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3 단계(2022년 중반~현재)



애프터눈레이스...


물론 이름도 상금도 고수도 없는 대회였지만 내가 2위라는게 너무 놀라웠어. 대열 가장 후미에서 출발해서 서서히 가속하고 앞에 보이는 주자들을

하나씩 잡아보자는 식으로 레이스를 했고 이렇게 하는 레이스도 재미있구나 하고 휴대폰에서 온 기록을 확인하는데 2위인거야. 아니 이거 4월 기록인가?

근데 아닌거야. 내가 왜??? 옆에 있던 아내한테도 결과를 보여주니 많이 놀라더라고. 


암튼 그 날 이후 그 동안의 과정들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더라. 그리고 이제는 뭘 해야 하나. 어떤 목표를 가지고 운동을 해야 할까? 대회는 기약도 없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고 사람들 만나서 이야기도 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러닝과 관련한 대화로 수다를 떨다가 최종적인 주제는 자세로 귀결되더라고.


자세, 훈련법, 식이요법, 마인드, 대회에서 각종 팁 등 사람들을 통해 이런저런 내용들을 하나둘씩 듣게 되니까 정립되지 않는, 혼란의 시기가 잠깐

생겼어. 나도 그런 방법을 해야 하는건가? 그리고 주변에서 서브3를 도전해보라 하더라고. 일종의 명함같은거라고. 근데 이 때는 오로지 5k 기록 단축이

목적이었어. 어떻게든 17분 30초를 맞춰보고 싶었거든. 그래서 아침에 트랙에서 88초 바퀴 수를 늘려가면서 훈련을 했었어.


그러면서도 혼자서 하는 운동은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됐고 우연한 기회로 한 감독님을 만나게 되었어.  

이름은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어떻게 가르치는 지 궁금했어. 그래서 그 분에게 운동을 배워보기로 했고 그렇게 시작하면서 

내가 알고 있던 모든 지식을 전부 초기화 한 느낌이랄까? 상식을 전부 깨야 했어. 그러니까 기존의 내 고집을 전부 버려야 했어. 


내가 독학하는게 아닌 지도자에게 교육을 받는다고 하면 모든 걸 과감히 버리고 지도자가 요구하는대로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그렇게

해보기로 했어. 나랑 안맞으면 다른 분에게 교육을 받으면 되니까.


첫 레슨에서 너무 큰 변화를 받아들여야 했고 그 이후부터 숙제를 내주시는데 이튿날은 정말 운동하러 나가기가 싫더라고. 그걸 또 해야 하나... 

8월 내내 자세 지적받고 고치고 반복 반복. 그러면서 내가 변화하고 있는 건 몰랐어. 나중에 알게 되었는데 2002년 월드컵 당시 트레이닝 코치가

들여온 파워트레이닝 프로그램과 비슷한거였어. 


힘 빼고 달리는 자세만 계속했어. 인터벌은 안했어. 그냥 오로지 자세. 조깅할 때 만드는 자세. 진짜 8월 내내 비가오나 안오나 그것만 했어. 

그리고 보강운동. 그 분이 알려주신 보강운동은 딱 4가지 동작인데 그것만 하라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했지. 그것만 주구장창. 몸만드는게 우선이라고.

뭐 특별한 프로그램도 없었어. 페이스? 그냥 알아서 하라고 하시더라고. 엥??? 의구심이 생기긴 했지만 9월부터 조금씩 달라지더라.


200m 인터벌 35초. 할 수 있다는거야. 네? 제가요? 35초는 거의 죽음인데요? 무조건 할 수 있으니까 자신감을 가지세요. 네. 해보겠습니다. 

그리고 해봤지. 34초..??? 아니 이게 무슨? 내가 1년전 훈련일지를 봐도 39초를 겨우 했었는데. 400m도 1,000m도 해보지 않았던 페이스를

주시는거야. 근데 내가 겁부터 먹고 그러니까 그런 태도를 버리라고 하시더라고. 나는 이런게 너무 감사했어. 솔직히 누가 이런 이야기를 해주겠어?

지도자가 아니면 누가 내 자세나 태도에 대해서 신경써주고 그러겠어.


만화 슬램덩크에서도 보면 강백호가 슛 연습하는 걸 친구들이 녹화해서 보잖아. 그런데 그걸 본 강백호는 자신의 모습을 부정하거든? 정말 그런것 같아.

자기가 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객관화를 한다는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 아는 형하고 같이 연습하면서 날 찍어서 봤는데 완전 실망인거야. 내가 이랬구나.

그 모습을 보면서 기록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는거야. 나도 모르게 자세에 집중을 하기 시작했어. 그리고 엘리트 선수들 위주로 영상을 많이 봤어. 

트랙 5천미터 경기 영상을 많이 봤던 것 같아. 거기서 힌트를 많이 얻었던 것 같고. 심지어 내 달리는 모습을 찍어서 저멀리 대구에 계신 다른 감독님에게 

보여주고 코치도 받고 그랬어.


그렇게 훈련도 하고 대회도 나가고 하면서 나도 모르게 점점 자신감이 생겼어. 그런 자신감이 커지면 커질수록 마음 한편에서는 불안감도 비례해서

커지긴 하더라. '내가 서브3 할 수 있겠지? 글쎄... 진짜 어려운거 아닐까? 내년에 할까?' 그런데 감독님은 분명 할 수 있다고 하셨어. 


마침내 춘마에서 서브3 달성을 했어. 솔직히 35k 지나고 38k 지점 가는 길에 아 그냥 제마에서 할까? 하는 생각을 진짜로 수천번 했던 것 같아. 이게 힘든 

페이스는 아닌데 정신적인 사점이라고 할까? 시계를 보면 420페이스 이하로 가는게 너무 싫어서 정말 발버둥쳤던 것 같아. 사람 마음이 참 웃긴게

골인하고나서 기다려주신 형님이 정말 맘졸였다고 하면서 축하한다고 하시니까 이게 뭔데 이렇게 기쁜건가 싶더라. 


감독님하고 만난 지 3개월밖에 되질 않았고 체력, 자세에 집중했고 거리주 몇 번 한 것 뿐인데 내가 모든 걸 다 내려놓고 과감히 받아들이니까 

원하는 결과가 나왔어.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이렇게하지 않아도 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지. 누군가는 이렇게 하니까 되고 또 어떤 사람은 다른 방법을 공유해주고 그렇지.

누구나 다 자신이 뭘 믿느냐에 따라 다른 것 같아. 어떤 목표를 설정해서 가는 여러 방법 중에 하나를 선택해보고 아니다싶으면 다른 길로 가는거니까.

혼자 공부해서 훈련하고 서브3 달성할 수도 있고 나처럼 누군가에게 배워서 달성할 수도 있어. 그런데 혼자서는 분명한 한계가 있는 것 같아. 선수들도 

코치진이 있는게 결국은 다 이유가 있는게 아닐까?


트랙에서 지속주를 할 때도 혼자서 하는거였으면 스스로 타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아무래도 보는 사람이 있으니까 나도 모르게 잘해보고 싶어서 좋은

훈련을 했던 것 같아. 그리고 대회나 훈련을 할 때 팁이나 노하우를 얻는 것도 장점이라고 볼 수 있지. 



그래서 내가 경험한 본 바로는 자기 자신을 객관화 할 필요가 있다. 달리는 모습을 영상으로 확인해보면 분명 개선할 점이 보이게 되거든. 

그리고 계속 누군가에게 피드백을 받으면서 교정을 하다보면 과거에 비해서 더 효율적으로 달리는 자신을 발견하는 것 같아.

나는 대표적으로 케이던스가 줄고 보폭이 늘어났고 몸에 힘을 뺀 상태로 부드럽게 달리는 법을 배웠어. 


언젠가 한 번은 내 입문 당시부터 지금까지의 과정을 정리해야겠다 생각을 했었어. 그래서 아주 간략하게 생각나는대로 적어봤어.

지금 정리를 하지 않으면 나중에 정리를 할 수 없으니까. 그리고 지금의 생각이 나중에 다시 보면 또 어떻게 보여질 지 궁금하기도 하고.


1. 자기 자신의 객관화

2. 꾸준한 보강운동(부상예방과 체력향상)

3. 목표달성에 대한 의지


특별한 건 없다고 생각해. 훈련법은 찾으면 널렸어. 그냥 지금 내가 느낀 그대로를 적어보려고 했어. 


이상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