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국군도수체조하고 전투화신고 3km
오후에 애들데리고 스쿼트 런지 조지고 5km
파이팅 외치면서 500m 가까이 되는 업힐 끝나면 이온음료 사발로 한 잔
종료하고 따로 조끼메고 3km
주말엔 독신자 숙소 앞에 논바닥 돌면서 5km
신발은 ABC마트 어느 지점에서 샀는지 기억도 안나는 4만원짜리 다 헤져가는 나이키 러닝화
페이스고 뭐고 아무것도 모르고 숨 찰때까지 팍팍 뛰면 심장박동에서 오는 희열감과 끝나고 멈췄을 때의 성취감
이걸 4년 내내 사계절 단 하루도 안빼먹고 매일 반복했는데 부상은 초반에 발목 접질림 딱 한 번
간부들이랑 병사들이랑 손잡고 주말외출나가서 첫 10km 마라톤 47분 찍고 직할대 3등했을 때의 짜릿함
전역 후 5년
지금은 유튜브만 켜면 온갖 러닝 부상 위험성 영상들만 가득
하뛰하쉬 안하고 삘받아서 연속으로 뛰기만 하면 뒤꿈치 찌릿찌릿 햄스트링 뻐근
펀런하자고 매번 다짐만, 정작 대회 당일엔 풍경 보지도 않고 PB를 향해서 미친듯이 돌진
숨 턱 끝까지 차올라서 10km 44분에 골인했으나 남는건 아득한 성별순위 300등
귀가 후 스트레칭하면서 검색해보면 족저근막염, 장경인대염, 거위발건염
댓글에는 너는 일주일 쉬어야된다 한 달 쉬어야된다 나는 반년을 고생했다 너 그러다가 앞으로 평생 못뛴다
귀에 꽂은 에어팟에서는 영혼없는 여자 AI보이스가 키로미터당 페이스만 읊어주고
마일리지가 늘어나고 페이스가 빨라질수록 부상이라는 귀신들이 내 뒷덜미를 언제 낚아챌까 매번 노심초사하면서 뛰고
PB 세운날엔 골인 후 카톡오는 그 순간만 잠깐 행복, 혼자 터덜터덜 집 돌아오면 남은건 또 뻐근한 햄스트링뿐
모르겠다
군대에 있을 땐 아팠는데도 그냥 뛰었던걸까 그냥 진짜로 아픈 날이 없던 걸까
페이스를 알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케이던스를 알기 전으로 돌아가고 싶다
아니면 러닝은 그냥 핑계이고 그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 것 뿐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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