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다른 갤에 쓴 글이라 조금 어색하게 읽힐 수도 있어용.

여기 영감님들은 사실 친숙한 이야기들이라 좀 부끄럽기도 함 ㅋㅋ


로그라이크/트 논쟁 난 좀 다르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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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D로 본다...가 아니고



로그라이크 장르를 정말 오랫동안 좋아해온 팬으로 로그라이크/트 논쟁을 보면서 든 생각을 정리해본다.

얼마전에 로그라이크를 예시로 든 글 게임의 이해 - 장르적 특성과 미세한 차이라는 글을 읽었는데 생각이 좀 다르기 때문이다.


게임의 메커니즘(장르)의 요소들은 중복될 수 있고 장르만의 유일한 특성이 아님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로그라이크/트 논쟁은 그런 범주의 문제가 아닌 일종의 문화적 충돌로 해석하는 것이 내겐 가장 자연스러워 보인다.

서로 다른 배경에서 '로그라이크'라는 개념을 접한 두 문화집단이 한 네트워크에서 소통하기 시작했기에 일어난 일이란 뜻이다.


로그라이크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먼저 우리에게 익숙한 비슷한 사례들을 간단히 소개하고 시작하겠당.

바로 '햄버거''TMI'이다.




햄버거 이야기는 유명할지도 모르겠다.

버거는 우리에게도 많이 익숙할 정도로 세계적인 음식이 되었다.

세계로 퍼져 나가면서 '버거'의 개념도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원래 버거는 소고기 패티를 빵에 끼워 넣은 음식만을 지칭하는 단어였다.

'치킨 버거', '새우 버거'는 틀린 표현이고 소고기 패티를 쓰지 않은 음식은 '버거'가 아니라 '샌드위치'였다.

즉 소고기만을 재료로 사용한 샌드위치만 '버거'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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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three Bugers-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들의 '버거' 관념도 분열되기 시작한다.

전통의 소고기파, 종류가 뭐가 됬던 패티로만 가공되면 인정하는 패티파, 그리고 안에 무엇을 넣었던간에 빵만 버거 번이면 되는 빵파

이 모든 개념이 동시에 쓰이면서 햄버거의 정의에 대한 내전이 벌어졌다.

그 결과 모두가 인정하지 않지만 오늘날에는 '치킨 버거'라는 말도 모두가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아 듣게 되었다.

여기서 봐야할 것은 각 집단들이 대상을 정의하는데 주목하는 요소가 각자 다르다는 점이다.




TMI는 Too Much Information의 약자로 너무 과한 정보라는 뜻이다.

TMI는 한국과 영어권 국가에서 서로 다른 뜻으로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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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TMI는 알고 싶지 않은데도 너무 과한 정보를 구구절절 나열할 때 사용한다. (바로 이 글<Eagle>처럼.)

영어권 국가에서는 과도한 정보라는 뜻보다는 더럽거나 과한 성적농담 같은 불쾌한 언행을 가리켜 TMI라고 부른다.

이 때문에 한국영상의 TMI를 보고 들어온 외국인들은 대체 어디에서 TMI가 나오는지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이 경우는 버거와 같이 한 관념을 두고 분류 기준을 다르게 두는 것이 아니라, 같은 단어가 애초에 다른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둘은 같은 말로 다른 것을 지칭한다는 점에서 굉장히 유사해 보이지만

몇 가지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된다.

1. 같은 '대상'의 기준적 특성이 다양화 되어 모호해진 경우

2. 다른 의미를 같은 '기호'를 이용하는 경우



이 두 가지 경우를 길잡이 삼아 대체 로그라이크에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적용해보려 한다.





1. 햄버거 사례 이야기, 정통파 로그라이크 게이머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옛날 이야기이다.

호랑이 담배 말던 시절에 로그라이크는 극소수의 매니아들만 즐기던 장르였다.

매니아 집단 외에는 로그라이크라는 말 자체가 생소했고, 알 필요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의 로그라이크란 좀 과장되게 표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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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tH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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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enocide-


이런 것들이었으니까. 일반적인 게이머들이 입문하기조차 버거운 구수한 냄새의 게임의 표현방식에

입구컷을 당하기 일쑤였다. 오죽하면 다음과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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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인것 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런 사정이었기에 이 당시의 '로그라이크'라는 단어는 정확히 정의되지는 않았지만 꽤 명확한 단어였다.

로그라이크 게이머라면 로그라이크가 무엇인지 말하기는 모호했지만 무엇이 로그라이크인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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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아보면 아마 처음보는 사람이라도 내부 게임 매커니즘의 특징은 집어 낼 수 없겠지만 외형적으로 로그라이크가

어떤 것인지 알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로그라이크의 핵심인 내부의 게임 코어 메커닉도 물론 중요하지만 외형적인 형식으로도

그리드 타일 기반과 턴제라는 점이 명확히 드러난다.


아까 로그라이크가 극 소수의 팬들만 즐기던 장르라고 했던 말 기억하는가?

왜냐하면 대부분의 로그라이크는 유저풀이 너무 적어서 상업적 가치가 없었기 때문이다. 많은 로그라이크는 아마추어리즘의 정신으로

개발되었고 무료로 공유되었다. 정말 이상한 점은 이런 비상업적, 반대중적인 게임이 고이지 않고 발전 해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조금씩 상업적인 가능성도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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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게임이 세상에 나왔다. 소수의 실험적인 게임(드워프 포트리스 같은)을 제외하곤 전부 로그라이크라 지칭하기에 이상한 점이 없다.

그러나 로그라이크 게이머들과 개발자들은 이 많은 게임을 한데 묶는 '로그라이크'라는게 무엇인지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런 노력의 한 가지 사례가 바로 베를린 해석이다.

이는 공식적이지도 모두에게 인정 받는 기준도 아니지만 로그라이크라는 기준을 세우려 한 시도 중 가장 유명하다.

여기선 로그라이크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게임적 시스템인 절차생성, 퍼머데스, 창발성, 탐험과 발견 등등의 요소들이 명시되어 있다.

베를린 해석이 로그라이크를 정의하는데 도움이 되었는가? 개인적으로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

베를린 해석은 로그라이크를 해체 해서 그것이 가진 속성들을 그냥 분석했을 뿐이다.

마치 생명을 정의하려는 노력과 같다. 그것이 가진 속성들을 분석해도 그냥 속성들의 나열만 남을 뿐 우리는 아직도 생명이 무엇인지 확실히 말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우리는('정통파라고 일컫는 집단') 아직도 무엇이 로그라이크인지 알지만, 로그라이크가 무엇인지는 모른다.

누구의 말마따나 '로그라이크'와 '생명' 아니 다른 많은 것들도 그저 언어게임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2. TMI 사례 이야기, 새로운 로그라이크 세대는 무엇을 생각하는가


로그라이크는 컴퓨터 너드들을 끌어들이는 속성이 있는 걸까.

C의 아버지 데니스 리치도, 마인크래프트의 개발자 마르쿠스 페르손도 그 외의 수많은 인물들이 로그라이크 게임들을 좋아했고 영향을 받았다.

로그라이크가 게임에 사용하는 영리한 방법론들은 효율적일 뿐만 아니라 컴퓨터 덕후들에게 대단히 흥미로운 점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링크 - (다른 재미있는 글, 로그라이크 역사 이야기 / 혹시 문제가 된다면 지우겟습니다..)


특히 절차적 생성(Procedural generation)은 일종의 마법 같은 면이 있었다. 요즘에야 플레이 타임 뻥튀기로 비난 받기도 하는 시스템이지만

그것은 매판 반복되지 않는 새로운 모험을 하게 해주려는 개발자들의 노력의 산물이었다.


퍼머데스(Permanent Death)는 또 어떤가, 게임의 상태를 저장하려는 방법이 마땅치 않던 시절의 유산이긴 하지만,

그것은 매번 생성되는 게임에 긴장감을 불어 넣어주는 효과적인 장치이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들은 한판한판 최선을 다해 플레이하게 되며

마치 체스를 두는 것 같은 지적인 재미를 선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묘수풀이라고 부르는 그것)

로그라이크만의 시스템은 아니지만 로그라이크의 재미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로그라이크에서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게임 개발자들은 이 두 요소를 이용해 다른 장르에 접목시키기 시작한다.

그렇게 일이 벌어지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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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차적 생성, 퍼머데스를 접목한 게임들의 성공은 게임시장에 같은 부류의 게임들을 쏟아내도록 만들었다.

여기서 이전까지 로그라이크를 몰랐던, 새로운 유저집단이 등장하게 된다.

바로 로그라이크라는 개념을 위 게임들로 접하게 된 게이머들이다.

새 로그라이크 게이머들은 위와 같은 '로그라이크' 태그가 붙은 게임들을 플레이하며 그 게임들의 공통점,

즉 '로그라이크' 태그의 의미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이런 새로운 문화 집단에게 로그라이크는 '절차적 생성'과 '퍼머데스'를 뜻하는 것이 된다.

문제의 씨앗은 여기서 시작되었다. 1번 사례의 게임들과 2번 사례의 게임들의 이미지를 다시 한번 보자. 둘은 같은 게임 장르라고 할 수 있을까?

이제 로그라이크/트 논쟁의 모든 주인공들이 등장했다. 남은 건 격돌 뿐이다.





3. 동상이몽/ 하나된 세계, 분열된 생각

인터넷 네트워크는 세상을 하나로 묶어주었다. 비록 반향실 효과로 비슷한 집단끼리 뭉치는 성질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로그라이크 단어의 두 지파도 이 흐름을 피할수 없었다. 게임 커뮤니티에서 혼란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불만은 원조 로그라이크 팬들에게서 나오기 시작한다. 더 이상 로그라이크라는 장르로 원하는 게임을 찾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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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자를 달라고!!!-




원래 로그라이크는 항상 소수의 매니아를 위한 장르였고, 새로운 '로그라이크' 게이머들에게 본래의 의미는 이상한 은어처럼 느껴지게 되었던 것 같다.

'그게 그래서 뭔데 십덕아!!!' 이런 느낌이지 않았을까?

서로 다른 두 게이머 집단을 이어줄 연결 통로는 없었던 걸까? 그러기엔 두 집단의 배경과 원하는 게임의 형태가 너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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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게임은 대체 가능합니까?-



근원적인 소통이 불가능하다면 이제 이론적인 답을 찾을 때이다.

그때 답을 찾던 이론가들 눈에 들어온 것이 로그라이크계 내부의 햄버거 논쟁, 바로 베를린 해석인 것이다.

베를린 해석은 로그라이크가 원래 모호했다는 논리를 강화하는데 쓰였다. 그 점은 틀리지 않았다.

그러나 '로그라이크'가 모호했던 것이지, 로그라이크 게임들이 모호했던 것은 아니었다.


이렇게 '햄버거'와 'TMI'라는 다른 문제가 하나의 문제처럼 취급되기 시작했다.

로그라이크의 의미 변화는 문화적 충돌이었음에도 장르적 변화/진화처럼 다루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4. 그래서 결론이 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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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본 기능을 생각해 봤을 때 다수가 의미하는 바가 곧 그 단어의 정확한 뜻이 될 것이다.

이미 '로그라이크'는 '퍼머 데스', '랜덤성', '절차적생성'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고, 위의 이미지처럼

인생도 도박도 지뢰찾기도 로그라이크라는 밈이 부정하기 힘든 웃긴 농담이 되었다.

로그라이크를 즐기던 영감님들도 반쯤은 포용적인 분위기로 돌아선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그래도 로그라이크의 팬으로써 아쉬운 마음에 이 사태를 굉장히 주관적이나마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본디의 로그라이크가 죽었다고 할 순 없지만 그 용례가 제한적이 되가는 것은 사실인 것 같다.

"노병은 죽지않는다 다만 사라져 갈 뿐이다."이라고 했던가, 노병의 팬으로써 글을 남겨본다.

(특: 아직 안사라졌음)



요약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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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이기에 아마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도 많을 것이다. 그런 경우에는 니가 맞아...##

## 다음엔 내킨다면 이른바 정통 로그라이크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로그라이크 플로우차트 같은 걸 써보도록 하겠다. 내킨다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