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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2024 한해의 마지막 러닝을 하는 날

오전반차를 낸 터라 아침에 러닝을 하고 근처 목욕탕에서 씻고 점심 먹고 출근할 계획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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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하게 달리기를 마치고 목욕탕에서 냉탕 온탕 번갈아가며 다리를 지져주고 있었는데 저 멀리 열탕에서 첨벙첨벙 소리가 들렸습니다 

‘누가 매너없게 탕에서 물질을 하네’ 하고 슬쩍 봤더니 이내 물질소리가 사그라들고 머리? 가 동동 떠오르는 게 보였습니다

어? 여기 열탕 개뜨거운데.. 열탕에 머리를 집어넣을 사람은 절대 없을거란 생각이 들자마자 큰일났구나 싶어 본능적으로 냉탕에서 바로 뛰쳐나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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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와주세요!!! 소리를 지르며 당장 어르신 머리부터 끄집어내고 겨드랑이 집어넣어 꺼내려는데 여기서 놀랬던 게.. 

다들 남자들인데도 아무도 나서질 않고 멀뚱멍뚱 놀라 쳐다만 보고 있으시더라구요 짧은 순간이었지만 당황스러웠습니다 

결국 사람한명 한명 손가락질 해가며 다리 드세요 팔 드세요 지정하며 어르신을 꺼내고 또 한명을 지목해 119 신고해달라 한뒤 목을 살짝 재끼고 바로 cpr을 시작했습니다

열심히 얼마간 cpr을 하니 커걱 소리와 함께 숨이 살짝 트이는 게 보였습니다 십여년전 군시절 흘려들으며 배웠던 교육이 이렇게 쓰일 줄은 정말로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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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쯤 목욕탕 세신사 아저씨가 합류하셔서 함께 cpr과 마사지를 교대로 했고 사람들이 웅성웅성 몰려들어 한마디씩 보태기 시작했습니다 

와중에 목침을 들고와 자꾸 머리 받히라고 소리 지르면서 목 들어놓은 기도라인을 막 꾸겨접어대는 할아버님도 계시고 ㅠㅠ

혀가 말리려는 게 자꾸 보여서 너무 초조했는데 얼마간 후 어르신이 눈이 살짝 뜨이셨고 이미 젖은 눈 사이로 작은눈물 한방울이 또르르 흐르며 저랑 눈이 짧게 마주치는 것 같이 느꼈습니다 그제서야 ‘아 살았구나’ 싶어 안도의 숨이 나오던 차에 마침 119 구조대가 도착했습니다

소심한 저는 얼른 뒤로 빠져 샤워를 시작했는데 탕쪽에서는 이미 어르신들이 왁자지껄 하며 자기들의 영웅담을 늘어놓기 시작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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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대원 두분이 상황 수습하신 뒤 최초발견자 누구시냐며 연락처 등등 받아가셨는데 

아까 그 목침 깔라고 윽박 지르시던 할저씨분이 얼른 손들고 나가 인터뷰까지 하시고 인사까지 받는 걸 보고 약간 웃기긴 했습니다 첨에 도와달라 소리칠 때 나서기라도 해주지

그걸 보시던 제 옆에서 씻으시는 젊은 분이 ‘(구조되신 분이랑) 아시는 분이셔요..?’ 물으시길래 ‘아뇨.. ㅎㅎ’ 하고 냉큼 씻고 나왔습니다 약간 드라마 주인공 된 기분이 들어서 괜히 웃겼습니다

휴게실? 탈의공간에서도 연말에 큰일날 뻔했다 우리가 사람 살렸다 어르신들의 한바탕 왁자기껄 웃는 분위기가 형성됐습니다 

옷을 갈아입으며 조용히 그 얘기를 듣는데 그제서야 ‘아 내가 사람을 살렸구나’ 하는 실감이 들어 손이 바르르 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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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도 바로 지지난주 한강시민마라톤 골인지점에서 누군가가 ‘여기 사람 쓰러졌어요 도와주세요!‘ 울먹이며 소리치시는데도 멀찌감치서 멀뚱멀뚱 쳐다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 응급상황에서 당사자가 되어보니 느낀 것은.. 사람들이 생각보다 지식이 없거나 어리둥절 당황하시거나 나서길 두려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 런갤러분들은 대부분 군대에 다녀오셨을테니, 그때의 대응 메뉴얼을 한번씩 기억하셔서 꼭 사람 눈 마주치면서 지정하셔서 업무분장 하시고, 기도 잘 확보하시며 배운대로 cpr 해주신다면

그게 구조대원분들 오시기 전까지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일테니 ’나다‘ 싶으면 외면하지 마시고 먼저 나서주신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열탕 오래 지지는거 진짜 조심하세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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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탕에서 지지면서 런갤에 연말결산 1400 찍었다고 자랑할 글 쓸 생각이나 하고 있었는데 ㅎㅎ 

조금 특별한 런말정산 글을 쓰게 됐네요

런붕이들 모두 한해동안 달리느라 고생 많으셨고, 2025년 한해에도 원하는 기록 이루시고 노거덜 킵고잉 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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