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단계(2019년 중반~2022년 중반)
물론 지금도 계속 성장하는 단계지만 성장 단계와 서브3를 나눈 이유는 고수도 아닌데 중수, 고수 단계로 나누기도 애매하고
흔히들 서브3를 아마추어 마라토너 꿈의 목표라고 하기도 하고 또 어떤 분은 일종의 명함이라고 하니까 나눠봤어.
19년 5월 바다마라톤 끝나고 나니까 슬슬 잠재된 본능이 깨어나는 느낌이랄까? 단기간에 기록단축을 했으니 그럴만했어. 내가 소질이 있는걸까?
46분에서 이제는 45분의 벽을 깨보고 싶은거야. 그런데 운동하고 싶은 욕망은 늘어가는데 현실에서는 퇴근하고 육아를 해야 하는 환경이라
괴리감도 커지고 그러지 말아야 하는데 아내에 대한 불만도 많았던 시기였어.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재미있었고 하나 둘 배워가는 재미가 늘었는데
집에만 오면 피곤하고 나를 배려해주지 않는 것 같고.
지금 생각하면 상당히 이기적이고 철부지였지.
그리고 러닝도 해야 하고 보강운동도 해야 하니 시간이 너무 없었던거야. 이 때... 우연히 엘리트 선수가 쓴 글을 보게 된다.
'느리더라도 정확하게, 힘들더라도 꾸준하게'라고 스스로 다짐하는 글이었는데 나도 그렇게 해보기로 했어.
그래서 우선은 평소 달리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했는데 새벽에 일찍 일어나서 달려보기로 했어. 그리고 퇴근하면 집에서 잠깐 짬내서 보강운동을
했어. 19년 6월 1일부터 했던 것 같아. 출근 전에 경안천을 30~50분 가량 달렸고. 그렇게 50일, 60일이 지나면서 정말 습관이 되었어. 보강운동도 매일
조금씩 정확한 동작으로 하다보니까 갯수는 알아서 늘더라고.
그리고 7월부터 춘천마라톤을 준비하기로 했어. 카페에서는 JTBC를 대비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지만 나는 이상하게 춘마를 가보고 싶더라구. 경험해보지
않은 코스가 궁금하기도 했고. 그리고 프로그램 수행을 위해서 매일 용인대 트랙을 달렸어. 아무도 없는 그 시간에 혼자 자유롭게 달렸던 게 좋았어.
카페에서 질문을 하고 답변을 받는게 좀 답답해서 과거 자료를 검색했어. 근데 어마어마한 꿀팁들이 많더라고. 이 시기에 러닝과 관련한 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 같아. 페이스, 케이던스, 보폭, 자세, 호흡 등 여러가지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
결정적으로 7월에 가민을 구매했어. 장인어른께서 사주셨지. 이 때부터 정말 훈련의 퀄리티가 달라지더라. 그리고 매일같이 훈련일지를 올렸어.
처음에는 '수고했어요' 댓글로 시작해서 나중에는 점차 사람들의 반응도 달라졌어. 훈련일지를 올리는 것도 꾸준하게 하다보면 분명 달라지긴 하더라.
가끔 누군가가 툭하고 던지는 댓글에서 많은 힌트를 얻기도 하다보니 그 시기에 많이 성장을 했던 것 같아.
그렇게 8월, 9월... 시간이 지나고 체중도 많이 감량해서 이제 테스트를 하기 시작했어. 9월 김포한강대회 10K에서 44분으로 드디어 45분의 벽을 깼어.
이 때의 느낌을 설명하자면, 10K 60분~65분 정도 당시에는 3k정도 갔을 때 이미 선두가 반환점찍고 오는게 보여서 속으로 '이런 미친 ㅋㅋㅋ' 이랬는데
이제는 4~5k 구간에서 보였던거야.
그리고 10월 서울달리기 대회 하프에서 1시간 40분을 만들었어. 이 때는 나랑 비슷해보이는 사람을 따라가면서 레이스를 했던 것 같아. 여성주자였는데
정말 일정하게 잘 달리더라고. 그렇게 하프 140을 만들고 자신감이 붙었어. 남은 건 이제 춘마. 목표는 330.
E조에서 출발. 근데 이 놈의 길막은 진짜 와 ㅎㅎ 답이 없더라. 의암댐 지나고 20k까지 엄청 고생을 했어.
그림을 보면 인터벌처럼 색상이 보이지?
그렇게 쭉 레이스를 하고 3시간 29분에 완주를 했어. 골인 후에 잠시 멈췄는데 진짜 몸이 산산조각나는 느낌이었어.
어쨌든 목표를 달성하고나서 바로 러너스블루가 찾아왔어. 분명 내가 여름내내 열심히 한 게 있었는데 329를 해버리니까 '뭐야 이게 그냥 되는거였어?'라며
허무함? 뭔가 이상한 기분에 사로잡히기 시작했어. 우울증은 아니고 하여간 운동하고 싶은 기분이 아닌거야.
목표도 사라진 것 같고. 뭔가 이상해. 그래서 억지로 운동하지는 않았고. 그냥 쉬었어. 보강운동도 안하고 그렇게 쭉 쉬다가. 11월 여의도에서 하는
스마일런 대회를 나갔어. 기념품이 아주 좋더라고. 거기서 조깅화(알트라 토린)신고 10k 41분을 기록했어. 여기까지 오니까 또 욕심이 생기는거야 ㅎ
이제 40분의 벽을 깨보고 싶었어. 그런데 전염병이 돌기 시작했지.
대회는 모두 취소되고 그렇게 19년이 지나가고, 20년에도 뭔가 기약없이 버추얼 대회만 잔뜩 열리고 그러다가 20년말부터인지 21년초인지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마라톤과 관련한 유튜브 채널이 하나둘씩 늘어나기 시작했어.
당시에는 대회가 없으니까 40분을 어떻게든 깨보려고 노력을 했는데 혼자 트랙에서 하려고 하니 정말 안되더라. 그러다가 21년 5월인가?
우연한 기회로 고수분과 소통을 하면서 그 쪽 밴드에 가입을 하게 되었어. 그런데 흔히 말하는 고수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고.
사실 누가 고수인지 몰랐어. 관심이 없었으니까. 카페에서 가장 잘뛰는 사람이 최고인 줄 알았지. 근데 새로운 세상과의 접촉을 하기 시작하다보니
정말 다르더라고.
난 거기서 진짜 흔히 말하는 초보자였지만 훈련일지를 꾸준하게 올렸어. 그러면서 고수분들이 공유하는 훈련내용을 따라해보기도 하고 그렇게
하면서 조금씩 이 세계에 빠지기 시작했어. 10월에는 페메의 도움으로 40분 언더를 도전했는데 38분대를 기록했던거야.
어처구니가 없더라고.
약간 혼란했어. 그럼 왜 혼자는 못했던걸까. 내가 스스로를 억제하는걸까? 좀 더 과감해져보라는 고수분의 조언이 있었어. '너는 심박을 보면 항상
평온하다. 그렇게 훈련하고 그렇게 레이스를 하면 절대 고수가 될 수 없다.'는 내용이었는데 말처럼 그게 쉽게 되지는 않더라고.
그리고 보강운동도 꾸준하게 했어. 그 시기에 데카트론에서 케틀벨 16kg 짜리를 구매했어. 겨울에 열심히 해보려고. 스윙, 데드리프트 동작을 정말
많이 했던 것 같아. 겨울에 그렇게 코어도 강화시키고 장거리 훈련도 많이하고 그렇게 대회가 열리길 갈망하면서 꾸준하게 몸을 만들었어.
마침내 22년 4월 서산대회가 열렸어. 얼마만의 대회인지. 정말 고맙더라고. 거기서 하프 1시간 28분을 기록했어. 당시에 코스에 대해 겁을 많이
먹었었는데 생각보다는 힘들지 않게 달렸어. 그리고 4월 안양천에서 열린 애프터눈 레이스에서 뜻하지 않게 2위를 했고 5월 미사리대회
10k 39분을 달성했어. 6월 애프터눈 레이스에서 시상한다고 하니까 또 나갔는데 거짓말같이 또 2위를 했어. 그래서 처음으로 기념패를 받았어.
그동안 아내한테는 입상하면 은퇴하겠다고 했었는데 ㅋㅋㅋ 아니 이게 말을 번복해야겠더라고. 그래서 진짜 상금까지 있고 포디움에 오르면 그 때
다시 생각해보자고 했지. 내가 입상이라니 이게 정말 말이 안되는거였어.
이 기간을 돌이켜보면
러닝에 대한 지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어. 카페에 있는 모든 노하우를 섭렵했으니 웬만한 사람과 대화를 해도 모르는게 없을 정도로 이야기를
할 줄 알았는데 사실 그만큼의 실력은 없었지. 성장하는 단계니까 당연한 것 같고.
뭔가를 정말 꾸준하게 했던 것 같아. 보강운동도 러닝도 정말 거의 매일같이 했고 훈련일지도 매일 작성해서 공유했어. 처음에는 남들 훈련일지를
참고해서 쓰다가 20년 9월부터는 내가 직접 만들어서 필요한 내용만 적었어.
새벽에 러닝을 하기 시작했던 게 정말 좋았어. 변수가 없는 시간이고 가족은 자는 시간이라 최대한 좋은 기분을 유지하며 살았어. 체중 감량도 잘
되더라고. 별도로 식단을 한 건 없고 그냥 조금만 줄였어. 안먹고 그런 건 없었어. 다 먹되 양을 아주 조금만 줄였어. 그러다보니 18년도 85kg에서
19년 춘마 당시에는 70kg 정도로 기억하고 19년말 68kg. 21년말에 64kg 정도. 지금은 62kg 정도. 정말 서서히 조금씩 줄였던 것 같아.
결국 꾸준함이 밑바탕이 되면 실력향상과 체중감량으로 이어지며 상호 시너지효과가 발생하는 것 같아. 그리고 훈련일지 공개를 통해서 피드백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 물론 운동에 정답이 없지만 이 사람이 혹시 과훈련인가 열정적인 사람인가 정도는 알 수 있거든. 그리고 누군가에게
영감을 줄 수도 있고.
그리고 고수를 만나 소통을 하다보니 정말 이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힘든 걸 잘 참더라. 이 세계를 접촉하다보니 나도 일종의 목표가 생기기 시작했어.
정말 입상을 해보는 것. 포디움에 오르는 것. 그렇게 해보고 싶더라. 나도 그 고수형님처럼 되고 싶었어. 물론 1위는 어렵겠지만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막상 입상주자들의 기록을 보면 안되겠다 싶기도 하고.
그런데...
여태까지의 모든 상식과 생각들이 한 사람을 만나면서 다시 변하기 시작한다.
그러면서 느낀 게 성장이라는 건 계단식으로 하는데 벽을 만나면 반드시 귀인이 나타난다. 그 귀인을 알아차리는 것도 운이고.
그 귀인이 나타나는 이유는 변화를 요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 그 변화를 수용하고 노력하면 벽을 넘는거고.
여기까지가 성장 단계. 끝.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욕심이지만 그 성장의 과정이나 노하우를 좀 더 알고 싶네요. 화이팅입니다!
경안천이라니 광주 분이십니까?
아나킨 선생님처럼 목표를 좇는 꾸준함이 고수가 되는 비결이군요
와 62키로 ... 72키로를 유지하고 싶은 저는 적당선에서 타협봐야겠네요
꿀잼!!! - dc App
육아때문에 새벽에 달리기를 시작한것도, 85kg에서 지금 62kg이 된 것도, 10k 40분 돌파가 엄청나게 중요한 목표였던 것도 저랑 같아서 정말 흥미롭게 봤습니다. 물론 저보다 훨씬 경력이 길고, 경험도 많으시며, 보강운동도 철저히 하시는게 다르지만요... 가장 부러운 것은 고수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만나신 거네요... 달리기를 시작한 후 계속 혼자서만 뛰고 있고, 지식도 이곳 런갤과 인터넷으로만 얻기에 답답함을 느낄때가 많습니다ㅠ 어서 마지막편을 보고싶네요^^
존경추 - dc App
추천을 한 번 밖에 못 누르는게 아쉽네요~~!! 저도 매일 새벽마다 뛰고 있는데 언젠가 언젠가 닮고 싶습니다!!! 너무 공감 되는 글 감사합니다. - dc App
므찌다 조금씩이라도 꾸준하게 마음 흔들릴때마다 읽으러 와야겠음
지금 위치가 그냥 얻어지는게 아니네요~ 몇년간 운동 꾸준히 하신건 알고 있었는데 그 노력과 열정이 너무 대단하십니다 보강운동을 몇년간 꾸준하게 하시는거도 놀랍고..많은 자극이 되네요
아직 그 정도 레벨이 아니라 백프로 체감은 안 되지만 공감이 많이 가고 현실성 있는 글이네요 많은 도움이 되는 글이네요 - dc App
재밌는 소설을 읽듯이 한 호흡에 읽은 글입니다 글쓰기 능력도 좋으시군요 - dc App
멋지다!!! - dc App
재밌게 잘 보고 갑니다 ^^ 기회될때 보강운동에 관한 글도 한번 써 주시면 많은 도움 될거 같습니다
계속 글 올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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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정도는 아닌것 같아요
바이블 같은 느낌 ... 저도 처음엔 7분대 런린이로 시작햇지만.. 이건 짧은 기간에 끝나는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 올해는 오분대 내년에는 4분 후반대 중반대 이런식으로 정복하다 나가면 언젠가는 지금 힘든 폐이스가 조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달리기를 합니다... 꾸준히 하면 그정도 레벨은 힘들겠지만 어느정도 선에는 올라오겠지 합니다. 심박이 평온하다라고 항상 느꼈는데 과감해져야 될 필요도 있는거군요 ^^;;
오픈케어이신가요?알트라 토린을 그당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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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빼 108은가야 섭3하는군 - dc App
반드시 그런건 아니지
아 뭔가 성장기가 감동적이네요 글 잘 쓰십니다 ㅎㅎ 훈련일지 읽을 때랑 또 다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