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영화 《나쁜계집애: 달려라 하니》를 연출한 감독 허정수입니다.


극장 상영이 두 달여의 시간을 마무리하고, 현재는 VOD를 통해 또 다른 방식으로 관객을 만나고 있는 이 시점에서,
그동안 이 영화를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신 분들께 직접 인사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이 공간에서도 작품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그 대화에 뒤늦게나마 인사를 전하고 싶었습니다.


무엇보다 개봉 초기부터 지금까지,
이 작품을 끝까지 보고, 이야기하고, 다시 불러내 주신 모든 관객분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이 영화의 초기 시나리오는 120분이 넘는 분량이었습니다.
극장판 러닝타임인 90분에 맞추기 위해, 단순히 장면을 덜어내는 방식이 아니라
이야기의 호흡과 흐름을 다시 설계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극장판은 하나의 선택이 바뀌면 다른 모든 부분이 함께 흔들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압축의 과정에서는 많은 논의와 수정이 반복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 과정에서 연출팀 전체가 치열하게 고민했고,
장면 하나하나에 대해 가능한 선택들을 끝까지 검토했습니다.


샤이닝로드 씬, 이른바 애리의 러너스하이 장면은
스토리보드감독과 연출팀이 함께 만들어낸 결과물이었고,
횡단보도 씬 역시 흐름을 재정립하기 위해 제가 직접 추가한 장면이었습니다.
이 모든 선택은 이야기를 줄이기 위한 결정이 아니라,
남겨진 이야기들이 제대로 호흡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스튜디오고인돌은 국내외 여러 작품에 참여해 왔지만,
2D 극장판을, 그것도 국내 IP로 제작하는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이 시도 자체가 저희에게는 매우 소중했고, 동시에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준비 과정에서는 경험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도 분명히 존재했습니다.
특히 디자인팀은 방대한 분량의 배경 작업을 끝까지 책임지며, 막판까지 매우 고된 시간을 감내해야 했습니다.
원화 연출 감독님들을 비롯한 메인프로덕션 스태프들 또한 같은 장면을 여러 차례 다시 작업하며,
콘티에 담긴 ‘멋지게 표현해달라’는 요구를 실제 화면으로 구현하기 위해 밤낮없이 고민하고 노력해 주셨습니다.


촬영 감독님과 촬영팀 역시 완성도가 충분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소재들까지도
어떻게든 더 나은 화면으로 만들기 위해 많은 시간과 정성을 들여주셨습니다.
뜻대로 나오지 않는 컷들을 그대로 넘겨야 하는 순간들은,
작업에 참여한 누구에게도 마음 편한 선택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든 스태프분들께서 끝까지 책임감과 열정을 놓지 않고
각자의 자리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주셨기에,
이 영화는 마침내 완성될 수 있었습니다.



제작 과정은 마지막까지 쉽지 않았습니다.


개봉 직전까지 작화 수정과 오류 검수가 이어졌고,
저와 제작 프로듀서, 미술팀 역시 끝까지 작화를 수정하고
배경을 손보며 촬영을 다시 진행했습니다.
편집을 통해 조정한 컷 역시 상당한 수량이었습니다.


개봉이 지연될수록 이미 협의되었던 브랜드 PPL이 취소되거나,
제작지원 일정에 차질이 생기는 등 제작 외적인 부분에서도 여러 현실적인 변수들이 발생했습니다.


그 모든 상황 속에서, 가능한 최선을 다하는 것 외에는 다른 선택지가 없었습니다.



많은 분들께서 아쉬움을 표현해 주신 장면들에 대해,
저 역시 같은 아쉬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다만 피말리는 예산과 일정 안에서,
이 작품을 끝까지 완성하고 관객 앞에 세우기 위해
모든 스태프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음을 이해해 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개인적인 소회로는,
이 영화가 중간에 멈추지 않고 극장에서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매우 어려운 과정을 거쳐 이뤄진 결과였습니다.


작품에는 저의 판단과 선택에서 비롯된 아쉬운 지점들도 분명히 남아 있고,
배급 시점 등 여러 현실적인 조건으로 인해 더 넓은 관객에게 다가가지 못한 한계 또한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의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 덕분에,
이만큼의 관객을 만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나애리라는 캐릭터를 깊이 사랑해 주시고,
작품 자체에 애정을 가져 주신 분들의 반응은
연출자로서 큰 감동이었습니다.


캐릭터 디자이너 정다이 씨의 작업에 관심을 가져 주신 점 역시
개인적으로 매우 기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한국 애니메이션 안에서도 캐릭터 자체가 강한 매력과 생명력을 지니고
사랑받을 수 있는 작품들이 더 많이 등장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특히 캐릭터의 신체적 인상이나 관계의 결에 대해
많은 분들께서 흥미롭게 받아들여 주신 점 또한 인상 깊었습니다.

주나비를 비롯한 일부 캐릭터들의 체격 표현,

그리고 인물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과 친밀감의 뉘앙스들은 의도적으로 선택하고 조율한 요소들이었습니다.


노골적인 설명보다는,
장면의 리듬과 시선, 그리고 인물 간의 거리감 속에서
자연스럽게 느껴지길 바랐던 부분이었는데,
그 의도를 관객 여러분께서 각자의 방식으로 읽어 주시고 해석해 주신 점이 개인적으로는 매우 반갑고 감사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작품을 통해 얻은 경험과 배움을 바탕으로,
다음 작품에서는 보다 준비된 모습으로

더 나은 작품을 선보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마지막 상영일까지 함께 달려와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애리와 하니, 그리고 주나비가 이 시대를 계속 살아갈 수 있도록,
VOD와 곧 공개될 넷플릭스에도 따뜻한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