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까지 흥미로운 토론이 있었음. 아니, 토론이라기보다는 한 분의 주장에 동의나 하는 과정이었는데, 그건 아무리 뭐래도 주나비가 여전히 서열 1위라는 거였음.

그저 묘사된 것만 봐도 주나비는 애니 중반까지 달리기로도 나애리를 능가해, 파쿠르로도 에스런 중인 하니를 능가해, 그 두 능력만 고려해봐도 중계진의 말마따나 괴물이라 할 수 있음. 뭐, 어쨌든 애니의 결말에서는 하니와 나애리 팀이 결국 주나비와 이서연 팀을 이겼으니까 나애리의 실력이 한층 더 성장했니 소리가 나오지만, 이건 주나비에게 바톤 터치한 이서연이 꼴찌로 들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어려움. 게다가 애니 막판에 나애리의 발목을 작살내려다 실패해서 4위로 뒤쳐졌는데도 결국 2위로 골인한 것도 그렇고, 지금껏 애니를 몇 번이고 본 사람들도 주나비가 파쿠르로는 하니와 나애리를 능가한다는 데에 이견을 달지 못할 테니, 주나비가 여전히 서열 1위라는 주장에는 분명 타당성이 있음.


하지만 괴물이고 자시고, 주나비는 하니나 나애리 대신 청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되면 안 됨.

자, 그럼 이제부터 주나비가 하니나 나애리 대신 청소년 국가대표로 선발된 미래를 알아보자.


1. 주나비가 자기 컨셉과 성질머리를 극복하지 못함

때는 20XX년. 하니와 나애리를 꺾고 대한민국 청소년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된 주나비는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전 세계의 육상 강자들과 마지막 승부를 벌인다.

언제나 그렇듯 여유로운 비웃음을 지으며 출발하는 주나비. 그러나 세계무대는 결코 쉽지 않았고, 미국 청소년 국가대표 캐서린 베이츠(18)가 금발펌머리를 휘날리며 주나비를 근소하게 앞서 나가기 시작한다. 이빨을 와득 깨물며 막판 스퍼트를 내는 주나비. 그리고...

"시밤, 주나비 태클!!!"

캐서린 베이츠는 훗날 전설로 회자될 부상을 입으며 쓰러지고, 주나비는 그 즉시 실격은 물론 세계육상연맹에서도 제명된다.


2. 주나비가 자기 성질머리를 극복했으나 컨셉을 극복하지 못함

때는 다시 20XX년. 잠깐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같지만, 어쨌든 주나비는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서 캐서린 베이츠를 비롯한 전 세계의 육상 강자들을 꺾고 마침내 금메달을 차지한다.

모든 것이 자신의 지도력 덕분이라는 듯 오른손 중지로 자신의 안경을 으쓱이며 비열한 미소를 짓는 유준태. 하지만 대회 내내 정해진 트랙, 정해진 규칙으로 달려야 했던 주나비는 뚱한 표정으로 풍선껌을 씹더니 내뱉는다.

"하아... 재미없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바로 은퇴 선언과 세계대회라고는 없는 에스런으로의 복귀를 선언하는 주나비. 유준태는 안경 너머의 눈을 부릅뜨며 무어라 소리치려 하지만, 주나비는 그런 유준태에게 등 돌려 떠나가며 풍선껌을 부풀리고는 가운데 손가락을 치켜든다.


3. 주나비가 자기 컨셉과 성질머리 모두를 극복함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러니 나비단은 주나비 겨포나 보고 잠이나 자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