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포기가 존나 빠름. 


뭐든지 각이 안 나오면 바로 포기함. 내가 가진 재능은 포기하는 재능임.


노력충은 목표를 세우면 피땀흘려 훈련하면서 달성하려 함.  이 경우 목표 달성 이후의 성취감은 더할 나위 없음. 실패하는  경우에는 본인의 재능을 아쉬워할 수밖에 없음. 그리고 본인이 닿은 성과까지는 누구든 무조건 노력으로 될 거라고 생각함. 


재능충은 목표가 있으면 적당히 훈련하면서 목표 달성해버림. 물론 재능이 있어도 뚫을 수 있는 성과가 무한할리는 없음. 언젠가 한계에 부딪혔을 때의 좌절은 어떨 땐 노력충에 비해 더 심하기도 함. 그리고 그 한계에 빗대어 본인을 노력충이라 생각하는 경우도 있음. 


사실 둘을 잘 들여다보면 다를 게 없음. 어디까지가 재능이고 어디까지가 노력인가를 본인의 경험에만 비춰 생각한다면 두 주장은 평생 합의에 도달할 수 없음. 사실 이러한 경계의 모호함이 지금 나오는 재능Vs 노력 논쟁의 근본일 수 있음.



반면 나같은 포기충의 특징은 무조건 포기하는 게 아님. 

적당히 내 능력을 알고 달성할 수 있는 목표만 세움. 그리고 그 목표도 안될 것 같으면 바로 하향함.


공부도 직장도 마찬가지였음. 그냥 각 안나오면 바로 포기함. 대신에 성과(급여 등)에 대한 불만은 없음. 

포기충에게 성취의 달콤함은 실력을 키우는 것으로도 가능하지만 눈을 낮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함.



달리기도 마찬가지임.


서브쓰리? 나는 100m 달리기를 해도 서브쓰리 속도로 못 달림. 애초에 이건 내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님. 서브4도 남들 다하는 것처럼 보이니까 목표로 적당해보였는데 내 10km PB 페이스 수준으로 4배 이상 길게 달려야한다는 사실에 놀랐음. 뛰는 자체가 재밌으니 계속 뛸 거고 조금 더 길게, 빠르게 뛰려고 노력하겠지만....내 몸뚱아리와 근성으로는 이번 생엔 불가능할 걸로 봄. 그래서 내 풀 목표는 4:30임. 물론 한번 달려보고 바로 목표를 하향할 수도 있음. ㅋㅋ 


사실 달리기가 좋은 이유도 혼자 달리는 거라...축구나 농구같은 팀게임처럼 남한테 피해 안주고 할 수 있어서였음. 기록의 상징성과 향상의 짜릿함은 이해하지만 본인 기록과 싸우는 사람들이 이리 많을지는 몰랐음.



포기충의 핵심은 내가 따지 못할 열매에 대해 미련을 가지지 않는 것임. 신포도와는 다른 개념이라고 생각함. 울타리 안에 포도가 존나 맛있는 건 알지만  손에 안 닿는 것도 잘 알고 있음. 그래서 내 옆에 있는 적당한 포도를 입에 넣으면서 적당히 만족함.


포기하는 재능이라고 표현한 이유는..이렇듯 달콤한 포기를 본인 성향상 마음대로 못하는 사람들이 많음. 가지지 못한 것들에 대해 아쉬워하거나 시샘하는 경우도 있음. 이건 재능충, 노력충 특성과 별개의 특성임. 


특히, 남자들이면 공감할 텐데 컴퓨터게임할 때 이러한 성향이 두드러지는 애들이 있음. 평소에는 정말 착한데 게임하다 지면 부들부들거리면서 샷건치는 친구들...어렸을 때는 이길 거 같으면 일부러 져주기도 했음. 난 그냥 게임하는 자체가 재밌는 거니까ㅋㅋ사실 이길 거 같은 상황도 많지는 않음. 아무리해도 게임 실력이 안 늘었거든. 맨날 지면서도 게임을 제일 재밌게 즐겼음. 



전술한 포기충 이론은 당연히 반박의 여지가 많음. "울지 말고 말해봐요"라는 댓글이 달릴 수도 있고, "돈에 관심 없다고 말하는 놈이 제일 돈에 미친놈"이라는 말처럼 사실은 기록갱신에 제일 미친놈으로 몰아갈 수도 있음. 사실 내가 부인하는 내 심연을 들여다보면 그 말이 맞을 수도 있음.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