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일본마스터즈아재 글 올렸던 유동임. 글쓰다 보니 일본 장거리 대회중에 '카나구리金栗 기념대회' 라고 있는데 카나구리가 도대체 누구인가 궁금해 알아보니 풀네임은 '카나구리 시소우 金栗 四三'. 1912년 스웨덴 스톡홀름 올림픽 마라톤 일본대표로 출전한 적이 있고, 1920년대 일본 도쿄-하코네 에키덴 대회를 창설하는 주역이 되는 등 '일본마라톤의 아버지父' 라고 불리는 사람이더라고. 2019년 도쿄올림픽 전 이 사람의 일대기를 드라마화해 방영하기도 함(NHK대하드라마- 이다텐 いだてん). 이거보고 우리나라엔 이런 사람이 없나 생각하다가 바로 떠오르는 인물이 '손기정 옹'. 생각난 김에 오늘 아침 위대한 러너의 흔적이라도 찾아보고자 서울역 주변에 있는 손기정 기념관에 방문함.
오랜만에 와보는 서울역 구역사. 한때 밤에 여기로 지나가면 막걸리냄새에, 암모니아 냄새가 진동을 했었는데 요즘은 좀 나아진것 같음. 손기정 기념관(손기정 체육공원)가려면 역 대합실을 통과 하거나 여기서 우측으로 보이는 고가인도를 통해 역 뒷편으로 가야함.
골목길 몇 번 꺽어 올라가니 역에서 10분정도 걸려 기념공원 도착함. 저기에 보이는 나무가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포디움에서 들고있던 화분을 자기의 모교인 바로 여기 '양정고보' 교정에 심어서 저렇게 자라난거라 함. 저기 왼쪽 담쟁이넝쿨 건물이 기념관 본관인데 너무 일찍 옴. 개장시간은 10시부터(월요일 휴관). 한 시간 넘게 주변을 배회함.
여기 딸린 시설 중에 '러닝러닝 센터' 라고 있던데 검색해보니, 15000원 정도 수강료를 지불하면 국가대표 출신 마라토너에게 약 1시간 정도 레슨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다고 함. 5명 정도가 한조가 되어 20분은 실내 드릴훈련, 나머지 시간은 밖으로 나가 직접 뛰면서 러닝자세등을 수정해 준다고 함.
센터 바로 앞으로는 규격보다 조금 작은 축구장이 있고, 그 둘레로 역시 조금 짧은(한바퀴 250m)트랙이 조성되어 있음. 걷기와 달리기는 아예 분리. 저거 공구리처럼 보이지만 손으로 눌러보면 우레탄임. 그래도 얼마만에 보는 '달리기 전용' 인가. 트랙 옆 나무그늘에서 조기축구회 사람들 축구하는거랑 조깅하는 사람들 구경하고 있자니, 검은색 브라탑에 검은색 숏레깅스 풀장착한 여성러너가 600페이스에서 갑자기 라스트 스퍼트로 보이는 질주(약 500페이스정도)를 하는데, 5초마다 '비명+신음' 소리를 온 운동장이 떠나갈 듯 질러댐. 축구하고 있던 아재들도 먼 일인가 싶어 막 뒤돌아 봄. 피니쉬 이후에 내 옆에 있는 벤치에 숨넘어갈 듯 쓰러지는데, 벤치중앙에 노숙자방지 팔걸이가 있어서 제대로 눕지도 못하고 2~3분동안 벤치부여잡고 리커버리하고 집에 가더라. 갑자기 숙연해져서 나도 뜀. 복장도 그냥 일상복에 신발도 캐쥬얼 구두였는데 여기 와서 안뛸 수도 없고 4바퀴(1km) 슬슬 조깅 함. 그래도 날씨가 좋아 지난주처럼 땀이 막 흐르지는 않음. 어느덧 시간이 되어 기념관 입장(무료).
들어가면 이런 옛 사진들이랑 손기정 선수의 일대기가 벽에 쭉 전시되어 있음. 그 중에 눈에 띄는 전시품 발견.
1936년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가 직접 신고 뛰었던 러닝화랑 동일스펙 제품...이라고 옆에 설명 있네. 저거 유리장에 머리 쳐박고 이래보고 저래보고 자세히 관찰해 봤는데 바닥창 두께는3~4mm정도에, 그 호텔같은데 가면 주는 1회용 슬리퍼랑 거의 같은 밑창구조를 가지고 있음. 리얼 베어-풋 슈즈더라. 재질은 캔버스 천에 힐드롭은 당연 0. 예전에 누가 '손기정 선수가 베넥 신으면 어느정도까지 기록이 오를까?' 라고 토론한 적이 있었는데, 역으로 저 신발보면 '킵초게가 저런거 신으면 얼마나 잘 뛸까?' 라는 생각도 듦. (이것 말고도 다양한 전시품이 있으나 너무 많은 사진을 올리는건 기념관 설립의 취지에 조금 어긋나는것 같아 자제하겠음)
옆방으로 건너가니 손기정 선수가 베를린 올림픽 금메달 부상으로 받은 그리스 청동투구의 레플리카(오리지날은 국립박물관 소장), 그때 받은 금메달, 월계관도 있고,
이렇게 거의 180도에 가까운 파노라마 프로젝터로 1936년 베를린 올림픽의 분위기, 마라톤 레이스의 전개과정등을 현실감있게 표현해 주는 동영상도 틀어줌. 2층에 있는 특별전시관('에밀 자토펙'과 손기정 옹의 인연을 테마로한 특별 전시)에도 들러보고 집으로 발걸음을 돌림. 오전 10시에서 11시 정도까지 기념관에 있었는데 총 관람객 나포함 3명임.
날씨 좋~다. 이 동네를 스쳐 지나치면 왜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갑자기 막걸리가 확~ 땡김. 집에가서 막걸리 마심. 내일 출근인데 저녁 7시에 일어나서 빈둥대다가 뭐라도 하자 싶어 달갤에 사진 올림. 위에 설명한 파노라마 동영상의 마지막 장면으로 마무리 하겠음. 또 내일부터 열심히 뛰어야지.
발이 얼마나 극한으로 단련되어야 저런거 신고 풀코스를 뛰지... ㅋ
옛날엔 진짜 인자강들만 마라톤 할수 있었을듯
아식스가 저런거 고집하는 정신이 있음. 저런게 발 작살나는 대신에 엄청 가벼울듯
손정의옹 박물관 보니까 좆식스는 이제 걸러야 겠다.
러닝화가 아니고 무슨 실내화네
난 저런 타비 신고 뛰면 10분내에 족저근막 통증 옴. 그래서 단화 종류 오래 못 신음.
이런글 너무좋다 자주봤음좋겟당ㅋ 무조건추! 저거신고 우찌뛰노 옛날사람들은 진짜 대단하다
잘 봤습니다!
글 쓴 사람입니다.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집 ip 라 일일이 답글 못 달아 드린 점 죄송하고요 가끔씩 이런 거 올리도록 하겠습니다.