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직장생활 17년차인데 한번도 여의도에서 뛰어본 적이 없어서 마블런 10km를 신청했습니다.

한강 러닝도 안해봤고 다리 건너는 경험도 없어서 엄청 기대되더라구요. 서강대교를 가르며 뛰는 기분은 어떤 기분일까?

하지만, 어제 갑작스런 이슈가 생겨 야근 후 문상을 다녀오느라 새벽 2시에 집에 도착해 짐 챙기고 대충 3시쯤 잠에 든거 같습니다.

다섯시반 기상 알람을 듣고 좀비처럼 일어나 주섬주섬 싱글렛 타이즈 입고. 바나나 하나 섭취하고 기념품으로 보내준 비타민과 에너지젤 흡입 후 차 끌고 여의도로 출발. 회사에 주차하고 볼일 보고 커피 한잔 마시고 여의도 공원에 걸어갔는데 대회 준비가 깔끔하게 잘 되어 있는게 눈에 보입니다.

믿고 뛰는 엔프4 신고 출격!

사람이 만명 넘게 모인거 같은데. 안내도 잘 되어 있고 사회자 분이 진행도 잘 하시더라구요. 안전 유의 사항. 미아 발생시 도와주라는 안내. 구급차도 대여섯대나 미리 준비해 두고. 짐 보관은 a~j부스까지 마련하고. 기록 포토존도 4곳이나 있었구요.

날도 좋고 공기도 선선하고 오늘 잘하면 PB가능하겠구나 싶더라구요.

하지만 나는 잠을 별로 못잤으니. 초반은 웜업 하듯 달리고 후반에 페이스를 끌어올리겠다고 세번쯤 다짐했습니다.

고수들 조인 베놈 리더스 출발하고 선착순으로 받은 A조인 저도 출발.

웜업은 개뿔 4드론 초반 러시하듯 치고 나가다가 중반부에 역관광 당하고 후반부는 아얘 본진까지 털려버렸습니다.

아스팔트 팡팡 치고 나가는 기분에 취해서 그런가 매번 대회 나갈때마다 같은 현상이 반복되네요. 처음 1km만 참아야하는데 그게 안되네. ㅠㅠ

하튼. 서강대교 건너는 짜릿한 기분은 고사하고 아이고 죽겠다소리만 나오더라구요. 차 끌고 넘어갈때는 짧게만 느껴졌는데.
이 다리가 이렇게 길었나? 한강 건너는 낭만이고 뭐고 초반에 내가 제꼈던 사람들이 죄다 한강에서 나를 제끼고 가는 것을 바라보며 수행이 많이 부족하구나라는 생각만 계속 했네요.

반대편에 1등 주자가 빛의 속도로 달려오는데 외모가 스톤?인가 싶더라구요. 맞나 모르겠네. 2등 주자는 외국분이셨어요.

켁켁거리면서 뛰다가 후반 급수를 해도 속도가 안올라가더라구요. 워크아웃도어즈 1km 알림이 나올때마다. ‘야야 또 pb는 물건너 갔어’ ‘걍 좀 걸어. 힘들잖아’ 검은 늑대가 귀에대고 달콤한 말들을 속삭입니다.

그런데 멈출 수 없더라구요. 다른 뛰는 사람들도 다들 힘든게 눈에 보이거든요. 헉헉. 켁켁 대면서 다들 꾸역꾸역 한걸음 한걸음 앞으로 나가는 걸 보면 도저히 멈출수가 없습니다.

하튼 속도가 느려지니 심박이 다시 훅 내려가서 이지런으로 마무리 하려 했는데. 이제 “1km 남았다!!!”고 누가 소리지르더라구요.

어떤 분은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하며 비명 지르는데 ‘역시 사람 마음 다 같구먼’ 하며. 막판에는 쥐어짜서 나름 스퍼트를 갈기기는 했습니다.

시계 대충 끄고 짐 챙겨서 바로 기록 포토존 갔는데 줄도 별로 없고 저는 앞에 중동 아저씨 사진(국기들고 사진 찍으심) 찍어 드리고 제 뒷분이 자연스레 제 사진도 찍어줬네요.

두둥! 봄에 기록한 49분30초 pb보다 3분 정도 당겼네요.
거리가 한 200m 부족했던거 같은데. 덥다는 핑계로 지속주도 잘 안하구 조깅만 냅다 해댔는데도 나름 성장한거 같아 기분이 좋습니다.

내심 욕심은 45분 언더였는데. 나중을 기약해야겠어요. 꾸준히 안다치고 뛰다보면 내년에는 하겠죠 뭐.
못하면 못하는대로 도전하는 계기가 되고 되면 되는대로 새로운 목표를 세우는 계기가 되고.

“성공은 끝이 아니고 실패는 치명적이지 않다. 중요한 건 계속 해 나가는 용기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말입니다.

복잡하고 어려운 세상이지만 러닝은 참 정직하고 단순해서 좋은거 같습니다.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대회였습니다. 구성 진행 배치 안전 모든게 맘에 들었어요. 내년에도 또 참가해야겠습니다.

집에와서 샤워하고 늘어져 있는데. 아직 하루가 많이 남았네요.

런갤 횐님들 선선한 휴일 즐런하시고 행복하십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