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하기 전을 생각해보면 5km를 달리는 사람도 대단하게 보였다.

지금은 풀코스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너머에 닿을 수 없는 영역이 있음을 알게 됐다.

그래서 내가 마라톤을 달리며 깨달은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주제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마라톤을 달리며 깨달은 것들을 이야기하려고 한다.

무슨 일이든 처음이 있고 과정이 있으며 단계가 있다.

매 순간마다 얻은 깨달음은 제각기 다 다르며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작년 10월 춘천에서 첫 풀코스를 완주하고 강한 도취감을 느꼈다.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


그래서 올해는 더 높은 목표들을 세우기 시작했다.



춘천에서 4시간 21분으로 완주를 했고 올해는 꼭 4시간 안에 완주를 해서 SUB4를 달성하고 싶었다.


그리고 동아마라톤에서 주최하는 3개의 대회를 완주하게 되면 받을 수 있는 런저니 메달을 목표했다.



마라톤 판에서 보면 풀코스를 4시간 안에 완주하는 것은 어쩌면 대단한 목표가 아닐지도 모른다.


처음 풀코스에 도전하는 사람들이 가장 흔히 목표로 하는 첫번째 관문과도 같은 기록이니까...


그러나 달리기를 해본 사람들은 안다.


4시간 안에 완주하는 것이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러닝 커뮤니티를 보다 보면 이런 글이 많이 올라온다.


"10km 페이스가 이 정도인데 SUB4 달성 가능할까요?"


"하프 코스 페이스가 이 정도인데 SUB4 달성 가능할까요?"


10km와 하프코스의 기록을 보면 풀코스 기록을 어느정도 예상할 수 있다.


그렇지만 반드시 그 기록을 달성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땀과 노력이 투여되어야만 한다.





나 역시도 그렇다.


내 몸은 아직 그 기록을 달성할 수 없음을 온몸으로 체감하고 있다.


한달에 달려야 하는 마일리지가 한참 부족하다.


업힐 훈련과 인터벌 훈련 등 고강도 훈련도 부족한 것을 알고 있다.


SUB4를 달성하기에 내 몸은 준비가 안됐음을 나 자신이 가장 잘 안다.


그럼에도 대회 당일의 분위기와 육체를 극한까지 몰아세워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기대를 품게 된다.




설령 그렇게 해서 기어이 목표를 달성하게 되더라도 몸은 반드시 만신창이가 된다.


나는 그렇게 달성한 기록은 내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3번째로 도전했던 하프코스 마라톤 대회에서 나는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육체를 한계까지 몰아붙였다.


PB를 달성했지만 신발조차 스스로 벗지 못할 정도로 탈진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다시 달릴 수 없었다.


생명을 소모시켜 달렸다고 표현해야 맞을 것 같다.


나는 선수가 아니다.


그 대회가 사활을 걸어야 할 만큼 중요한 대회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목표와 기록에 목을 매고 준비되지도 않은 몸을 이끌고 사지를 향해 내달린 것이다.



나는 한계까지 몰아붙인 그 대회를 통해 작은 깨달음을 얻었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얻는 결과는 온전한 내 것이 아니다.


충분한 땀을 흘리지 않고 요행을 바라서는 안된다.




이건 단순히 마라톤에만 적용되지 않는다.


삶을 대하는 자세와도 깊은 연관성이 있다.


달콤한 열매를 수확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비료와 충분한 햇빛, 충분한 수분이 필요하다.


무엇보다도 그에 상응하는 땀과 노력이 투여되어야만 한다.


상응하는 대가 없이 무언가를 바라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어쩌면 운이 억세게 좋아서 작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적지 않은 돈을 만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 성공과 부를 가질만한 사람인지는 나 자신이 가장 잘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준비되지 않았다면 그 성공은 곧 무너질 모래성이고 바람에 흩어질 먼지에 불과하다.




내가 준비된 만큼만 내 것으로 취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