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친구가 러닝 강추해서 시작하게 되었는데..
진짜 좋더라 오랜만에 취미생활을 해서 그런건지.. 진짜 좋더라고 
날개가 달린 기분이었어 

난생 처음으로 달리기가 재밌을 수 있다는걸 알게됐어 
축구 농구 야구 이런건 보는 것도 하는 것도 좋아했는데
러닝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거든 숨차고 땀나고.. 
그냥 혼자 하는 운동 같아서 관심도 없었는데 

막상 해보니 시공간의 제약을 상대적으로 덜 받을 수 있단게
정말 장점이더라 더군다나 시간에 늘 쫓기는 워킹맘이다보니..

그렇게 시작해서 새벽에 혼자도 뛰고 
저녁에는 어린이랑 같이 공원 한 바퀴 조깅하고 
어린이 태권도 합숙 간 날 아침에는 남편이랑 조깅도 하고 
그러다 대회도 나가고 완주하고 메달도 받고
진짜 좋더라 나도 이런거 할 수 있구나 싶어서 ㅋㅋㅋㅋ 
특히 런갤 깃발 봤을 때는 진짜 반가웠었음 ㅋㅋㅋㅋㅋ 


그러다 러닝 추천해 준 친구랑 며칠 전에 같이 조깅을 했는데
정말 너무 좋더라고. 
물론 나는 헥헥 거리느라 말도 잘 못했지만
친구랑 같이 러닝 이야기 하면서 같은 속도로 달리는게 정말 새롭고 좋은 경험이었어

그 친구도 나 같은 내향인인데 (물론 나는 결혼하고 더 심한 극내향인이 됨..) 
러닝 시작할 때부터 러닝크루 계속 추천해줬었거든 
근데 내가 너무 내향인이기도 하고
낯선 동네 낯선 사람들인데.. 
그 사이에 어떻게 끼냐고 힘들거 같다고 했지 

그래도 같이 뛰면 더 열심히 자주 뛰게 될거라면서 
한 번 나가보면 생각이 달라질거라고 했거든

근데 친구랑 같이 뛰어보니 크루런 하면 진짜 좋을 것 같은거야
마침 한 달 전쯤 친구말 듣고 가입한 크루 정기런이 오늘이라 
저번주부터 이번 정기런 나간다고 남편에게도 계속 말했다

오늘 크루 단톡방에 처음 참가해보겠다고 용기내서 톡도 남기고
오늘 추울 때 뛸 거 대비해서 버프랑 장갑 다 빨아두고 
퇴근하자마자 갈아입고 갈 수 있게 다 셋팅 해서 차에 뒀는데..

남편이 퇴근시간 직전에서야.. 오늘 야근할 것 같다고 연락왔다
오늘 하루종일 정기런 나갈 생각에 벅차있었는데.. 
내가 여기 이사오고 8년동안 내 의지로 누군가를 알아나간다? 이런 시도조차 없었거든 그래서 엄청 설렜나봐 
남편 지인도, 남편 통해 아는 사람도, 회사 사람도 아닌
내 의지로 아는 사람을 만들어나간다는게 진짜 몇 년만에 있는 일인건지 몰라서 ㅋㅋㅋㅋㅋ 

근데 야근이라니.. 그러면 애를 봐줄 사람이 없어서 못가거든
오늘 정기런 간다고 저번주부터 얘기한거 기억 안나냐니까
정말 미안하다고 하는데 .. 
여기서 내가 더 무슨 말을 하나 싶어서 
추운데 운동 안하고 개꿀이라고 일 하고 오라고 했다 

그리고 퇴근하면서 집에 오는데 자꾸 눈물이 나더라ㅠㅠ 
내가 애 조금 컸다고 이제 남편한테 애 맡기고 운동하러 가고,
친구랑 주말에 만나서 러닝도 하고 새벽마다 혼자서 좀 뛰었다고.. 
예전처럼 자유로울 수 있다는 착각에 빠졌었나 싶어서.. 

언제는 내가 자유롭게 다닐 수 있었다고..
항상 어린이 등교하고 부리나케 출근하고 
퇴근하면 또 정신없이 학원으로 아이 픽업.. 
그리고 집에 오면 식사준비 뒤따라오는 가사.. 
항상 바쁜 남편 두고 맞벌이 하면서 취미 가지는게 신기한거지..
러닝 관련 인스타 같은거 보면서 취미 있는 삶을 보다보니 돌았구나 싶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안되면 전처럼 새벽에 혼자 뛰고 
아니면 다음 정기런에 남편이 야근 안한다면 그럼 그때 나가면 되니까 그냥 넘겨도 될텐데.. 

머리로는 알겠는데 맘으론 괜히 용기란걸 내서 실망하고 좌절하게 된 것 같아서 그것도 화가 나기도 하고.. 무기력해진다 ㅠㅠ 애초에 그냥 내 분수를 알고 시도 안했으면 되는건데... 

오늘은 넘 속상해서 주절주절 거렸다.. ㅠㅠ 모두 즐뛰 건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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