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닝에는 러닝커브가 없다.
달리기는 접근성이 가장 좋은 운동이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 어디서든지 할 수 있다. 달리는데는 별다른 배움이 필요하지 않다. 세 살 배기 아기들도 달릴 수 있다.
이렇게 쉬운 접근성과 반대로 꾸준히 하기는 쉽지 않은건 몇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다른 운동과 비교해 봤을때 꾸준히 달린다고 해서 실력 향상과 성장을 느끼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내 실력이 늘었는지 안 늘었는지 뛰어보지 않는 이상 단번에 알 수가 없고 측정 하는 시간도 오래 걸린다.
달리기를 통해 강화되는 심폐지구력 이란것도 헬스장에서 키우는 근육처럼 단번에 눈으로 보이지도 않을뿐더러 오래 했다고 비약적으로 좋아지지도 않는다.
내가 실력이 늘고 있는지 아닌지는 측정한 기록을 통해 나만 짐작해 볼 수 있다
둘째는 신체적 재능이 실력에 절대적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2년 가까이 뛴 나조차도 10km 50분을 찍기가 어려운데 어제 처음 뛰어본 사람이 10km를 40분대로 들어오는가 하면, 러닝 시작한지 몇 달 만에 하프, 심지어 풀 마라톤을 뛰는 사람도 있다. 아마추어 스포츠 일수록 타고난 센스와 재능이 중요하긴하나 달리기는 신체적 능력이 퍼포먼스의 9할 이상을 차지하는 운동이다. 골프를 예로 들면 처음 친 사람도 필드에서 싱글을 친다고 가정해보면 열심히 노력하는 일반인 입장에선 현타가 안 올 수가 없다.
셋째는 부상이 잦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쉽게 할 수 있는 만큼 쉽게 다친다. 발목, 무릎 부상은 안 겪어본 사람이 드물 정도다. 내 하체가 체중 × 높이 × 가속도 만큼의 질량을 수십, 수백만번을 버텨내야 된다. 한 번이라도 삐끗했을때 제대로 회복이 안되면 오랜시간 다시 뛰기가 힘들다. 초보자 뿐만 아니라 몇 천 km를 뛴 고수들도 초보자와 똑같은 부위를 다친다.
경쟁심과 목표 달성을 위한 집착은 달리기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하게 만드는 동기 부여가 되지만 달리기를 꾸준히 하려면 역설적으로 남과의 비교, 기록에 대한 욕심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기고, 잘하려고 하는 달리기는 빠른 성과가 나오지 않음에 의한 포기, 무리한 훈련으로 인한 부상으로 이어지기 쉽다.
달리기도 기록으로 남과 경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신체적 재능이 압도적인 이 운동의 경쟁을 일반적인 스포츠 처럼 여기면 안된다. 지금 이 순간의 기록 측정이 중요한게 아니라 내가 얼마나 많이, 꾸준하게 달렸느냐로 경쟁의 틀을 바꿔야 한다. 이 경쟁은 단거리가 아니다. 인생 전체를 관통하는 아주 긴 경쟁이다.
내가 1년을 꾸준히 달렸어도 한 번도 안 달린 어떤 사람보다 느릴 수 있다. 하지만 이 기간이 3년, 5년 정도 되면 차이가 분명히 난다. 몸 부터 다를 것이다. 달릴 수 있는 최대 거리가 분명히 다를 것이다. 달리기에서의 승리는 아주 긴 시간에 걸쳐 천천히 이루어 질 것이고 이 승리는 승부에서 이겼다는 도파민에 의한 순간적 쾌감과는 다른, 조금 더 고차원의 성취감일 것이다.
내가 달리기를 하는 이유는 남들과의 소모적인 경쟁에서 벗어나 꾸준함을 통해 나 자신의 변화와 성취감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잘하는게 자랑스러운게 아니라 꾸준히 달리는게 자랑스럽고 싶고, 달리기를 잘해서 재밌는게 아니라 내가 천천히 변화 되는 것에 대해 재미를 느끼고 싶다.
달리기는 좋은 운동이다. 러닝커브가 없으므로 누구와도 같이 뛸 수 있다. 달리기를 할 때 재밌는건 누구보다 빨리 달리는게 아니라 함께 달릴때이다. 많은 사람들이 러닝크루, 클럽 등을 통해 함께 달리는 것도 그게 재밌는걸 알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운동의 매력에 빠져 한 발자국씩 달려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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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ㅋㅋ 잘 뛰는것보다 안 다치고 오래 뛰는게 부럽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공감가는 내용들이 많네요.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좋은 글 고마워요 !
공감가네요~~ 달리기에 너무 스트레스 받지 말고 조금 즐기면서 오래오래 달려봅시다요~~
공감 잘 안되는 부분중에 타고난 신체능력은 다른 스포츠가 훨씬 심한거 같은데... 달리기는 마른 사람이 유리한건 맞지만
나이 / 성별 / 키 / 몸무게 등 영향 받는게 엄청 적다고 생각. 노력하면 누구나 5분대까지는 진입 가능하다고 생각.
넹 러닝커브가 없다보니 신체적 능력에 크게 좌우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른 스포츠는 아무래도 입문 단계에서 장벽이 있지만 러닝은 그런게 없어서요. 물론 입문기를 지나 중수고수의 영역에서는 당연히 신체적 기량이 다른 스포츠에도 큰 영향을 끼칠거에요
나는 혼자뛰는게 더 재밋음
잘뛰는사람보다 부상안당하는사람이 더부러움 페이스올리려고 무리하다가 부상당해서 못뛸때 개인적으로 힘든일도 겹쳐서 우울증걸리는줄알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