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보면 어릴때부터 달리기를 좋아했다.
좋아한다기 보다는 잘했다. 그래서 좋았나보다.

어릴적부터 다른 신체 능력에 비해 순발력과 심폐지구력이 좋았다. 이 두개만 좋으면 웬만한 운동에서 중상 이상의 실력이었고, 특히 달리기에서는 두각을 보였다. 항상 달리기는 1등이었다.

중학생때부터는 장거리달리기라는 종목이 생겼다. 체력장 측정 전에 아버지한테 배운 습습후후 호흡과, 처음에는 힘을 아끼고 3/4 지점에서 쏟아내라는 팁을 배운 후로 거의 선두권이었다. 단거리는 따로 준비하지 않아도 우수했다. 운동부별로 제의가 들어왔지만 선배들이 무서워 가입하진 않았다.

고등학생때에도 운동부 학생들만큼 잘 달렸다. 체력 측정에서 단거리 달리기는 육상부 학생을 이겼다. 그 학생은 단거리선수는 아니었지만, 운동부가 진게 부끄러웠는지 본인이 딴생각 하느라 스타트가 늦었다는 핑계를 대던것이 생각난다.

우리 학교는 특이하게도 개교기념일에 단축마라톤을 했다. 나름 도로도 통제하고 반환점에는 도장도 찍어주는 등 제대로 운영했다. 거리는 5km 이상. 이 날 기억나는건, 아버지가 학교에 오셨다는 것이다. 마침 쉬시는 날인데 아들 달리기를 보러오셨다. 아마 3~4월쯤이었는데, 출발 전 내가 바람막이를 입고 있는 것을 보고는 벗으라고 하셨다. 나는 추워서 입고 뛰겠다고 했는데, 완강하게 벗으라고 하셔서 나는 바막을 벗어 아버지께 드리고 출발했다. 역시 아버지 말을 듣기를 잘했다. 처음 뛰어보는 장거리였는데, 습습후후와 막판 3/4까지 힘 아끼기 전략으로 또 상위권이었다. 이때즈음엔 담배도 많이 폈는데 기록이 좋았다.

대학생이되고는 술담배가 더 늘었다. 달리기를 안 하고 살다가 ROTC를 신청하고, 체력측정때 오랜만에 달렸다. 이 때 주변 대학교들이 모여 같이 측정했는데, 내 기억이 맞다면 이때 1등했다. 연습을 안 해도 나는 잘뛰는구나 하며 으스댔다. 이 대학교에서도 학교 축제때 단축마라톤을 했다. 축제다보니 새벽 5시까지 마시고 대회에 나갔다. 그래도 3등을 했다.

군대를 갔다. 군대에서 아마 달리기를 가장 많이 했을것이다. 신병교육대에서도 뜀걸음은 탑3안에 들었다. 자대에서도 달리기 잘하는 놈으로 불렸다.

그리고 지금은 자의로 달린다. 그때보다 즐겁게.
'나는 언제부터 달렸나.'라는 궁금증에 적어본 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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