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 4번째 42.195km 풀코스 마라톤에 도전했다.


이번은 공주백제마라톤이다.


올해 벌써 3번째 풀코스인 셈...


실력에 비해 다소 무리한 스케줄이지만 동아마라톤 런저니를 달성하기 위해 강행을 해본다.



마라톤 전날 친구로부터 연락이 왔다.


오랜만에 대구에 왔는데 술 한잔 하자는 연락이었다.


나도 술이라면 빼는 사람은 아니지만 다음날 대회가 있다고 거절했다.


"야 니도 참 별나다, 뭔 마라톤을 하러 그 멀리까지 가노?"


머쓱해지면서 나도 참 별나구나 새삼 느꼈다.


내가 무슨 마라톤을 달린다고 이 고생을 사서 할까?


걷는 것도 싫어하던 내가 별일이다.



잠꾸러기인 내가 새벽 3시30분에 일어나 경건하게 목욕재계를 하고 짐을 주섬주섬 싼다.


밖은 아직 칠흑같이 어둡다.


이 시간에 움직이는 건 야간 일을 하는 사람들과 마라토너뿐이지 않을까?







3시간 30분이 걸려 대회장에 도착했다.


이미 비가 보슬보슬 내린다.


우중런은 이미 많이 경험해 보았다.


그러나 심상치가 않다.


몸도 제대로 풀지 못하고 출발선에 섰을 땐 이미 온몸이 다 젖었다.


이대로 4시간 이상을 달려야 한다고 생각하니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보통 비가 아니다.


거의 폭우 수준으로 비가 내렸다.


이 말도 안되는 빗줄기 속에서 누구 하나 멈추는 사람 없이 앞을 보고 달린다.


집단 광기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발바닥도 물에 흠뻑 젖어 말랑말랑해진 느낌이다.


가벼울려고 입은 싱글렛과 타이즈조차 흠뻑 젖어 무겁게 느껴진다.



기를 쓰고 달려 32km 지점쯤이었을까?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리는 듯 했다.


3주 후 올해 마지막 풀코스 마라톤을 또 달려야 한다.


그때부터 걷기 시작했다.


무려 10km를 걷고 뛰고를 반복해야 하니 죽을 맛이었다.


한번 걸은 몸은 다시 뛰기를 거부한다.



몇 km에 도달했는지도 모르게 힘겨운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때


누군가 내 옆을 지나가면서 중얼거린다.


"아... 너무 힘들어... 죽을 것 같아..."


나보다 더 기진맥진해 보이는 남자가 중얼거리며 곧 멈출 것처럼 느려졌다.


"안돼... 걸으면 안돼...! ㅇㅇ아 뛰어야해."


이 말을 입 밖으로 작게 내뱉으면서 아주 느리게 다시 뛰어가기 시작했다.


그 남자는 끊임없이 자기와의 싸움을 하는 중이다.



그 모습에 나도 걸을 수가 없었다.


그때부터 남은 거리를 겨우겨우 달려서 기어이 완주할 수 있었다.





 



4시간 29분 36초


지금까지 달렸던 42.195km 중 가장 느렸고 많이 걸었다.


어찌보면 그전보다 성장하지 못한 실패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중요한 건 내가 오늘 실패했다는 사실이 아니다.


중요한 건 길고 긴 마라톤에서 내가 계속 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눕고 싶을 때 일어나는 것.


멈추고 싶을 때 걷는 것.


걷고 싶을 때 달리는 것.



삶이라는 마라톤에서도 매순간 눞고 싶고, 멈추고 싶고, 걷고 싶은 순간이 있다.


매순간 이길 수야 있겠는가?


그러나


100번 눕고 싶다면 51번은 일어나야 한다.


100번 멈추고 싶다면 51번은 걸어야 한다.


100번 걷고 싶다면 51번은 달려야 한다.


그렇게 실패보다 더 많은 작은 성공을 하며 나아가면 된다.


중요한건 계속해서 앞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발바닥이 퉁퉁 불어 수영을 한건지 달리기를 한건지 모르겠다.


예전에는 몸이 고통스럽고 힘이 들면 지금 당장 아픈 것만 느껴졌다.


지금은 고통도 다르게 느낀다.


이 고통의 순간이 지나고 나면 반드시 강해진다.


육체는 물론이고 정신도 강해진다.



3주 후 올해 마지막 42.195km에서는 걷지 않고 끝까지 달려서 완주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