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내 소개를 하자면 


키170에 몸무게 68이고 나이는 서른.


작년 7월에 중문 유리에 손목이 엄청 크게 베여서 죽다 살아났고(자살시도한거 아님ㅋ), 동맥 하나와 신경 2줄, 손가락 구부리는 힘줄 12개가 모두 다 잘려서 수술했음.


지금이야 키보드를 칠 정도로 회복 했지만 손바닥 전체가 감각이 매우 부족하고 마우스도 능숙하게 못쓴다. 근데 또 장애인은 아님 ㅋㅋ


엄마는 5년간의 암투병 끝에 내가 성공하는것도 보지 못하고 올해 4월에 돌아가셨다.


대충 사이즈 나오지 내 인생? ㅋㅋㅋㅋ


다친 후부터 6개월 넘게 5번 넘는 수술을 반복하면서 병원-집만 반복했다.


그 때를 돌이켜보면.. 하루를 멋지게 살아내는 청년이 아니라 그냥 지옥 불구덩이에 빠진 죄인 같은 삶이였다.


세상이 원망스러웠고, 잘 움직이지 않는 손을 왼손으로 움켜쥔 채 이 악몽이 끝나기만을 기도했다.


매일 같이 명언들을 보면서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한번만 나에게 기회를 달라고.


그래서 악몽이 끝났겠어? 시발 다 그대로지 ㅋㅋㅋㅋ


나한텐 10년넘게 만나온 여자친구가 있는데 내가 어느날 그랬다.


"발로 하는 취미를 해보고 싶은데 런닝화 하나만 사줘."


그래서 줌 페가수스 맞나? 이거를 선물 받았다.


그리고 방구석에서 못나가고 3개월동안 바라만 봤다. 문 앞을 나설 용기가 나지 않아서 그냥 고히 모셔놓고 바라만 봤다.


그러다 어느 날부터 새벽에 나가서 만보 이만보씩 미친듯이 걸었다. 한달 정도를. 그리고나서 모셔둔 그 신발을 신고 런데이 시작함.




1주차 1회때 1분을 뛰라는데 진짜 뒤질뻔했다. 


크게 다치고 인생 다 끝난 새끼처럼 체념한 채로 살아 왔는데,


고작 평지를 1분 뛰었다고, 내 심장이 미친듯이 뛰더라.


뒤지기 싫다고 살려달라고.


난 내가 뒤져도 상관 없을 것 같았는데, 내 심장이 뛰는게 느껴지니까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나는 사실 누구보다 열심히 멋지게 살고 싶었던 거 같다고. 우울감에 빠진 내 머리와 달리 내 심장은 나한테 그렇게 말해주더라.


30분을 뛸 수 있게 된 지금 돌이켜봐도 그 처음 1분만큼 힘든 적이 없었다.


내가 그만큼 살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 이래서 많은 사람들이 달리는구나. 생각했다.


집 가는 길에 뛸 때 맨 슬링백이 너무 불편해서 다이소에 가서 3천원짜리 힙색을 샀다.


지금까지도 너무 요긴하게 잘쓰는중 ㅋㅋ





뛰다보면 하천변에 야생 오리들이 반겨준다.


안정적인 맛이 날 거 같은 저 오리들도 먹고 살겠다고 열심히 벌레 같은걸 찾아다닌다.


엄마오리도 새끼오리도 열심히 사는거 보고 있으면 동기부여 되고 좋음ㅋㅋ


초여름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저기 있더라. 변한건 항상 나다. 세상은 모습만 조금 달라질 뿐 변함없이 거기 있다.


나만 나가서 뛰면 항상 저 오리들처럼 나를 반겨준다고 믿었다.


산책하는 노인과 강아지들, 나처럼 뛰는 사람들. 그 사이에 부대끼다 보니까 내 몸과 마음의 상처도 조금씩 옅어지더라. 아주 조금씩.






4주차가 넘어가니까 잡생각이 많아졌다


존나 웃기는게, 처음 1분 뛸 때만 해도 뒤질 것 같았는데


어느새 부터인가 내가 뛰면서 자아성찰을 하고 있더라 ㅋㅋㅋㅋ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내일은 안 뛰고 쉴건데 무슨 공부를 해볼지, 뛰었으니 단백질 챙겨 먹어야지."뭐 그런 생각들.


방구석에서 손만 바라보던 나는 점점 옅어져간다.


남이 보는 나는 그냥 깔짝 뛰는 겉멋충일지도 모르지만, 요단강에서 다시 돌아온 내가 그 까짓게 뭐가 대수겠어.


어차피 잃어버릴 뻔한 내 인생 그냥 시선 신경끄자.


이런 생각이 들면서, 더이상 다친 내 손이 부끄럽지 않았다. 비록 불편할지라도 그게 부끄럽진 않아졌음.



7주차에 이를 악물고 뛰어봤다.


5km를 38분안에 뛰어보자는 마인드로 뛰었다.


마지막 2분쯤엔 머리가 하얘지고 심박수는 180 언저리까지 갔던거 같음.


난 뭐 런데이에서 설명해준 지식 말곤 아는게 없는데, 존나 무식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네. 이렇게 해도 되는거 맞는지 알면 좀 알려주라 ㅋㅋ


다 뛰고 여자친구한테 기록을 보여주는데 여자친구 눈빛이 달랐다.


더 이상 아픈 손가락을 바라보는 눈빛이 아니였다.


멋지고 자랑스러운 내 사람을 바라보는 눈빛. 정말 아무것도 아닌 기록인데도... 속으로 눈물이 났다.


둘이서 집에가는 길에


뛰면서 했던 생각들과 어떻게 힘들었는지 신이 나서 여친한테 주절주절 설명했다. 다치기 전 밝았던 내 모습과 이별 한 줄 알았는데.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 가사처럼 더 이상 볼 수 없는 내 모습이라고 생각해서 눈물 지었었는데.


그 날을 돌이켜보면 아직 이별 한 건 아닌거 같았음.



오늘 이 도전의 종지부를 찍고 왔다.


8주동안 한번도 중간에 포기하고 싶었던 적이 없었는데, 오늘 너무 힘들어서 30초정도 걸었음 ㅋㅋㅋ


그 대신 30분 채우고 30초 더 뛰었다 ㅋㅋㅋ 따서 갚기 ㅅㅌㅊ


그래도 여전히 처음 그 1분보다 힘들진 않았어. 시작이 반이라는 말을 몸빵으로 학습했다 ㅋㅋ


소감 같은건 별로 없고 그냥 기분 되게 좋음.


정말 진심으로 런닝 오래 해온 고인물들에겐 좆밥1처럼 보이겠지만 어쩔티비?


뭐라도 하나 이뤘으니 그걸로 자기위안중 ㅋㅋ


기념으로 치킨이나 한마리 포장해서 먹을려고한다.


먹고 힘내서 내일 모레부턴 50분 달리기도 한번 도전해보려고.


글 끝까지 읽어준 사람 있다면, 고맙고 행복하길.


혹시나 런닝을 해볼까 고민해보는 사람이 이 글을 본다면. 그냥 해보셈. 재밌어 이거ㅋ


특히나, 너가 너무 보잘 것 없고 주변 상황과 인생이 좆된거 같으면 두 발로 뛰어서 도망쳐라.


가만히 기도하지말고 이틀에 30분만이라도 도망쳐. 너를 괴롭고 불행하게 만드는 모든 것들에서.


창피해 하지말고 나가서 발버둥쳐라. 세상은 그대로다. 너만 용기내면 된다. 힘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