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러닝 인증 먼저

입상권은 고사하고 고작 이정도 수준의 러너가 한 생각임을 밝힙니다





저는 함연식 선수의 피빨기를 보고 많이 불쾌했습니다. 그게 이기기 위한 전략인 것도 압니다.

그러나 불쾌했습니다.

그리고 왜 그런 감정이 들었는지 깊게 고민해 보았습니다.

저는 대회에서 페이스 메이커 뒤를 따라갈 때도 있습니다. 비슷한 페이스의 그룹이 생기면 붙을 때도 있어요. 대회에서 제 뒤에 누군가 붙을 때도 있죠

주로에서 가끔 누군가 저를 쫒아올 때도 있습니다. 아마 뒤에 바짝 붙지 않아도 누군가를 따라가고 누군가 쫓아온 경험은 다들 있으실겁니다

대부분 불쾌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유독 함연식 선수의 피빨기는 불쾌했습니다

그래서 더 깊게 생각해본 것 같습니다. 어째서 저 피빨기는 유독 불쾌한지 생각해 보고 싶었거든요.

제 결론은 그랬습니다

피빨기는 약자의 행동이다

강자가 약자의 행동을 모방하는 것은 불쾌하다

제가 페이스 메이커를 따라가는건 명백히 제가 페메보다 더 느린 주자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홀로 레이스를 하다가도 지쳐서 그룹이나 따라갈 사람을 찾을 때 저는 약해진 상태입니다

명백히 그런 시점과 상황에 저는 약자고 다른 사람의 도움을 필요로 합니다

정두식 선수의 피빨기가 불쾌하지 않은 이유는 정두식 선수가 밝히듯 맞는 페이스의 주자를 피빨다가도 앞 주자가 지치면 "제 뒤에 붙으세요" 하면서 자기 페이스로 치고나가기 때문입니다

함연식 선수의 피빨기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불쾌했습니다

함연식 선수는 모기가 아닙니다. 인간에게 모기는 상대적으로 약자거든요. 경우에 따라 짜증은 날 수 있어도 모기가 더 강하다고 생각하시는 분은 없을겁니다

롤이나 RPG로 치면 스펙이 제일 좋으면서 한방 폭딜스킬을 안쓰고 아껴두는 막타충에 가깝습니다

킵초게가 피빨면서 1등만 계속했다면 세계기록 경신을 한번도 못했을겁니다

킵초게의 보스턴마라톤 인터뷰 캡쳐로 글을 마칩니다



그 레이스에서 금태는 아마추어지만 마인드는 킵초게였습니다

기록을 도전하고 도전 페이스로 밀고나가다 퍼졌으니까요

월드클레스 엘리트의 피빨기와 함연식 선수의 피빨기는 차이가 있습니다. 보스턴에서 킵초게는 명백히 강자였습니다. 그래서 선수들은 킵초게의 뒤를 따라갔죠

그런데 보스턴에서 킵초게의 페이스가 퍼지자 약자가 되었고 다른 선수들은 주저없이 킵초게를 버리고 치고 나갔습니다. 더 이상 킵초게는 강자가 아니였거든요

킵초게 뒤에서 우르르 서있지 않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