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삼대 마라톤 중 하나인 춘천마라톤.
지난 서울 동아마라톤 풀코스 이후 나온 하반기 첫번째 풀코스 대회였다.

연습도 부족하고 체중관리도 안되어서 PB를 세우겠다는 목표는 없었지만 서브스리는 하고 싶었다.
5킬로가 지나고 나오는 풍경은 아직 다 다듬어지지 않은 가을이었지만 꽤나 광활하고 아름다웠다. 
그 속에서 뛰는 스스로가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는 느낌이 들어 속으로 경탄을 자아냈지만 잔인하게 반복되는 업힐과 다운힐에 체력은 서서히 깎여나가고 있었다.
하프까지의 페이스는 1:25:5x정도로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나쁘지도 않았다.
몸상태와 페이스, 길게 뻗은 춘천댐방면 업힐구간을 번갈아 생각하며 춘천댐방면 27-29킬로 구간에서는 페이스를 느리게 가져가고 후반부에 나올 평지에서 페이스를 올려보자며 임기응변식 대응을 해보자 생각했다. 

그럴싸한 계획이었다. 쳐맞기 전까지는 말이다.

춘천댐을 지나고 30킬로 정도 이후 평지가 계속 나왔음에도 페이스가 오르지 않았다. 다리가 잠긴것이다. 호흡이나 체력적으로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다리는 풀릴 생각이 없었다.
이런 상태로 다음주에 있을 JTBC마라톤까지 신청하다니. 후회스러웠다.
그렇게 달리고 달리다 36이었나 37킬로쯤 내 등뒤에서 어느 두분이 이야기를 나누고 계셨다.
“저희 서브스리 가능한건가요?”
“네 보니까 이제 남은 거리 4:30 페이스로 달리면 서브스리네요”

이 대화를 들으며 안정적으로 4:30페이스로 뛰기보다는 조금 당겨서 가보기로 생각이 들었다. 남은 거리는 많지 않았지만 다리에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서 그랬던 것 같다. 

그렇게 뛰고 뛰어 피니시라인을 통과했다.


많은 분들의 응원과 (특히 신매대교 응원존에서의 파이팅 넘치는 응원) 자원봉사하는 학생들의 도움없이는 이렇게 완주 할 수 없었다고 단언한다.
혹시나 보고있을 그분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합니다.

중-고등학생정도로 보였던 자봉 학생들이 너무 귀여웠다. 
고맙습니다, 따봉, 사랑합니다 등으로 주로에서 할 수 있는 고마움을 표시했고 하이파이브하려 보자기를 내민 단풍같은 손 위에 유치하게 손을 뻗어 가위를 얹어 자봉학생들에게 웃음꽃을 피워냈다. 이 웃음꽃은 내게도 꽃이되어 춘천마라톤을 뛰는 내내, 끝난 지금까지도 진한 향기를 뿜고 있는 것 같다.

가을의 전설은 나뿐만이 아니라 이 코스를 뛰어낸, 또 춘천이 아닌 다른 코스라도 뛰어냈고 뛰고 있을 모두라고 생각한다.

얼마 남지 않은 JTBC마라톤도 완주해내고 싶다.
아니 꼭 완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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