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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신가.


드디어 러너들이 그토록 기다리던 역대급 소식이 하나 터졌다.

대한민국 제2의 도시,

부산에서 드디어 풀코스 마라톤 대회가 열린다.

매번 서울이나 다른 지역 대회 원정 가느라 지쳤던 경남권 러너들에게는

한 줄기 빛 같은 소식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코스가 공개되자마자 기대감은 순식간에 공포로 바뀌고 있다.

평지가 없는 악명 높은 지형에 거친 바닷바람까지 부는 부산에서

대체 어떻게 풀코스를 뛰겠다는 것인지,

오늘은 이 화제의 코스와 커뮤니티의 매운맛 반응들을 담백하게 짚어보겠다.


자, 바로 시작하겠다.


사실 부산은 러너들에게 그리 친절한 지형이 아니다.

동네 이름에 '산(山)'자가 괜히 들어가는 게 아니다.

도시 전체가 끝없는 오르막과 내리막, 일명 낙타등 지형으로 도배되어 있다.

마라톤에서 좋은 기록을 내려면 고저차가 없는 평탄한 아스팔트 주로가 필수적인데,

부산은 그런 평지를 길게 확보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깝다.

여기에 해안 도시 특유의 변수인 칼바람까지 불어닥치니,

여태껏 풀코스가 왜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번에 베일을 벗은 코스 맵을 보면 주최 측의 독한 마음이 그대로 느껴진다.

벡스코를 출발해서 광안대교, 부산항대교, 남항대교까지

무려 부산의 거대한 바다다리 3개를 연달아 건너야 한다.

그리고 충무동에서 반환해서 그 다리들을 다시 역으로 되돌아와야 한다.


말이 좋아 3개 대교지, 결국 왕복으로 총 6번이나 거대한 다리를 건너야 한다는 뜻이다.

하필 대회도 한겨울인 12월에 열리는데,

사방이 뻥 뚫린 바다 한가운데 다리 위에서 그 살벌하고 차가운 겨울 바닷바람을

6번이나 정면으로 온몸으로 받아내야 한다.


차 타고 드라이브할 때는 야경 맛집이고 낭만 그 자체겠지만,

얇은 싱글렛 한 장 걸치고 맨몸으로 뛰는 러너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동상 걸리기 딱 좋은 통곡의 벽이다.


리에 진입할 때마다 마주해야 하는 끝없는 업힐과 내리막에,

뼛속까지 시려오는 한겨울 칼바람까지

6번을 버텨야 하니 페이스를 유지하려는 러너들의 멘탈을

처참하게 부숴놓을 가장 큰 빌런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수많은 러너들이 접수 날짜만 기다리는 이유는 명확하다.

평소에는 자동차만 갈 수 있는 광안대교 상판과

부산항대교를 내 두 발로 대놓고 뛰어볼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다리 위에서 내려다보는 압도적인 해운대 바다 뷰와

부산항의 풍경은 가슴 웅장해지는 개방감을 준다.


하지만 커뮤니티에서는 기대감 못지않게 현실적인 걱정도 쏟아지고 있다.

안 그래도 운전하기 거칠고 힘든 부산인데, 도로를 다 막아버리면

성질 급한 부산 사나이들이 이 교통통제를 과연 참아줄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다.


주로 주변에서

"마! 스퍼티지 차 빼라고!",

"만다꼬 저기를 뛰어올라가노? 허파 디비질라 하네!",

"와 여길 못 지나간단 말인교!"


같은 날 것 그대로의 거친 경상도 사투리와

고성이 난무할 게 벌써부터 눈에 선하다는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도로 통제 때문에 진짜 폭동이 일어나

내년부터 대회가 칼같이 폐지될 가능성이 높으니,

'올해가 처음이자 마지막 부산마일 수 있다'라며

무조건 접수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컷오프 4시간 30분이라는 이야기도 화제가 되고있다.

일반적인 메이저 마라톤이 5~6시간을 주는 것에 비하면,

실상 초보 러너들은 신청조차 하지 말라는 경고장이나 다름없다.


결국 주최 측이 이처럼 빡빡한 컷오프를 건 이유는

앞서 말한 부산의 무시무시한 교통 정체와 시민들의 민원 때문이다.


제한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려서 통제가 길어졌다가는 도시 기능이 완전히 마비되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결국 이번 부산 마라톤은 환상적인 바다 뷰 뒤에 잔혹한 업힐과 12월의 자비 없는 바닷바람,

그리고 성난 시민들의 눈초리 속에서 4시간 30분이라는

타이트한 제한 시간과 싸워야 하는 지독한 레이스가 될 것 같다.


이번 대회만큼은 무리하게 PB를 깨겠다는 욕심은 접어두고,

내 체력을 철저히 통제하며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부산의 겨울 낭만을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현명해 보인다.


여러분은 이번에 열리는 부산 풀코스 마라톤의

역대급 코스와 4시간 30분 컷오프,

그리고 대교 위 6번의 칼바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철저히 준비해서 거친 바닷바람과 사투리를 뚫고

무사히 완주할 모든 러너분들을 응원한다.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