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새벽, 바닷가


작년 여름, 출장으로 백령도에 갔다.

전날 밤의 술자리 때문인지 몸은 조금 무거웠지만,

그래도 새벽에 일어나 러닝화를 신었다.

그렇게 아무도 없는 바닷가를 달렸다.


바닷가와 좁은 2차선 길은 텅 비어 있었다.

살짝 안개가 끼어 있었고, 수평선은 멀리서 흐릿했다.


귓가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숨소리와 발소리만이 규칙적으로 반복됐다.

누구의 시선도 없었고,

어떤 속도로 달리든 신경 쓸 것도 없었다.

처음엔 낯설었지만, 이내 편해졌다.


그때의 감정은 단순하지 않았다.

자유로운 듯하면서도 적적했고,

홀가분하면서도 약간의 외로움이 스쳐 갔다.

하지만 그 모든 감정은 희미했다.

대부분의 시간은 아무 생각이 없었다.


돌아오는 길에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달리기를 시작한 것도, 대회에 나간 것도,

이번 첫 풀코스를 신청한 것도 다 비슷했다는 걸.

특별한 이유나 큰 의미는 없었고,

그냥 발걸음이 자연스럽게 거기까지 갔다.


아마 춘천에서도 비슷할 것 같다.

뛰는 순간엔 뚜렷한 의미는 없을 거다.

오히려 힘들어서 머릿속으로 걷거나 포기할 핑계를 찾고 있겠지.

그래도 중요한 건 그냥 그렇게 뛰고 있다는 사실 하나뿐이다.

그걸로 충분하다.


춘천에서도 백령도의 새벽처럼 달리고 싶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발을 내딛는 동안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던

그 새벽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