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께 저녁, 연휴 마무리 할 겸 근처 대학교 대운동장 트랙에서 10km 러닝을 했어. 집에 와서 트윈워시에 운동복을 돌리고 샤워를 하는데 뭔가 기분이 쎄~ 한거야. 그리고는 바로 불연듯 하나의 기억이 뇌리에 떠올랐어. 쾌속으로 샤워를 마치고 러닝에 들고 나갔던 가방을 뒤적였어. 그 안에 있는 에어팟 케이스 따꿍을 열어보니 콩나물 대가리가 안보이는 거야!! 돌아가던 세탁기를 일시정지하고 뚜껑을 열어보니 하나는 트윈워시 바닥에 뒹굴고 있었고, 나머지 하나는 바지 주머니에 곱게 있었어. 역시 나쁜 예감은 느낌은 틀리지 않아... -_ - 


 만약 회사에서 침수 되었다면 증류수로 행군 다음에 에탄올에 살짝 담궜다가 드라이 오븐으로 건조했을텐데 집에 에탄올과 드라이 오븐이 있을 리가 없지. 침수 수리하면 한 개에 9.5만원이니 최종 19만원이 되겠네. 구입한지 1년 2개월 밖에 되지 않아서 가슴이 쓰렸지만 새로 사야겠다는 마음을 먹으니 그나마 스트레스가 줄긴 하더라. 기왕에 사기러 한거, 밑져야 본전이니 한 번 살려보자는 마음이 들었어.

 

 가장 먼저 흐르는 물에 에어팟을 씻어냈어. 액상의 중성세제가 에어팟 내부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야. 그리고는 지구의 보편중력과 팔의 가속도를 이용해서 에어팟 내부의 물을 탈탈 털어냈어. 그러고는 물기를 털어낸 에어팟을 유리컵에 넣은 다음 뜨거운 드라이기 바람으로 10여분간 말렸어. 드라이기와 에어팟의 거리가 너무 가까우면 에어팟의 온도가 많이 올라가서 혹시나 에어팟 내부의 베터리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을 것 같아서 50cm 정도의 거리에서 건조 작업을 진행했어. 검색해보니 침수 후에 실리카겔과 에어팟을 밀봉용기에 함께 넣어서 2~3일 말리는 방법이 제일 많더라구. 나도 그렇게 해볼까 싶었는데, 갑자기 하나의 생각이 번쩍 떠오르는 거야. 그것은 바로 제습기!


 와이프가 한번씩 옷 방(이라 부르고 실제로는 창고로 쓰이고 있는 곳ㅋㅋ)에 가끔씩 제습기를 틀거든. 제습기가 틀어져 있을 때 그 방에 들어가보면 정말 건조해. 그래서 실리카겔보다 제습기가 돌아가고 있는 방이 더 잘 건조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제습기를 켜고 건조한 바람이 나오는 출구에 에어팟을 올려두었어. 적당히 따뜻하면서 건조한 바람이 나오니 에어팟 내부에 있는 물기가 확산 메카니즘에 의해서 엄청나게 잘 마를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렇게 월요일 밤에 건조 작업을 시작했어.


 24시간 이상 말렸으면 됐겠지 싶어서 오늘 아침에 출근 준비를 하면서 잠깐 에어팟을 켜보았어. 어! 이질감 하나도 없이 평소와 완전 똑같은 소리가 흘러나왔어! 사실 세탁기에, 그것도 중성세제가 녹아있는 물에 굴러다녔던 에어팟이라 살아나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겠다 싶었는데 이렇게 살아나니 기분이 너무 좋은거야! 


 오예!! 20만원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