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단계(2018~2019년 중반)
이 시기에 갖춰진 아이템을 보면 러닝화는 안정화 2켤레(미즈노 웨이브 인스파이어10, 아식스 젤카야노 20)와 레이싱화(미즈노 웨이브 아뮬렛6)였고
오클리 변색렌즈 고글, TIMEX 시계. 딱 요정도였고. 마라톤온라인을 알게 되어서 대회 일정을 검색해서 접수해보는 단계였어.
2018년 4월 서울하프마라톤에서 10K 달리던 도중 충정로 내리막길이 있는데 신나게 쏘다가 오른쪽 비복근 파열이 왔어. 설명을 하자면 종아리를 면도칼로
찢는 느낌이었어. 완주는 했지만 그 이후부터 몸에 관심을 가지면서 신체 부위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다가 오픈케어 카페에 가입을 했어. 당시엔 휴먼레이스
마라톤114 등 큰 커뮤니티가 있었는데 제목만 보더라도 내가 소통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어. 그래서 가입을 했고 열심히 눈팅을 하고 그랬지.
그러다가 8월인가? JTBC 마라톤을 접수했어. 거기서 100일 프로젝트인가 한다고 해서 나도 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해봤지. 근데 육아에 집중하느라
프로그램을 전혀 소화할 수 없었어. 시간도 없었고 페이스에 대한 개념도 없고 어떻게 훈련을 하는건지. 오프라인 모임에 나가야 하는데 나갈 수 없지.
달리기는 못하니까 아기띠를 하고 스쿼트 하면서 보강운동하고 애가 잠들어서 아내가 OK하면 간신히 시간내서 30분 조깅하고 그랬어.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가 서울달리기대회를 겨우 나가게 되었어. 오프라인 모임을 처음 했지. 거기서 같이 웜업도 해보고 그렇게 달리기를 했어.
그런데 카페 형님께서 주로에서 목표가 어떻게 되냐고 해서 2시간이내요라고 했더니 시계를 한 번 보고 빠르다고 하더라고. 그 때 GPS 시계가 있다는 걸
알았어. 아 저런게 있어야 현재 내 속도를 아는구나. 근데 당시에는 가격도 그렇고 해서 살 수 없었어. 여차저차 해서 1시간 59분 57초로 들어왔어.
멍청하게도 그 정도면 풀코스 서브4를 할 줄 알았지. 경험이 없으니까 ㅋㅋ
그리고 다가온 JTBC 대회. 이 때는 85kg. 정말 무모했지. 주변 선배는 도전을 과감히 미루라고 했는데 나는 구급차에 실려가더라도 경험을 해보고 싶었어.
LSD를 하질 않아서 그랬지. 하프 이후에 페이스가 확 떨어지더니 25k부터는 걷뛰하고 30k 서울공항 앞에서는 다리가 잠기니까 앉아서 10분동안
마사지를 하고 나머지 11k를 걸었어. 특히 수서역 35k 지점에서 응원단을 지나고 나서 펑펑 울었던 게 아직도 생각난다.
당시에 상당히 힘든 일이 있었거든.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기는건가. 그러다가 가족 생각. 내가 책임져야 할 가족, 그리고 가장이라는 알 수 없는 무게감. 나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걸까?
그런 복잡한 감정들이 소용돌이치듯 머리 속에서 휘몰아치면서 육체까지 힘들어지니까 인간은 생각에 따라 강해지기도 하고 약해지기도 하고 그런 것 같아.
암튼...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회송버스가 보였어. 자꾸 타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나는 인도로 계속 걷고 그랬어.
남은 거리 1km. 그래. 이제는 슬슬 달려보자. 이거라도 달려서 가보자. 그렇게 마지막 힘을 쏟아내서 완주를 했어. 다행히 메달은 받았고 기록은 5시간
20분. 온 몸은 소금기로 가득하고 아무것도 먹을수 없었고 완주했다는 기쁨보다는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하고 한없이 작아지는 느낌이라 카페 텐트를
벗어나서 집으로 왔어. 집으로 오는 길 모든 계단을 부시고 싶었어. 심지어는 거꾸로 문워크를 하면서 내려오기도 했어. 정말 처절한 하루였어.
그렇게 완주를 경험했어. 그로부터 일주일 뒤. 걷다가 갑자기 발바닥에 강한 통증이 느껴지고 걷기조차 힘든 상황이 발생했어. 족저근막염.
당시 의사는 '이제 이런 운동 그만두셔야 합니다'라고 하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 드는거야 ㅋㅋㅋㅋㅋㅋㅋ 내가 뭔데 ㅋㅋㅋㅋ 내가 무슨 국가대표도
아니고 당시엔 진짜 상당히 심각했어. 왜냐면 겨울에 열심히 해서 동아마라톤에서 정말 서브4를 해보고 싶었거든.
하~~ 모든게 싫었어. 안그래도 처해있는 상황이 어려운데 달리기마저 못하니까 정신이 피폐해지는거야. 카페를 봐도 남들이 올리는 훈지를 보면 너무
내가 처한 상황이 싫었고. 그래서 뭐라도 해야 하니까 재활 목적으로 보강운동을 하기로 했어. 다시는 부상을 당하지 말자고 다짐했어.
18년 11월 중순부터 19년 2월말까지 보강운동만 했던 것 같아. 동아마라톤은 10k를 접수했고 그렇게 넘기 힘들었던 50분의 벽이 그냥 깨지더라. 47분 달성.
이제 조금씩 자신감이 붙어서 기록도 슬슬 단축되곤 했어. 5월 바다의 날 대회에서는 46분.
그리고 보강운동을 정말 습관화 한 것 같아. 본격적인 여름 시즌을 앞두고 열심히 했던 것 같아.
이 기간을 돌이켜보면
러닝에 대한 지식이 많이 늘어났고 기록 단축의 재미를 슬슬 느끼기 시작했다고 볼 수 있어.
그렇지만 꾸준한 훈련은 할 수 없었던 여건이라 몸은 집에 있지만 마음은 다른 곳에 있었던... 가족에게 참 미안했던 시간.
러닝 마일리지는 거의 제로에 가까운 상태에서 보강운동만으로 기록을 단축했는데 이게 어느 정도 밑거름이 되었던 것 같다.
애가 잠들어야 밖을 나가서 운동을 하고 그것도 겨우 30~40분 정도니까.
커뮤니티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얻어서 이것저것 따라해봤던 시기. 그렇게 나 자신을 객관화 할 수 있었던 시기였다고 생각해.
마음은 저 멀리 있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여기까지가 초보 단계. 끝.
ㅎㅎ 재밌습니다 계속올려주세요 제가지금 이정도 단계네요 - dc App
중수단계 글도 빨리 보고싶습니다.
보강운동 어떤 것들 하셨는지 여쭤봅니다.
1편 부터 정주행 중 입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제가 왠지 반성하게 되네요 ㅠㅠ - dc App
으아 필력 좋으시네요 빠져들면서 읽었습니다 ㅎㅎ 다음편도 기대되요
뭐든 오래한 사람 경험담은 참 재밌어요. 배울 점도많고ㅎㅎ중수단계 기대됩니다.
와 나킨이형도 이런 허접한 올챙이적 시절이 있었구나 처절했었네. ㅜㅠ 얼른 중수단계도 올려주세요
몰입하여 읽었습니다. 귀한 경험 공유해주셔서 고마워요 - dc App
아니 서브3가 회송버스한테 눈치받던 시절이 있었단 말야
첫 마라톤 완주가 진짜 처절했었네요~ 대단하셔요 보강운동의 습관화가 와닿네요
하프 첨 뛰어보고 풀은 생각조차 못했는데 엄청 빨리 도전하셨네요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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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연습없이 나간 첫풀생각나네요 ㅋㅋ
역시 아나킨좌도 런린이시절이 있었다니! - dc App
보강 운동 소개글도 올려 주삼
제가 5년 반 됐는데 이제 초보단계였어요 ㅜㅜ 현기증 나니까 다음 거도 빨리 올려주세요 다른 분들도 이런거 올려주셨으면 좋을듯 ㅜ 잼나요
지난 달 첫 풀코스 뛰고 족저 비슷한 경험하고 조금 좌절했던 구간까지 공감됩니다ㅜ 현재 제 위치는 아나킨님의 저 때입니다.
보강 운동 해야겠습니다 (현재까지 안했었어요)
보강운동으로만 기록 증가 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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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다하면 보강운동 훈련과정도 올라오길 ㅎㅎ - dc App
귀한글 감사하게읽었습니다 저도무릎아파서 우울한차에 글읽으니 더욱몰입됩니다 보강운동도 너무궁금하고2부도 궁금합니다 아버지로서의 책임감 동감합니다 - dc App
글을 정말 잘 쓰시는거 같아요! 다음편도 궁금합니다
다음 글이 기다려집니다!!!
역시 ... 보강운동을 해야되는거군요 ㄷㄷㄷ...
와..생생후기 멋쟈용
아나킨님도 초보 시절이 있었다니 ㅎㅎ 재밌네요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