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기에나 적을만한 이야기를 여기에 공유합니다. 긴글과 부족함은 눈감아주세요.
첫 대회를 뛰고 왔더니 가슴이 벌렁거린다. 한달 남짓 괴롭히던 무릎 부상을 사실상 끝내는 달리기였다. 통증감이 조금 남아있지만 관리 가능하다고 생각된다. 들뜬 마음도 잠재울겸 그 동안 슬개건염을 극복하는 데 있어 겪었던 시행착오를 여기에 적어본다. 도움이 될만한 이야긴 아니고 그냥 내 얘기다. 어차피 부상은 다 자기 몫이니까.
무릎이 종종 아프긴 했다. 무거운 스쿼트나 많이 구부리는 요가동작을 할 때면 그랬다. 7월부터 급격하게 러닝 마일리지를 늘렸으므로 달리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여름 동안 종종 통증을 느꼈지만 더 잘풀어주면 되는 일 쯤으로 생각하고 계속 뛰었다. 8월 말 어느날, 일을 마치고 집으로 뛰어가는 길에 비로소 무언가 잘못 된것만 같은 느낌을 만나게 됐다. 송곳으로 무릎 앞쪽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었다. 속도를 느리게하면 괜찮았다. 하지만 예전과는 다르게 8분, 9분대 까지 페이스를 늦춰야했다. 나는 빠른 걸음과 다르지 않은 페이스로 집에 들어갔다.
종종 그랬듯이 다음날 병원에가서 물리치료를 받았다. 의사와 삼십초 정도 대화하고, 전기치료와 열치료를 받고, 집에가서 진통소염제를 먹었다. 늘 그랬듯이 하루이틀 쉬면 나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 뒤엔 통증이 그대로 있었고, 이틀 뒤엔 이상하리만큼 더 아파졌다. 더 아파지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염증의 정도와 내 라이프스타일이 서로를 고양시키는 어느 지점을 넘긴 것이다. 처음으로 긴호흡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물론 그때만해도 이게 한달씩이나 가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나는 달려오던 마일리지 강박을 멈추고 일주일간 통째로 쉬기로 했다. 일주일 동안 달리지 않고, 집에가서 10시 전에 잠자리에 들었다. 알겠지만 아주 큰 결심이 필요한 일이었다.
하지만 낫지 않았다.
당황스러워 지기 시작했다. 진통소염제는 며칠 째 먹고 있었고 물리치료를 반복하기도 했다. 심지어 수면도 늘렸다. 어느날은 가만히 앉아있는데도 악 소리가 날만큼 통증이 커지기도 했다. 무릎을 구부릴 때마다 거미줄이 무릎 앞쪽을 감싼 느낌이었다. 더 이상 구부리면 내 조직이 엉켜서 무언가 잘못될 것만 같은 느낌. 나는 '이만큼 쉬었으면 나아야하는데?'라는 생각을 버리지 못했다. 물론 그생각 뒤엔 '빨리 뛰어야 하는데'가 있었다. 체외충격파 치료를 두번 받아보았지만 별다른 차이는 없었다. 의사도 다른 종류의 약을 처방해주었다. 그렇게 3주가 지나갔다. 중간중간 차라리 뛰어보았지만 통증이 생겨서 그만두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가지를 꼽았다. 첫째, 근육을 쓰는 방식. 둘째, 심리적인 이유.
우선 첫째부터. 앞서 인식한데에 열쇠가 있었다. 부상이란 염증과 일상생활이 서로를 고양시키는 지점에 들어선 상태이다. 슬개건에 어떻게 부하가 걸리는지 알아보자 쉽게 고칠 점을 알 수 있었다. 앞허벅지 근육을 무릎아래와 연결해주는 슬개건은 (해부학적으로 틀린 설명이있다면 아는 사람이 지적해주기를) 허벅지 근육이 늘어남에 있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만큼 부하를 받는다. 점프, 까치발과 같이 많은 무게를 한번에 지탱해야 하는 동작에서는 그 부담도 커진다. 그런 이유에서 슬개건염을 jumper's knee 라고 부르기도 한다. 나는 군화를 신고 생활하는데, 미세하게 군화안에서 까치발을 들고 슬개건에 부하를 주고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때때로 상관이 부르면 튀어 나가다보니(ㅜㅜ), 슬개건이 밤새 쉬었다 하더라도 낮엔 열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면 며칠간 군화를 벗고 상관에게 달려가지 않는다면 괜찮아질까?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이지만 내가 하고싶은 말은 아니다. 직장인이 일상을 바꾸기란 어렵다. 달리 말하자면 똑같은 상황이 이어져도 슬개건이 혼자 일하지 않도록 부족한 근육들을 강화해줘야 했다. 재활운동을 해야한다.(뻔한 소리를 해서 미안!) 무릎이 아프기 때문에 쓰지 않도록 쉬어줄 생각만했지 3주간 더 운동할 생각은 못했던 것이다. 나는 스스로 생각하기에 코어-다리로 이어지는 근육이 꽤 튼실하다고 생각함에도 불구하고, 재활운동을 하면서 내가 얼마나 하지가 부실한지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다친 부위를 쓰지 못하는 상태로 운동을 한다고 생각해보라. 하루 20-30분 땀을 흘릴정도로 벽에 기대 한발든 투명의자 자세를 했다. 경사진 바닥을 딛고 한발 스쿼트를 했다. 그러자 드디어 통증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처음 부상을 느낀지 3주만의 일이었다. (재활운동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웹 여러군데에 나와있다.)
통증이 줄어들자 달리기도 다시 시도해볼 수있었다. 다만 자세를 완전히 바꿔야 했다. 재활운동을 통해 강화했던 근육이 발을 내딛는데 개입되도록 뛰어야했다. 이전과 똑같이 달리면 통증은 거의 그대로였다. 7분대로 30분을 달리자 코어가 타들어 가는 느낌이 났다. 다음날 내 아랫배는 윗몸일으키기를 한 날 처럼 단단히 뭉쳐있었다. 새롭게 달리자 몸도 변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희망이 보였다. 혼자 일하던 슬개건은 숨통을 놓기 시작했다. 나는 점점 더 자신감을 얻었고, 6분, 5분으로 페이스를 줄여갔다. 페이스 1분줄이는데 1주일이 걸렸다. 조금씩 페이스와 거리를 늘려가자 더 이상 무릎에 대해 신경쓰지 않고 있었다.
바로 이 지점에서 통증의 두번째 문제, 심리적인 이유가 있다. 통증을 인식하는 순간 통증이 크게 느껴진다는 얘기다. 거꾸로 말하자면 통증을 까먹기 시작하는 지점에만 도달하면 회복에 가속이 붙는다. 그러니 재활의 중점을 부상 부위가 아닌 새로운 근육을 발달시키는데 집중하는 전략은 유효했다. '이렇게 쉬는데도 왜 슬개건이 아프지?'라고 질문하지 말아야 했다. '허벅지와 아랫복부, 엉덩이 근육을 더 발달시켜야겠군'이라고 초점을 바꿔야 했다. 물론 아프기 시작할땐 어렵다. 그러니 내가 부상을 다시 겪는다면 할 수 있는 운동부터 차근차근 시작할 것이다. 6분대 페이스가 힘들다면 7분대, 7힘들다면 8분, 그마저도 힘들다면 걷기, 걷기가 힘들다면 제자리에서 걷기. 그마저도 안된다면 할수있는 재활운동이 무엇이 있었을까. 통증에서 가능한 움직임으로 초점을 옮기고, 필요한 근육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했다. 통증-휴식에 주목하는 패턴은 나의 일상생활이 송두리째 바뀔 가능 성이 없는 이상 별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다.
그렇게 오늘 서울달리기에 참가하기까지 시간이 흘렀다. 첫 대회를 제대로 치르지 못할까봐 전정긍긍하던 시간이 지나갔다. 나는 컨디션을 보고 5분에서 5분 30초정도로 뛸 생각이었다. 그마저도 염려했다. 다치고 나서 4분대 페이스로 올려본적은 없었고 있더라도 매우 짧은 시간이었다. 전날 밤 요가로 근육을 풀어주고, 새벽에 일어나 마사지를 했다. 대회장에선 벽을 찾아 투명의자를 했고, 경사진 바닥을 찾아 한발 스쿼트로 앞 코어에 스위치를 켰다. 출발소리가 울리고 아치를 통과하며 가민을 누르고 내가 앞으로 튀어나가고 있을때, 내 시계는 4분40초 페이스를 찍고 있었다. 이대로 뛸 수 있을까? 대답은 골인 지점을 통과하고 나서야 할 수 있었다!
그리하여 지금 기분이 좋다. 한 달 간의 부상 염려와 드디어 굿바이 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물론 통증감은 아주 조금이나마 남아있고 언제든 새롭게 다칠 수 있다. 그러면 할 수 있는 재활을 또 하면 된다고 자신감을 얻었다.
다들 다치지 마시고 즐겁게 러닝하세요
글을 정말 잘 쓰시는 것 같아요. 저도 다치기 전에 보강운동을 틈틈이 해야겠습니다.
장문임에도 참 글을 잘쓰시네요. 술술 익히네요. 힘줄은 세포 수와 혈관이, 근육에 비해 월등히 적어 한번 다치면 잘 안낫죠. 그리고 무작정 쉰다고 빨리 낫는 것도 아니고. 대처를 잘 하셨네요.
근데 혹시 슬개건 부근에 깨알 멍점들이 슝슝 샤브심처럼 올라오지 않았던가요?
한의원에서 침을 맞고는 그런적이있어요. 슬개건염에 그런 증상이있나요?
저는 전에 저렇게 아픈적이 있어서 물어본겁니다. 다른 류의 부상 같네요.
한발 투명의자 엄청 빡세네요 ㄷㄷㄷㄷ 대신 내측광근도 그렇고 힘이 빡 들어가는게 느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