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맨날 뛰는 코스에서

항상 내 앞쪽 페이스로 달리는 사람이 있음.


평소에 러닝용 GPS 시계 + 탄수화물 젤 챙기길래

‘아 이 사람도 러너구나’ 정도의 일면식만 있었음.


근데 오늘 아침 운동하러 나갔는데

그 사람이 벤치에 앉아서 졸고 있는 거임.


뭐 피곤했겠지 하고 그냥 조깅하고

근력 좀 하고

카페 가서 바나나우유랑 베이글 때리고


집 가서 샤워가 하고 → 한 2시간 반 지났겠지?


다시 운동하러 나갔는데…


아니 아직도 같은 자리에서 자고 있는 거임??


진짜 이거 뭐임? 괜찮은 건가?


+) 러너 친구들이 “한번 확인해보라”며 부추겨서 고민됨.

그 사람 평소에 페이스는 안 유지해도

폰 들여다보면서 뛰는 척은 했거든?

자는 건 거의 못 봤지.


그래서 갑자기 신경 쓰이기 시작함.


근데 내가 낯 많이 가리고

괜히 자는 거면 개 민망하잖아.


그래도 같은 러너니까 용기 내서 가봤음.


슬쩍 다가가서 귀 기울여 보는데

숨소리가 안 들림;;

와 나 진짜 식겁함.


그래서 어깨 흔들어서 살짝 깨워보려고 함.


근데 살짝 고개가 돌아가면서 얼굴이 보였는데…


그 순간

등에 소름이 쫙 — 


나랑 똑같이 생긴 거임??


뭐지 이거;; 하고 멘붕 오다가

갑자기 확 깨달음.


아…

지금까지 러닝한다고 하면서 기록 핑계 대고

페이스 깨지고

폰 보고

대충 뛰던 허수 같은 내 모습… 그게 죽어 있는 거구나.


나는 다시 태어났다.


2026 풀·하프 마라톤

D-106일의 러너.


출격한다.

페이스 4:30

DNS 없다

DNF 없다

PB(퍼스널 베스트) 갱신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