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는 장거리 달리기를 하고 있다. 쉬운 페이스로 거리를 늘리고, 늘어난 거리에 대해서 조금은 페이스를 올리는 식의 패턴으로 일요일 장거리 달리기를 발전시키고 있다. 오늘은 거리를 늘리는 날. 대회에서의 목표 러닝 시간 동안 쉬운 페이스로 조깅하는 것이 목표이다. 미리 계산을 해보니 약 36km를 달릴 것으로 전망되었다.


겨울에 접어들며 주로의 아리수가 모두 단수되었기에 트런조끼에 물을 채운 소프트 플라스크를 달고 집을 나섰다. 새로 추가된 물통이 거추장스럽고 무겁다. 초반부에 입으로 물을 몇 번 빼서 버렸다. 추운 날에는 생각보다 수분 보충이 그렇게 많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을 그간의 경험으로 알면서도, 미련하게 너무 물을 많이 채워 집을 나섰다.


어렵지 않은 페이스의 조깅을 목표로 하였기에, 애초부터 페이스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몸으로 느껴지는 어려움의 정도를 조절해서 달릴 생각이었다. 페이스나 심박이 나오는 가민 데이터 스크린은 뒤로 넘겨버리고 현재 시각만 보이게 설정하였다. 다만, 매 1km마다 자동 랩은 울리게 두었다. 1km마다 누적 페이스를 확인하고 이를 주관적인 어려움과 비교할 생각이었다. 이렇게 하면, 페이스를 몸으로 느끼는 감각의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있었다.


4:55~5:05/km 사이의 속도로 순항하였다. 주관적은 어려움은 크지 않았다. 15km가 넘어가자 드디어 '피로'라는 느낌이 처음으로 올라오기 시작한다. 원효대교 인근에서 시계가 18km를 알렸을 때 드디어 방향을 바꾸고 챙겨온 아미노바이탈을 한포 까서 먹었다. 생각보다  에너지젤의 효과는 컸다. 주관적으로는 완전히 같은 리듬/강도로 러닝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실제 시계에 찍히는 페이스는 에너지젤을 먹기 전보다 약 10초 정도 빨라지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효과도 30km에 다다르자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야 진정한 피로가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풀코스 마라톤을 달릴 때 후반부에 느껴졌던 바로 그 느낌이다. 숨이 차서 어려운 감각은 아니다. 그것보다는 다리와 몸통의 전 근육에서 올라오는 뻐근한 피로감이다. 이러한 피로로 러닝 폼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어 더욱 집중해서 달렸다. 러닝 폼이 바뀌면 부상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보다 뭔가 flat 하다는 감각, 발구름이 용수철의 튐과 같다면 그 용수철의 탄성이 확 죽은 그런 느낌, 을 피할 수 없었다.


33km가 넘어가면서 진짜 피로하기 시작하였다. 지난주 30km를 달렸을 때의 감각과 정말 다르다. 내 다리에 있는 지근의 피로 역치는 아마 32km 정도에서 형성되어 있나 보다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내 다리의 취약점은 왼쪽 햄스트링 상단과 오른쪽 무릎에 있다는 사실도 여실히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폰에서 나오는 음악에 집중해 달리다 보니 어느덧 달리기가 끝났다. 집 인근의 마지막 언덕은 오히려 다리 근육에 동적인 스트레칭을 할 수 있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오늘을 최대한 잘 쉬어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