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요일. 여느 때처럼 장거리 훈련을 해야 하는데 비가 오네요. 이 비로 인해 주로의 눈들이 다 녹기를 바랍니다. 오전에 출격할까 싶네요.

평소 훈련을 하는 새벽에 시간이 남기에 금년의 러닝을 결산해 보았습니다.


런갤 여러분도 올 한해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년에도 모두 건강하고 즐겁게 러닝 이어가시길 기원합니다.


---------------------------------------------------------------------------------------------------------------------------------


1월~3월: 동아마라톤을 위한 강훈련과 뜻밖의 성과




22년 JTBC 마라톤에서 훈련 기간이 채 한 달밖에 되지 않았기에, 금년 3월의 동아마라톤은 후회 없이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 준비하기로 다짐하였다. 12월부터 이어진 잭다니엘 훈련을 꾸준히 수행한 기간이었다. 겨울철에 훈련을 방해하는 가장 큰 적은 바로 강설로 인한 주로의 결빙. 가급적이면 진짜 야외 러닝을 지향하였으나 피치 못할 경우에는 실내에서 트레드밀로 훈련을 하며 목표했던 마일리지와 퀄리티세션을 수행하였다.


2월 말 즈음, 하프마라톤 튠업레이스 결과와 평소 러닝 시 느껴지는 감각으로 미루어봤을 때 목표했던 sub-3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기 시작하였다. 그럼에도 첫 sub-3 도전이기에 목표를 보수적으로 잡고 4:12/km 수준으로 달리자고 레이스 전략을 세웠다. 그러나 실제 동아마라톤 대회 날이 되자 42.195km를 지속적으로 달릴 수 있는 가장 빠른 페이스를 몸이 알아서 찾아가고 있었다. 대회 기록은 2시간 53분 50초. 살아가며 가장 기뻤던 날 중 하나가 아니었을까 싶다.



4월~6월: 긴장감이 풀린 러닝, 10k 대회 참가


올해 초 동아마라톤 대비를 위한 훈련이 워낙 힘들었기에, 대회만 끝나면 그저 즐기는 펀런을 주로 하리라 다짐했었다. 그리고 실제로 대회를 마치자 한 주 정도 달리기를 멈추고 회복한 후 다시 서서히 조깅을 시작하였다. 당시에는 특별히 퀄리티세션을 수행하지 않았으나 여러 지표로 보았을 때 굉장히 피트니스가 좋았던 시기였다.


새로 얻은 마라톤 기록인 2시간 54분 대비 10k 기록이 38분 30초대로 꽤나 저조하다는 생각에 여름이 오기 전 10k 기록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적당한 훈련 기간을 보장할 수 있는 대회가 무엇이 있을까 확인해 보니 6월 17일에 여의도에서 개최하는 '새벽강변마라톤대회'라는 것이 적당해 보였다. 6월이면 조금 덥지 않을까도 우려되었으나, 무엇보다도 이름에 '새벽'이 들어가니 크게 걱정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추후 이것은 거대한 착각으로 판명되었다.)


레피티션 훈련, 1k 인터벌 등 스피드를 높일 수 있는 퀄리티세션과 이지러닝을 반복하는 훈련이었다. 그런데 비록 몸은 훈련 표에 적힌 훈련을 수행하고 있었으나 아무래도 집중력과 긴장감은 겨울을 동아마라톤 대비 훈련만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필생의 목표라고 생각했던 sub-3를 이미 달성해서 그런지 내적 동기부여가 겨울만큼 강하게 올라오지는 않았던 듯하다.


그럼에도, 몸 컨디션은 좋았기에 대회에서의 pb는 충분히 기대해 볼 만했었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6월은 이미 여름이었다. 게다가 '새벽'이 들어가는 대회명과 다르게 '새벽강변마라톤대회'는 보통의 대회처럼 오전 8시에 출발하는 일정이 잡혀있었다. 대회 당일, 쏟아지는 햇살과 무더위. 37분대에 다다르겠다는 목표 달성은 실패하고 말았다. 또한 기존의 38분 33초였던 pb 갱신도 실패하였다. 대회 기록은 38분 44초. 아쉬운 결과였다.



7월~9월: 목표 부재, 그저 달리기


이제 완연한 여름. 특별한 목표가 없었다. 그저 습관처럼 달리기를 이어나갔다. 그럼에도 초여름에는 잭다니엘 러닝포뮬러의 'fitness training' 챕터에 있는 일반적인 체력 유지 퀄리티세션을 주당 1~2회씩 수행하여 열심히 쌓아 올린 러닝 피트니스가 사라지지 않도록 신경 썼다. 이렇게 의식적으로 노력한 결과 7월 마일리지는 각각 381km로 어느 정도 유지할 수 있었다.


그러나 8월이 오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찾아오자 퀄리티세션, 즉 힘든 러닝을 이어나갈 추진력이 꺾이고 말았다. 가민 러닝캘런더를 살펴보면 인터벌이나 역치런 같은 힘든 훈련은 아예 실종된 상태. 그저 주말에 장거리를(약 25km 수준) 달리고 주중에는 짧은 거리(10km)와 조금 더 긴 거리(15km)를 반복해서 달리는 패턴이 반복되었다. 그래도 오래된 습관 때문인지 한 주에 최소 6일은 달리기를 이어나갔던 듯하다.


당시는 그래도 러닝을 300km 정도 이어나갔기에 어느 정도 피트니스가 유지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이는 반만 맞는 말이었다. 확실히 장거리에 대한 지구력은 유지되었다. 거의 모든 러닝이 조깅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스피드에 관련한 능력은 엄청나게 감소하였다. 비록 당시에는 깨닫지 못하였지만 말이다. 이 시기를 거친 이후 4:30/km에서 수행하는 이지러닝, 4:15/km에서 느껴지는 수월한 감각 같은 것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10~11월: 짧은 23 JTBC 마라톤 대회 준비, 그리고 마주한 현실


무더운 여름을 보내고, 직장에서의 바쁜 일정도 어느 정도 마무리 짓고 나니 문득 23 제마가 채 한 달 반 밖에 남지 않았다는 사실을 퍼뜩 깨달았다. 부랴부랴 훈련 표를 다시 세우고 훈련에 돌입했다. 마라톤 훈련에서 5~6주는 사실 너무 짧은 시간이다. 결국 러닝 피트니스를 개발(build) 하는 것은 거의 하지 못한 채, 대회의 페이스에 익숙해지는 훈련을 중심으로 실시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지난 마라톤에서 2시간 54분의 기록을 획득했고, 여름 이전에 수행했던 이지 러닝의 느낌이 나쁘지 않았기에 sub-255는 못 미칠지라도 sub-3는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기대가 있었다. 실제 훈련도 258 수준의 목표를 가지고 실행하였고 큰 무리도 없었다.


23 JTBC 대회 당일, 영상 5도였던 22년 대회와는 다르게 14도의 이상 고온이 발생했다. 싱글렛을 입고 있는데 하나도 춥지 않다. 목표 달성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올라오기 시작하였다. 초반에 설정한 페이스는 약 4:12/km. 그런데 막상 달려보니 생각보다 훨씬 힘이 든다. 결국, 20km가 못되어 퍼지고 말았다. 4:40/km까지 페이스가 떨어졌다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 비로 인하여 조금 회복할 수 있었다. 이후 끝까지 버텨 결국 얻어낸 기록은 3시간 6분 0초. 내 인생에 가장 어려웠던 레이스이자, 가장 기억에 남는 레이스였다.


레이스를 마치니 드디어 가리어졌던 진짜 현실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이제, 더 이상 sub-3 주자가 아니라는 것. 그리고 금년 초와는 러닝 피트니스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7~9월의 기간에 나는 실제로 상당한 러닝 피트니스를 잃었던 것이다.


운동선수처럼 살아가기


23년 제마를 마치고 난 후 한동안 고민에 빠졌다. 앞으로의 러닝은 무엇을 위하여 수행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었다. 대회에서의 PB? 아무리 생각해 봐도 앞으로 2시간 53분대를 넘어설 수 있을 것 같지는 않았다. 인터넷 러닝 커뮤니티에 sub-250, sub-240을 하는 분들이 계시긴 해도 그분들은 워낙 여러 방면에서 운동 경력이 많으신 분들이고 신체적인 능력 자체가 타고난 사람들처럼 보였다. 30대 후반이 될 때까지 운동 한번 않고 책상 앞에서만 앉아있던 내가 그런 분들과 비슷한 퍼포먼스를 바란다는 것 자체가 과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내 현재 나이가 이미 40이 넘었기에 시간이 지나고 러닝 경험이 쌓여도 20/30대처럼 지속적으로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바라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조금 더 '기록'을 목표로 한 러닝을 이어나가기로 다짐하였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기록'에는 절대적인 의미는 없다. 다시 말하여 "sub-3 혹은 sub-250은 되어야 가치가 있고 그렇지 못한 것은 실패" 와 같이 정량적이고 객관적인 기준은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내 몸 상태를 인정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내가 낼 수 있는 최대한의 결과를 목표한 대회에서 발휘하는 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기록을 목표로 한 러닝"의 진짜 의미이다.


이를 위해 나는 스스로 '운동선수'처럼 살아가기로 다짐했다.


시즌을 구분하여 시간을 재단한다. 각각의 시즌과 휴식기의 목표를 세운다. 목표에 맞는 최적의 방법을 고민한 후 삶을 조율한다.

이렇게 하면 방황하며 투박하게 흘러가던 시간에 정렬된 방향이 나타난다. 예상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여도 당황할 필요가 없다. 판단 기준이 명확하기 때문이다. 삶은 단순해지고 예측 가능하다. 그러나 그 어떤 복잡한 삶보다 생산적이다. 단순하지만 점진적으로 무언가를 쌓고 있기 때문이다. 운동선수처럼 살아가는 일은 직업적인 전문 선수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12월: 24년 동아마라톤을 향하여


이제 남은 것은 다시 목표를 세우고 훈련에 돌입하는 것뿐. 내년 3월 17일 동아마라톤을 위한 훈련에 돌입했다. 다양한 훈련 방법을 리서치하고 비교했으나, 결국 다시 잭다니엘의 훈련법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다만, 23년 대비 한 단계 높은 마일리지(주당 약 120km)의 훈련을 실시하고, Hudson 등이 강조한 바와 같이 언덕 스프린팅이나 스트라이드로 근신경 훈련을 추가하기로 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정신적인 재무장과는 별개로 몸은 정반대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겨울이 되고 본격적인 추위가 오자 달리기를 시작하고 가장 큰 폭의 러닝 피트니스 하락이 발생했다. 러널라이즈의 vo2max는 6 정도가 감소했으며, 러닝 초반 심박의 불안정함을 어느 정도 보완하여 계산하는 가민의 vo2max도 꾸준히 하락했다. 여름 무더위에도 이지러닝이 4:45/km를 넘기는 법이 잘 없었는데, 이제는 4:45/km는 중강도 러닝에 접어드는 관문처럼 느껴진다.




정말 나이가 들어서 체력이 떨어진 걸까? 아니면 기온 급강하로 인한 일시적 체력 저하일까? 무엇인 정답인지 지금 시점에서는 알 수 없다. 다만, 현재의 몸 상태를 받아들이고 피트니스에 맞추어 훈련 강도를 계속 수정하며 훈련을 이어나갈 뿐이다. 누군가 말했듯이, 산을 오르며 보는 경치도 멋지지만, 봉우리에서 내려오는 과정에서도 경치는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다행인 것은 증가시킨 주당 마일리지에 몸이 결국 어느 정도 적응을 해내었다는 것이다. 주말 장거리 약 34km, 주중 퀄리티세션 약 26~7km와 이지러닝으로 구성된 약 125km의 러닝을 몸이 소화해냈다. 특히 금년 초와는 다르게 새로운 자극을 위해 실시한 힐 스프린팅, 더블(하루에 두 번 달리기) 등도 무리 없이 해낼 수 있었다. 결국 12월에는 러닝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500km를 넘게 달렸다. 내년 1월에 있는 가족여행 등을 생각하면 아마 금년 12월의 달리기가 당분간 내 최대 월간 마일리지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결산과 24년의 목표







금년 총 4453km를 달렸다. 러닝을 실시한 날은 총 304일로써 연중 83.8%에 해당한다. 두 번의 풀 마라톤을 달렸으며, 각각 기록은 2시간 53분 50초와 3시간 6분 0초였다.


내년에도 꾸준히 동아마라톤 대비 훈련을 이어나가려고 한다. 개념적인 목표는 sub-3. 그러나 구체적인 목표와 전략은 2월에 있을 하프마라톤 튠업레이스 결과를 보고 설정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 몸 상태를 긍정하고 가장 좋은 판단을 내려 최선의 결과를 얻어낼 것이다.


내년도 23년과 같이 운동선수처럼 살고 싶다. 단순하지만 꾸준하고 성실한 삶을 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