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아 달리기 훈련법에 대한 여러 책들을 보고 있어요. 그중에서, 전문 육상코치 Brad Hudson과 '80/20 running'의 저자로 알려진 M. Fitzgerald가 공저한 "Run Faster from the 5K to the Marathon: How to Be Your Own Best Coach"는 개별 훈련법 자체에 집중하기 보다, 개인의 상황에 맞추어 훈련 프로그램을 디자인할 수 있는 "일반 원칙"을 제시하고 있기에 주목할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러닝 크루 및 마라톤클럽에 소속되어 있거나 혹은 전문 코치로부터 강습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면 누구나 러너임과 동시에 자기 자신에 대한 코치이기에, 이러한 조언은 스스로 훈련 계획을 세우거나 수정함에 있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저 역시도 홀로 달리는 외톨이 러너이기에 이러한 내용을 흥미롭게 보고 있어요. 물론 개인적인 취사선택은 반드시 필요할 것입니다.


책의 여러 내용 중, 특히 흥미로운 내용이 있어 여기에 소개하려 합니다.


이제 러닝에 입문하였거나, 혹은 대회에 한두 번 참가한 후 본격적으로 기록을 향상시켜야겠다고 마음먹은 러너라면 누구나 갖는 질문인 "내가 과연 얼마나 뛰어야 실력이 향상될까?"에 대한 대답이 바로 그것이에요.


이를 러닝 업계 용어로 다듬어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겠지요. 


"다음번 대회에서 최상을 결과를 얻기 위하여 주당 마일리지를 어느 정도로 설정하여야 할까?


이 책의 저자는 대회를 준비함에 있어서 (당연히도) 유산소능력(aerobic support)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으며, 이러한 유산소능력을 구축하기 위하여 필요한 세 요소를 

1. 적절한 주당 마일리지,

2. 기초 지구력 배양,

3. 훈련 기간의 경과에 따른 훈련 강도의 증가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특히 저자는 이 세 요소 중에서 적절한 주당 마일리지의 달성이야말로 유산소능력 배양의 가장 근본이 되는 요소라 말하고 있어요. 따라서, 훈련 초기에 가장 중시되어야 하는 요소는 러닝 마일리지를 점진적으로 증가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한다.(여기서 '점진적'이라는 개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가 다른 곳에서 밝혔듯이, 부상의 주원인은 높은 마일리지 그 자체가 아니라 마일리지를 급격히 높이는 행위에 있기 때문이에요.)


그렇다면 훈련 기간 중 달성해야 하는 가장 높은 마일리지는 어떤 수준일까요? 다시 말해서 주당 몇 km를 뛰어야 목표로 하는 대회에 잘 대비할 수 있을까요? 저자는 러너의 능력치와 목표 대회의 거리에 따라 요구되는 마일리지가 다르다고 말합니다.


우선 러너를 다음과 같이 다섯 등급으로 분류했어요. 구분의 기준이 "러닝 실력"이라기 보다 "러닝 경력"과 "러닝을 향한 의지, 러닝에 쏟을 수 있는 여유"로 설정되어 있는 것이 흥미로운 점이네요.


  • 입문러너(Beginner): 꾸준히 달린지 채 1년이 안되는 사람
  • 초급러너(Low-key competitive): 레이스 기록을 향상시키고자 하는 의지는 있으나 훈련에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쏟을 수는 없는 사람
  • 꾸준러너(Competitive): 수년 동안 어려운 훈련을 해왔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고자 있는 의지가 있는 사람, 그러나 일주일에 6~7회를 초과하여 달리는 것은 어려운 사람
  • 열정러너(Highly-competivie): 엘리트처럼 훈련하고자 희망하나 그렇게 못하는 사람(“Highly Competitive” runners wish they could train like elite runners, but simply cannot")
  • 엘리트(Elite): 스스로 본인이 엘리트인지 잘 알고 있음(ㅎㅎ)


저자는 이렇게 구분된 러너의 등급과 준비하는 대회의 거리별로 요구되는 최대 마일리지를 아래 표와 같이 기술하고 있습니다. 원저에서 마일(mile) 단위로 기술된 것을 킬로미터(km) 단위로 고쳐보았어요.




현재 저는 마라톤을 준비하고 있고, 훈련 기간의 최대 주당 마일리지를 110km 정도로 설정하고 있으니 역으로 찾아보면 "꾸준러너"의 상한에 위치한다고 볼 수 있겠네요. 개인적으로 취미활동 중 러닝을 가장 높은 순위에 놓고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고 있으나 하루에 두 번 뛰는 것은 조금 망설여지는 입장에서 딱 적절한 마일리지를 설정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본인이 목표한 대회의 거리와 스스로 평가한 수준에 따라 적절한 주당 마일리지를 설정함에 있어 참고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단, 위 표의 마일리지는 훈련기간 중 최고조로 많이 뛸때(peak mileage)를 의미하는 숫자임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주당 마일리지가 20km 수준인 러너가 '나는 10k대회를 준비는 초보자이니 다음주부터는 50km를 뛰어야지'라고 생각하시면 곤란합니다ㅠ. 

대신, "대회 전 x주가 남은 시점까지 점진적으로 20km에서 50km까지 주당 마일리지를 늘려가야지" 라고 생각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다시 강조하지만, 부상은 높은 마일리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마일리지를 (무리하게) 올리는 행위"에서 온다는 저자의 조언을 마음에 새길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