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좀 많이 지났지만, 가슴 뛰는 런닝갤러리 후기들을 보다 보니

평소 디시 게시판에 자주 드나들지는 않지만 후기를 남겨봄.


나이는 지금부터 20여년 전쯤에 지금은 대회명이 바뀐건지, 없어진 건지 모르겠으나

경주 벚꽃 마라톤에서 하프를 2시간 정도에 뛰어 본 후

'런닝'이라는 개념에 맞게 계속 뛰지는 않았고 취미로 조깅(페이스 개념도 없고 대충 설렁설렁 4~5키로 뛰는 정도)만

계속 하던 정도 였음.


그러다가 7~8년전 40대 접어들기 직전에 림프종 진단을 받고

항암치료를 4개월 정도 받고 운 좋게 완치되었음. 혈액암이다 보니 약물과 방사선을 주기적으로 병행한 치료라서

치료기간 중 근육이 쏙 빠지고 홀쭉해지면서 치료 마치고 한동안 격한 운동은 할 수 없었음.


항암치료 마치고 온전히 회복되는데 한 1년 정도 걸렸고 동네 뒷산 등산이나 시속 8키로 정도의 약한 조깅 20~30분 정도만 계속 하다가,

작년 7월부터 속도 좀 올려보기로 마음먹고 달렸음. 동네 체육공원에서 저녁에 조깅할 때 러닝크루들이 이 당시부터 많이 모이기 시작했는데,

살살 달리는 동안 옆으로 슉슉 지나가고 파이팅하면서 같이 끌고가는 그 친구들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자극이 되었음.


이미 40대 꺾이고 나서라 그런지 속도는 530 정도로 10km 뛰는 정도에 3달 정도 걸려서 도달했는데, 

이 때 구강에 문제가 발생함. 항암치료 때 원발부위가 후두부 쪽이라 방사선 치료 때 구강을 관통했는데

그 후유증 때문인지 잇몸에서 뼛조각이 떨어져 삐져 나옴. 달릴 때 입을 벌리고 호흡할 때 입안이 건조해지고 

잘 벗겨졌는데, 어느날 상처가 한 달 가까이 낫지를 않아 대형 치과병원 갔더니 뼛조각 제거 하고 조지검사 해 보라 함.

아... 내가 너무 무리하다 탈이 난 건가... 이거 또 다른 종류의 구강암이나 골수염 증상 아닌가 전전긍긍했으나, 조직검사 해보니 그냥 뼛조각(부골)이라 함. 


매우 다행이었으나, 작년 이맘때 그런 걸 겪고 보니 위축되서 구강호흡을 안하게 됨. 

그냥 등산이나 다녀야 하나 했는데 사놓은 런닝화 두 켤레가 눈에 밟히고 유튭 보다 보니

입으로만 호흡하면서 달리는 사람들이 있더라. 그래서 나도 시도해 봄.

두어 번 뛰고 나니 5키로 뛰는데 35분 페이스 정도로 가능해져서 이 호흡방법을 밀고 나아가게 됨.


그러다 회사 차원에서 참가한 10키로 대회에서 5월에 58분에 들어오고, 필받아 6월 초 하프에서 2시간 10분대에 들어옴.

코로만 호흡하는 게 어느정도 된다 싶어 풀코스도 한번 시도해 보고자 마음먹음.

사실 크게 한 번 아프고 나니 살면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보자(나쁜 짓 아니면).. 라는 주의에 어느정도 입각해 살고 있는데

마라톤 풀코스도 해 보면 될 것 같았음.


그래서 9월 초 DMZ 철원마라톤 신청했다가 20키로에서 털려서 DNF 찍음.

날도 예상보다 너무 더웠고 그늘없는 코스에, 내 훈련도 많이 부족했음.

사실 큰 기대 안했는데 이게 포기하고 나니 알 수 없는 자괴감과 패배감이 한동안 나를 지배하여

이대로 물러설 수 없다는 생각에 회사 팀원이 알려준 제마 추가 모집에 도전하여 성공함.


사실 Sub5 노리고 630 페이스 밀어보자고 생각했고 9~11월은 평균 200 넘는 마일리지를 쌓고

30~38키로 LSD도 3번 했는데, 기록이 기대에 미치지는 못해서 좀 아쉽기는 함.

나이가 들어 사점에서 뭔가 더 버티면서 뽑아내지 못한건가, 키-체중차이가 100은 넘도록 맞춰야 하지 않았나,

하체 근력 운동을 좀 더 신경써야 했었나... 계속 머리에 맴돌긴 함.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한 데 나름 의미를 두고 여기서 더 나아가 보고자 함. 

주변에서는 완주만으로도 대단하다고 해주는 사람들이 많지만 여기 사람들을 보면 정진할 여지가 더 많아 동기부여가 된다고 해야 하나...ㅎㅎ


남은 생애 언제까지 달릴지는 모르겠으나, 무릎과 발목이 버텨주는 한 해 보고자 함.

아쉬움을 못 이기고 내년 2월 대마 가족들과 참가 신청함. (가족들은 건강다리기 코스)


다들 건강하고 즐거운 달리기 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