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킨이 난해할수록 고인물인데. 내 실력에 박지성 스킨이 마지노선이지 싶다. 어느 대회를 가도 고인물룩은 늘 있던데 왜 여긴 다들 얌전하게 입고 왔냐. 나보다 난해한 스킨은 앵그리버드 가면 쓴 분 한명 봤다.

지하차도 8개 잔잔바리 언덕지옥. 첫 지하차도 올라오기까지 쭉 내리막이었고, 11.5km 반환점까지 전체적으로 내리막. 그 말인 즉슨, 돌아올 때 오르막이니 초반에 오버페이스하면 나중에 털린다는건데 미리 알고 있었으면서도 제어가 안 되었다.

페메는 1:50 2:00 2:30 이렇게만 있는 듯 하여 페메 없이 뛰었고. 출발 전에 SIS 파워젤 하나 먹고 팔토시에 아미노바이탈 파워젤이랑 뉴트리크라프트 포도당캔디 하나씩 챙겼다. 하프 뛰는데 중간에 파워젤 보급은 오바 아닌가 싶었지만 혹시나해서 챙겼는데, 이거 없었으면 걸어서 완주할 뻔.

비옷 입었는데도 체온이 빨리 안 올라와서 2km쯤에서야 벗었다. 비옷 벗으면 공기저항이 줄어서 더 가볍지 않을까 했는데 딱히 체감은 없더라.

6~7km 쯤에서 그룹 윤곽이 나오니까 앞에 베넥 신고 나란히 뛰는 수원마라톤클럽 아저씨 두명 따라가기로 하고, 장기적으론 15미터쯤 앞에서 뛰는 에어로스위프트 빨간 타이즈 잡아보기로. 끝까지 못 잡았다. 나중에 보니 외국인이더라. 외국인 많더라. 수마클 형님들이 반환점 돌고 오는 다른 외국인 보고 허드슨 화이팅 하길래 저 사람이 허드슨인가보다 함. 키 진짜 크더라.

11km에서 파워젤 먹어야지 했는데 팔토시에 있으니 꺼내기도 귀찮고 하필 또 지하차도라. 11.5km 반환점 돌고 다시 지하차도 내려갔다가 올라오면서 12km에서 파워젤 깠는데. 오버페이스로 호흡이 흔들리니 입에 넣고도 안 삼켜져서 한 1km쯤 손에 쥐고 뛰면서 조금씩 먹었다. 파워젤 들고 어버버하느라 페이스 떨어져서 수마클 형님들도 놓치고 허덕대니까 뒤에서 오던 분이 박지성 화이팅 해 주셨다. 다 먹으니 거짓말 같이 힘이 나서 다시 수마클 형님 따라잡았고. 빨간 에어로스위프트 타이즈는 보이긴 하는데 잡긴 글렀구나 싶을만큼 벌어졌고.

18km에서 포도당캔디 먹으려는데 포장지 마감에 톱니가 없다? 어떻게 뜯는거야 이거;; 이빨로 물어뜯어도 꼼짝을 안 하고. 뒤늦게 칼집 내 놓은걸 발견하고 뜯어서 입에 딱 넣었는데 포슬포슬 부서지면서 바로 힘이 나
는줄 알았는데 하필 거기가 또 마지막 지하차도. 결국 걸어서 올라왔다.

갈때 전체적으로 내리막이었으니 돌아올땐 아무리 가도 오르막이라. 20km에서 머리론 다 왔다 하는데 몸이 움직이지 않아서 또 걸었다. 나중에 보니 심박 193까지 올라갔더라. 걸을 수 밖에 없었지 싶다. 수마클 형님과도 멀어졌다.

500m 남겨두고부터 정신줄 잡고 두식아재마냥 오백 오백 사백 사백 삼백 삼백 소리내며 뛰어서 어찌어찌 완주. 그래도 마지막 순간은 온 힘을 다해서 포즈를 취하려 했는데 카메라를 못 찾았고. 이 대회는 주로에서도 카메라맨을 못본 듯. 사진 안 찍어주나;; 사회자만 "붉은악마 들어옵니다" 라며 반겨 주었다.

코스가 굉장히 힘들었는데 그래도 작년 서울레이스 평지 기록을 1분 40초 당기면서 PB. 대회뽕+카본빨+보급 영끌. 대회에는 아디프로2 처음 신고 왔는데 효과 확실하네. 몇초 차이로 1:40을 못 깼지만 이대로라면 가을에 서울레이스에선 깰 듯 하니 아쉬움은 없다. 담번엔 포도당캔디 두개 챙겨야겠다.

동마 대비 오늘 열리는 여러 대회 중에, 도로통제하는 대회 뛰려고 좀 멀어도 경기국제하프마라톤을 선택했고 새벽에 지하철 첫차 타고 왔는데. 코로나 전에 나온 코스도 보고 팔달문 장안문 지나는 사각형의 경치 좋은 코스인줄 알았는데 도로통제 문제로 수원 외곽 왕복하느라 지하차도를 2배로 더 오르내려야 했던건 실망이었지만. 완주메달에 거리가 안 새겨져 있어서 하프나 5km나 같은 메달 받은 것도 아쉽지만. 그래도 굥자클라스 최경선 선수가 여자 엘리트 1위하고 허드슨도 나온거 보면 여기가 근본대회였지 싶다.

농협 부스에서 쌀 받아왔다.

수원 대회라 아울렛 가까워서 그런가 새하얀 새삥 형광베넥 수십개 본 듯.

짐 찾다가 런갤러분 만나서 인사했다. 내적 친밀감으로 반가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