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20km까지는 어느 정도 몸에 익었다.

카드 한 장만 들고 나가도 괜찮다.

이어폰이나 선크림 같은 건 있으면 좋지만, 까먹어도 금세 다녀오면 그만이다.

제주도 갈 때처럼, 짐을 대충 챙겨도 어찌어찌 된다. 까먹은 게 있으면 가서 사면 된다.


하지만 LSD는 좀 다르다.

멀리 떠나는 여행처럼 이것저것 챙길 게 많다.

뭔가 하나 빠뜨리면 중간에 괜히 아쉬워진다.


전날 밤, 필요한 걸 미리 챙겨두고 눈 뜨자마자 나가려 했지만, 그대로 잠들었다.

짐을 하나도 안 챙긴 채 떠나는 여행 아침처럼 허둥지둥 나왔고, 어느새 해는 중천이었다.


원래는 10km마다 600–540–520으로 빌드업할 생각이었지만, 15km쯤 되니 더워지기 시작했다.

다음엔 준비를 더 단단히 하고, 한 시간은 더 일찍 나와야겠다.


이미 어그러진 계획이라면, 차라리 계획 자체를 접기로 했다.

서울숲을 찍먹하듯 지나보기로 한다.

30년을 서울에 살았지만, 서울숲은 처음이었다.

예상치 못한 풍경들에 놀랐고, 다음엔 제대로 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9km쯤 되니 힘든 건지 지겨운 건지 잘 모르겠다.

30km LSD는 도대체 언제쯤 익숙해질까.

그래도 꾸역꾸역 거리를 채우고 집에 들어오니, 귀여운 둘째가 해맑게 묻는다.


“아빠, 우리 오늘은 뭘 하고 놀까요?”


러닝은 끝났고, 이제 진짜 하루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