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회 전날

잘먹고 잘자는 것이 숙제인 날인데, 컨디션이 심상치가 않습니다ㅜ 저빼고 가족들 모두 감기몸살이 걸리고(다행이 코로나는 아님) 저는 hrv가 급락하더라고요. 전날 아침 숨틔우기를 한것도 근육통으로 남아있고요.

시작도 하기전에 컨디션에 대한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기에 그냥 이것도 대회의 일부라고 받아들이자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니 마음도 좀 편해지더라고요. 대신 목표를 3:05:00에서 3:10:00으로 낮추자고 생각했어요.


2. 대회 아침

루틴대로 4시 20분에 기상해서 식빵 두쪽과 우유, 잼을 먹었습니다.(전 우유 소화에 문제가 없더라고요)
화장실도 잘 가고 기분좋게 대회장에 갔네요

깜깜한 공원에 사람들이 어찌나 많던지요. 옷을 갈아입고 물품을 보관하니 너무 추웠어요. 그래서 7시 20분까지 화장실(임시 화장실이 아니라)이 있는 건물 내 공간에서 대기하다 나갔습니다. 저 말고도 여러 러너분들이 그렇게 추위쉼터(?)에 계시더라고요ㅎ

시간이 되어 D그룹 풍선을 찾아 섰습니다. 그런데 제마는 각 그룹간 출발시각을 분리하는 것이 아니고 그냥 연속적으로 출발을 시키더라고요. 다른 그룹에서 뛰어도 페널티를 줄 방법은 없는 듯 했습니다.
저도 차례가 되어 음악을 키고 출발하였습니다.

3. 레이스

초반에는 정말 혼잡했습니다. 앞사람을 피해 요리조리 달리다 보니 초반부터 gps상 거리가 실제 거리보다 길어지기 시작하더라고요.

레이스 시작 전에는 4:25 페이스 안팎으로 뛰려 했는데 그렇게 잘 안되더라고요ㅎㅎ 결국 420페이스만 초과하지 말자고 다짐하고 뛰었습니다.

양화대교를 건너고 여의도에 진입하여도 힘들다는 느낌은 하나도 없었어요. 다만 걱정했던 뇨의가 스멀스멀 올라옵니다ㅜㅜ
너무 초반이라 참을 수 없다는 판단으로 여의도 공원의 화장실에 들어갔어요ㅜ 나중에 기록을 보니 한 20초 손해를 본듯 하네요.
사실 기록보다도 이 이벤트 이후 호흡이 좀 꼬였습니다. 시계 오류겠지만 심박이 200까지 올라가게 보이더라고요. 심박수가 문제가 아니라 잘 진행되던 레이스가 흐트러져 아주 아쉬웠습니다. 다만 갈길이 멀기에 바로 통상적인 러닝을 이어갔어요.

공덕 지나고 걱정하던 애오개 고개가 나타났지만 생각보다 그렇게 힘들지 않았어요. 짧기도 했고요. 서소문고가차도쯤 가니  옆으로 여성러너분이랑 같이 뛰는 장발의 러너가 정말 빠른속도로 지나가더라고요. 얼굴은 못봤지만 아마 유투브서 자주 보이는 고배우님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종로3가쯤에서는 마라톤tv의 정두식님을 봤어요. 날이 추워서 그런지 상탈은 안하고 싱글렛을 입고 뛰시더라고요.
뭐라도 친근함을 표현하고 싶어 인사를 드렸는데 멘트가 너무 구렸어요. '아저씨 화이팅!'...

저는 젤을 35분마다 하나씩 까먹고 급수도 매 포인트마다 다 했습니다. 미리 연습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더라고요. 덕분에 끝까지 걷지 않을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군자교를 통과하고 드디어 언덕길이 또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언덕길을 오르는건 그리 힘들지 않았어요.
진짜 힘든 것은 내리막이었어요.
아차산지하차도 내리막부터는 매 내리막에서 대퇴사두근이 그야말로 스크래치가 나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물론 런갤에서 내리막 쏘는 자의 비참한 말로에 대해 익히 들었기에 속도를 자제하려 했으나, 자제 역시 어느정도 근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이 내리막 때문인지, 천호대교 이후부터는 완전히 다른 레이스로 느껴지더라고요. 힘듦의 95%는 이때부터 시작이었습니다.

그 다음부터는 달렸습니다.
그러다 35km 인근에서 3:10:00 페이스메이커를 만났어요. 그 아저씨가 갑자기 "이제 7키로밖에 안남았어요!!"라고 일갈하시자 갑자기 정신이 번쩍들어 조금 힘을 내어 스퍼트를 했어요.

결과적으로 최악의 선택이었습니다. 36랩 페이스만 반짝 올라가고 다리에 극도의 피로만 쌓였네요.

탄천2교 넘어 삼전사거리쯤부터 뭔가 힘이 풀리더니 막판 2키로는 페이스가 확 떨어졌어요. 지금이야 담담하게 말하지만 정말 고통스러웠습니다.ㅜ

그래도 다리는 꾸역꾸역 돌아가고 드디어 운동장 안으로 진입했습니다. 최후의 (미약한)스퍼트를 한 후 골인했네요.


4. 복기

풀코스는 다른 종목입니다. 매주 일요일마다 훈련으로 하프를 뛰었고, 심박봐가며 적당히 뛰어도 1:27이 나왔습니다만, 풀은 하프*2가 아니네요.

풀을 뛰어보니 서브쓰리의 위대함을 몸으로 알겠더라고요. 그리고 서브쓰리는 심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다리 근력, 지구력으로 하는 것임을 느꼈어요.

특히, 내리막. 평소 내리막 훈련을 잘 하지 않은 저는 내리막 갈때마다 정말 실시간으로 체력게이지가 닳는 걸 느꼈습니다.

비록 써브쓰리는 못했지만 그래도 개인적으로는 만족합니다. 사실 러닝을 할때 처음으로 생각한 원대한 목표는 보스턴마라톤 출전자격을 따내는 것이었거든요.
10k 55분 뛸때 회사 친구랑 장난처럼 말한건데, 그걸 이렇게 달성하니 믿을 수 없이 기쁘네요.

또 기록이 애매해서ㅎㅎ 노력에 대한 동기도 샘솟습니다. 장거리, 내리막 훈련을 해서 저도 언젠가는 썹3른 하는 찐고수가 되고싶네요ㅎ

댓글은 다 못드렸지만 축하해주신 런갤러 분들 모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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