지어 그 이야기는 충분한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 합리적인 이야기에 사람들은 왜 반발을 하는 걸까?





차이점들에 대한 설명(1번)



항상 회피할 기회가 열려있는데 왜 문제가 될까? 그 이유는 대부분의 전투가 위험하지 않다는 데 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오탭충들이 실제로 게임을 할 수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대부분의 전투가 위험하지 않기 때문이다.

당장 미노파이터로 도끼를 고르고 오탭오탭을 연타해보자. 대부분의 적들은 손쉽게 슥슥 갈려나간다.

이는 심지어 법사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중요한 주력 스펠들이 안정화 된다면 그 날먹 스펠들로 던전을 슥슥 돌게 된다.


하지만 반드시 위기의 상황은 찾아온다. 강한 몬스터를 만나면 당연히 그렇고, 불합리한 운에 부딪히면 그러하다.

분명히 내 명중률은 76%라 써있는데, 스펠의 실패 확률은 2%라 써있는데, 4연 미스나 2연 실패를 밥먹듯 경험한다.

사실, 통계적으로 본다면 당연히 있어야 할 일이다.

4연 미스 확률은 0.4%나 되니 4천번의 탭질이 있다면 평균적으로 4번은 미스가 나게 된다.

2% 스펠의 2연속 실패도 그러하다. 확률상으로는 0.04%에 불과하지만, 법사에게 스펠의 연속 실패라는 것은

마나의 관리 실패와 적의 접근, 공격을 의미하므로 보통은 한동안 잊을 수 없는 경험이 된다.


그리고 던전을 돌다보면 큰 수의 법칙 상 필연적으로 그 경험을 반복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확률의 과대평가라는 편견은 강화되기 마련이다.

나는 지구랏에서 마나가 30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판데 로드들을 상대하는데 파톰이 2연속 실패를 한 상황들을 아직도 기억한다.

실패 확률이 4%에 불과한데도 말이다. 왜 꼭 그 상황들에서 스펠을 2연 실패해야 했지?

정확히는, 다른 2연속 실패들은 잊혀진 것이다. 치명적이지 않으니까.


어쨌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좋지 않은 상황들을 헤쳐나가기 위해 소모품과 신앙이 존재한다.

물론, 충분히 운이 나쁘다면 이런 발버둥에도 죽음을 극복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확률 게임은 원래 그렇다.

가끔은 정말로 말도 안되는 억까를 당할 때도 있고, 그런 상황은 뇌리에 깊게 남아 좋든 나쁘든 추억의 한 페이지가 될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이 아닌, 순수하게 운이 없었다는 사실이 오히려 그 부정적인 경험을 때로는 긍정적으로 바꿔주기도 한다.

정말로 운이 없는 상황은 희소하니까. 그리고 이 또한 게임의 컨텐츠라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늘 운이 없지는 않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죽을까?

보통은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잘못된 전투를 벌이는 경우가 훨씬 많기 때문이다.

또는, 운이 없어 위험한 상황이 되었는데도 기존에 했던 판단을 수정하지 않고 전투를 지속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오탭충들을 놀리는 이유도 그렇다. 따지고 보면 분명히 실수들이니.





차이점에 대한 설명(2번)



그렇다면 그런 잘못된 전략을 처벌해야 하는가? 이 부분은 조금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그것은 처벌의 종류와 정당성, 강도가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기서 종류는 따로 크게 설명하지 않겠다.

소모품의 사용이나 죽음, 그리고 추가된 기회공격은 플레이를 한다면 쉽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정당성과 강도이다. 정당성은 특히 사람이 더 큰 실수를 저질렀을 때 강화되는 경향이 있다.

잘못된 전략을 택했다면, 그에 대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논리는 그렇기에 더 정당하게 들린다.

그럼 필라 댄싱을 이 관점에서 판단한다면?


이전의 필라 댄싱은 그런 잘못된 전략을 택한 사람들에게 충분히 좋은 탈출구였고,

그 이유로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필라 댄싱에 대한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특히, 돌발진과 고인물들)

결국 필라 댄싱이 나쁜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리에는 충분한 이유와 논리가 있다.


하지만 위에서 이야기했듯이, 사람들의 선택권을 빼앗아 가는 것은 일반적으로는 좋은 생각이 아니다.

그 선택권이 남용되어서 잘못되고 정당하지 않아 보이더라도 그것이 최악의 상황에서 어떻게든 플레이어를 구원해주는 수단이라면 더욱 더.

사람은 불합리하더라도 원전 대신 석탄 발전소를 원한다. 웃기지만 웃기지 않는 현실이다.


심지어 빼앗아가는 정도가 아니다. 특정 상황에서는 분명히 그로 인해 막혀버린 전략과 증가한 위협이 존재한다.

그것은 당연히 게임의 전반적인 경험에는 미미한 부분에 불과하지만, 플레이어가 느끼는 체감은 훨씬 더 크기 마련이다.

부정적인 경험은 증폭되어 기억된다. 그렇기에 항상 게임의 너프는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욕을 먹기 마련이다.


게다가 그 정당성은 약한 실수와 뉴비에게는 더 빛이 바래기 마련이다.

인간의 인지자원은 분명히 유한하고, 그렇기에 당신의 부주의로 인한 참사는 늘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물론, 반복숙달과 훈련을 통해 그러한 실수는 바로잡거나 방지할 수 있고,

뉴비들의 무지는 플레이를 통해 개선될테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기존에 없었던 추가적인 페널티를 내린다는 것은

정당성을 훼손시키기 마련이다. 이미 그런 사람들은 추가적인 페널티가 없더라도 힘든 사람들이다.


강도 또한 문제가 된다. 이 또한 뉴비들에게 더욱 불리한 문제이다.

동일한 강도의 처벌이라 하더라도 경험이 부족하거나 실력이 나쁜 플레이어는

문제를 쉽게 악화시키고, 더 문제를 풀어내기가 어렵다.

고인물이 반피가 까이기도 전에 미련 없이 블링크를 한 장 찢을 동안,

위협을 잘못 평가한 뉴비는 피가 충분이 줄어 화면이 번쩍이기 시작해야 부랴부랴 텔 스크롤을 한 장 찢기 마련이다. 그리고... -more-


약간 추가적인 이야기인데, 숙련에 필요한 시간도 문제가 된다.

돌죽은 분명히 오래 걸리는 게임이다. 스피드런을 한다 해도 30분은 넘게 걸리고, 고인물들도 한, 두시간은 너끈히 사용한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들은 서너 시간은 쉽게 사용하고 그 동안 수천마리의 몬스터를 잡는다.

그리고 그 모든 구간에서 위협은 항상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그 상황에서 한 번 삐끗하면 한 가지 교훈을 얻을 뿐이다. 심지어 무엇이 최적인 상황인지, 어디서부터 잘못했는지도 모호할 수 있는.

그리고 그 교훈을 다시 얻을 수 있는 위치까지 가려면... 몇 시간을 추가로 투자해야 한다.


누군가는 소모품 한 번이나 죽음 한 번으로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값싸다 이야기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십 년 가깝게 드문드문 플레이한 나도차도 글쎄...?

물론 내가 플레이할 때 뇌를 비우고 하는 걸 좋아하는데다 감수하면 안되는 위험까지도 감수하려는 버릇이 있고, 무지성으로 반복적인 스타팅 러쉬를 갈기는 사람이라 클리어율이 낮은 사람이니 그렇게 생각할 가능성이 높긴 하지만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시스템을 바꿔가면서까지 플레이어에게 불합리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불리한 패치를?

플레이어들은 이미 돌죽의 냉혹한 던전에 충분히 쫄아있고, 겁먹은 사람들을 더 겁주는 것은 별로 좋은 생각이 아닐 것 같다.

뭐, 사실 좋은 생각일 수도 있다. 의외로 많은 뉴비들이 던전을 진지하고 조심스럽게 여기지 않아서 죽음을 맞이하니까. 겁을 좀 더 주는거지.

너 이따위로 돌면 더 확실하게 보내줄게. 그따위로 돌지 마!


어쨌건 이 모든 이야기에도 잘못에 대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아이디어는 매력적으로 들릴 뿐만 아니라 실제로도 매력적이다.

그리고 특히 사람들에게 정당한 해결책으로 느껴지는 이유는 부정적 교육을 통해 사람을 개선할 수 있다는 신화가 존재하기 때문이고,

이는 일정 부분 사실이다. 단지 그 교육으로 인한 경험이 충분히 끔찍하다면.


그 경험이 충분히 끔찍하지 않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우리는 이미 그 결과의 산 증인이다. 엄마의 잔소리는 당신의 나쁜 버릇을 전혀 고치지 못했으니까.


그렇다면 교정을 위해 충분히 나쁜 경험을 제공한다?

음... 우리는 즐거움을 위해 게임을 하는 거지 습관을 교정받기 위해 게임을 하는 게 아니다.

심지어 교정 방법조차 오래 걸리고 불친절하다. 세상에, 탭키를 몇 번 더 누른다고 도망가지 못하고 세 시간짜리 게임을 망치라고?

아니면 앞으로 얼마나 필요할지도 모르는 소모품들을 사용하거나?

심지어 얻을 수 있는 교훈은 피가 90쯤 되는 방어 40짜리 캐릭도 헬 서펀트가 레후딥을 발사하면 죽을 수 있다는 사실일 것이다.

방심하지 말지어다!

결국 이런 불만을 감수할만한 사람들이나 이미 고여버려 충분히 문제에 대처할 수 있는 사람은 남을 것이고,

그렇지 못한 사람은 떠날 것이다. 혹은 이렇게 시끄럽게 굴거나.





차이점에 대한 설명(3번)



초반을 넘기면 문제가 완화가 된다는 것 또한 문제가 된다. 이는 뒤집어 말하면, 초반의 문제가 생각보다 클 수 있음을 암시한다.

물론 뭐, 고인물들이 스택을 살리겠다고 기둥을 빙빙 돌거나 어... 나도 그러긴 했으니 미안하다. 근데 법사는 마나가 필요하다고!


특히 소모품이 부족한 초반. 다시 말하지만, 부정적인 상황에서의 도박은 그리 유쾌한 경험이 아니다. 그건 도박이지만 도박이 아니다.

맨 처음의 플레이 로그처럼, 간절한 기도를 통해 우주가 도와 큐어 포션을 먹었다면 다행이지만,

나는 분명히 8층까지도 id 스크롤이 부족하고 큐어 포션이 한 개라 마셔서 확인하지 못해 빌빌대던 판을 기억한다.

물론, 그 판은 큰 문제가 없긴 했다. 어떻게든 꾸역꾸역 돌았으니까. 이처럼 실제로 랜덤성이 극단적인 경우에도 치명적인 문제가 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부정적인 경험은 부정적인 결과로만 도출되지 않는다. 그런 부정적인 결과를 예측하는 행동조차 사람에게는 큰 스트레스다.

독저 없이 큐어 포션 한개로 레어를 돌다가 두꺼비에게 쏘여 블링크를 찢게 되면 온갖 생각이 다 들게 될거다.


이런 상황에서 위에서 설명한 통제 불가능 요소를 추가한다면...? 모르긴 몰라도 추락하지 않는 비행기가 곧 추락할 것 같이 호들갑을 떨게 될거다.

그래서 실제의 플레이가 그리 달라지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부정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그 가능성이 낮더라도 머릿속에 있어야 한다는 게 짜증나니까.

심지어 그건 개발진이 추가로 던져준 감사한 회초리고. 좀 더 성실하게 던전을 돌거라!

애초에 필라 댄스가 인위적인 물건이라고 강변해봐야 기회 공격도 인위적인 물건이다.

이건 게임이다. 시스템은 개발자의 명확한 의지가 들어간 물건이고.


게다가 뉴비에게는 이 또한 큰 문제가 된다. 초반의 잘못된 교전 상황에서 탈출을 할 수 없게 된다면 같은 시간에 더 적은 교훈을 얻게 된다.

교훈의 강도가 강해질테니 괜찮지 않냐고? 어차피 그 뉴비는 다음 교전에서 죽을 뉴비지 않았을까?


물론 세상에는 사람을 고문하는 게임에 환장을 하고 달려드는 기이한 인간들이 존재한다.

부끄럽지만 나 또한 그런 사람이고, 돌죽이 그런 게임이니 10년 가깝게 플레이를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럼에도 그런 종류의 불쾌한 경험은 분명 사람의 인내심을 건드리는 무언가가 있다.

게다가 나도 쳐맞으면서 배웠지만 뉴비들이 그러는 건 좀 불쌍한 일이다.





승률 유지를 위한 최소한의 양심 - 소모품 증가



뭐 그런 이유로 이 모든 불합리를 해결하기 위해 돌발진은 추가적인 소모품을 제공하는 패치를 단행했다.

이건 확실히 하겠다. 그런 종류의 조정은 분명히 승률에 영향을 끼치고, 심지어 이전보다 사람들이 던전을 더 잘 돌게 할 수 있다.


이는 결국 던전에서의 사망이 결국에는 통계적으로 환원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고, 수치의 조정으로 해결 될 수 밖에 없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날카로운 피크들은? 그런 피크들은 애초에 원래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긴 하다. 하지만 이건 인정해야 한다.

그 피크들이 사람들의 부정적인 경험의 상당수를 차지한다. 그리고 분명히, 기회 공격은 그런 피크에 일조하는 것 처럼 보인다.

게다가 그런 피크에 추가된 소모품은 별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확히는, 한 번만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승률이 유지되거나 도리어 오르더라도 사람들의 반응이 나쁜 것은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실제로는 기회 공격이 사람들의 승률에 크게 영향을 끼치지 못하더라도 말이다.


이건 확실히 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브를 먹으려고 게임을 하는거지 승률을 올리려고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다.

오브를 좀 더 잘 먹고 싶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불합리한 경험을 더 하고 싶어하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성취를 원하는 것이지 불합리 자체를 원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모순적이게도 게임은 불합리한 상황조차 합리적인 원칙을 따라야 한다. 불합리한 상황을 위해 아무 불합리나 갖다 붙인다면 보통은 불합리가 정말로 불합리해진다.

마치 연속으로 구덩이 2연타를 맞아 쪼렙 캐릭이 던전의 심연으로 직배송되는 것 처럼.





깜짝 놀랄만한 제안



이 모든 일은 사실 부주의한 사람들로 인해 일어나는 일일 수 있다. 그렇다면 부주의에 대한 편의를 제공한다면 어떨까?

스펠의 성공 확률이 지나치게 낮다면 돌죽은 경고창을 띄운다.(그런 rc를 쓰는 것이겠지만)

그렇다면, 기회 공격을 유발할 만한 상황마다 경고창을 띄운다면 어떨까?

혹은 몬스터가 접근할 때 마다 경고창을 띄운다면? 너 정말 싸울꺼야? 준비는 만전이지? Y를 누르렴! Y로 부족하다면 YES!

적어도 기회공격 자체에 대한 불만은 쏙 들어갈 것이다. 장담한다.

그리고 사람들에게도 아주 친절하고 즐거운 경험이 될 것이다. 적어도 죽는 것 보다는 낫지 않을까?

물론 대단히 죄송스럽게도 나는 아니지만. 그냥 하던 대로 할게요. 멍청한 플레이로 15룬에 오브 들고 올라가다 왈도의 투기장에서 죽어도요.





이 모든 이야기의 요약



사람들은 뱀 같은 몬스터를 싫어한다. 대처할 수 없는 불합리함이 존재하기 때문에.

그리고 기회 공격의 도입은 모든 동속 몬스터들을 미니 뱀으로 만들 것이다.

혹은, 미니 뱀이 아니더라도 사람들이 몬스터들을 미니 뱀으로 간주하게 만들 것이다.


실제로는 뱀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할 수 있고 그것이 사실일 가능성이 높지만, 사람들의 위협 평가에서조차 그러지는 못한다.

심지어 그것이 실수에 대한 처벌이기에 더욱 그러하다.

불합리한 가능성이 아무리 작더라도 그것을 자극하는 것은 별로 현명하지 못한 판단이다.


심지어 미니 뱀을 만드는 일은 도전의 가치조차 희석시키는 부분이 존재한다. 어려운 도전은 희소하기에 가치가 있는 것이다.

모든 도전이 어려워진다면, 그 도전들의 희소성은 당연히 내려갈 수 밖에 없고, 성취감의 감소 또한 필연적이다.


게다가 고인물들의 괜찮지 않냐는 항변은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고인물들이 느끼는 위협의 영역과 실력이 떨어지거나 뉴비인 사람들이 느끼는 위협의 영역은 큰 차이를 보인다.

그리고 이는 더 큰 위협의 증폭으로 다가올 것이다. 실제로는 별 차이가 없을 지라도. 죽으면 어차피 똑같은 1데스다.


안일하다고 이야기하는 것 또한 별 도움이 안된다. 원래 사람은 안일하다.

단지 익숙해진 사람은 그 안일한 상황을 충분히 경험했으니 문제가 없지만 말이다.

경쟁 게임도 아닌데 실력이 떨어지는 사람들에게 진지하게 안일한 것이 문제라고 처벌을 주는 것은 좋은 생각이 아니다.


그리고 불합리에 대한 보상으로는 소모품의 증가 방식이 별로 좋은 생각은 아니다.

승률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사람들은 설령 그것으로 인해 승률이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충분한 보상이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불합리한 도박적 경험에 대한 충분한 보상은 일반적으로 희소성과 도박적 보상 요소인데, 모든 몬스터에게 그것을 부여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러므로 기회 공격은 별로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





마지막까지 쓰다가 너무 길어져서 뒤는 좀 대충 마무리를 한 느낌이 있는데, 자유롭게 이야기 해주셨으면 감사하겠습니다.

방송을 잠깐 보다가 글을 쓰겠다고 이야기는 했는데 여러 이야기가 덧붙여지니 글이 좀 길어진 감이 있네요.

좀 더 다듬어서 부드럽고 좋은 내용을 쓰고는 싶었는데 너무 귀찮아져서 일단 여기까지만 쓰겠습니다.


뭐 제 개인적으로는 필러 댄싱을 없애는 것은 상관 없지만 적어도 다른 종류의 재배치가 가능한 방법을 강구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야크떼나 뭐 그런거에 물려서 짜증난다고 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